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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리뷰]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277회 정기연주회 – 장윤성 상임지휘자 취임연주회 (글_송주호)

  • 작성일2021-07-08
  • 조회수475
오늘을 확인하고 미래를 두드리다

[리뷰]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277회 정기연주회 - 장윤성 상임지휘자 취임연주회
2021년 6월 30일(수)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현재와 미래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장윤성 지휘자를 제3대 상임지휘자로 맞았다. 이를 세상에 알리는 이번 연주회에서는 카미유 생상스의 <교향곡 제3번 ‘오르간’>과 알프레도 카셀라의 <교향곡 제2번>이 연주되었다. 이렇게 대단히 규모가 큰 두 작품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좌중을 압도하는 관현악의 음량과 에너지를 보여주겠다는 장윤성과 부천필의 강력한 의지가 그대로 전달되었다. 특히 거의 연주되지 않은 카셀라가 포함되어, 낯설고 새로운 레퍼토리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즉, 완성도 높은 레퍼토리인 생상스의 <교향곡 제3번>을 통해 부천필의 현재를 확인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카셀라의 <교향곡 제2번>을 통해 앞으로의 도전적인 행보를 선포했다.


 
생상스, 교향곡 제3번
C. Saint-Saens, Symphony No.3 c minor Op.78 'Organ'

생상스의 <교향곡 제3번>은 ‘올 댓 생상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 어린 시절 동경했던 고전의 모습과 젊은 시절 관심을 가졌던 바그너의 화음, 평생 멘토로 삼았던 리스트의 극적인 표현,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악기인 오르간 등, 생상스는 놀랍게도 이 모든 요소를 하나의 작품 안에 묶음으로써 19세기 음악의 ‘전과’(全科)를 이룩했다. 이후로 이런 작품을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선포는, 음악의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던 그의 고집스러운 말년을 생각할 때, 작곡을 마무리하는 순간에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느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부분별로 그 유래를 찾고 해석에 고려하는 것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오히려 곡을 잘못된 길로 이끌 수도 있다. 잡곡밥을 한 번에 음미하지 않고 종류별로 구분하여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과 같다.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특징을 하나의 음악으로 이해하고, 또한 그렇게 들리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천필은 관현악이 낼 수 있는 최대치를 과감하게 설정하여 근래에 보기 드물었던 충실한 극적 표현을 들려주었고, 또한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응집된 음향을 구현하여, 이 곡이 말하고자 하는 음악적 시나리오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1악장은 음습하게 시작하여 곧 관현악단 전체가 연주하면서 음향이 확대된다. 1악장의 전반부는 고요한 부분부터 가장 강렬한 부분까지, 폭넓은 다이나믹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실연의 경우, 악기의 기본적인 음량이 있어서 이를 조절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이는 표현을 통해 심리적 수용을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부천필은 이러한 점을 알고 있으며, 또한 잔향이 길고 저음이 강조되는 롯데콘서트홀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이나믹과 표현의 섬세함보다는 각 악기의 음색을 드러내는 방향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것은 이번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관계가 있는데, 관현악의 거대한 규모에서 오는 힘에 대한 의지가 연주자들의 의식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연주자들의 적극적인 접근은 작품의 극적인 운동성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1악장의 첫 부분은 최대치로 표현하면서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극적 흐름이 집중력을 잃거나 모호해지지 않고 명확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들려주었다.

1악장 후반부는 밤의 서정성을 지닌 부분으로, 어떻게 보면 생상스가 파놓은 함정이기도 하다. 전반부와 크게 대비되는 서정성에 지나친 심취는 피하고, 정중동의 작품으로서 극적 긴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천필은 후반부 시작부터 일시적으로 멈춘 듯하면서도 각 악기의 음색이 하나하나 추가되며 내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을 포착한다. 또한 첼로와 더블베이스를 다수 배치하여 풍부한 저음을 냄으로써, 무중력과 같이 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다. 하지만 전반부에 비하면 극단적으로 절제를 해서인지, 바이올린의 주제에서는 내러티브를 놓친 듯했고, 관악기들이 소리를 내는 시점이 조금씩 늦었다. 쉼 없이 이어진 극단적인 분위기 전환은 연주자들에게 정신적 어려움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2악장은 다시 거대한 음향을 추구하며 관현악의 음압을 아끼지 않았다. 빠른 리듬에도 내러티브가 흔들리지 않고, 각 악기가 충실히 그리고 정확히 그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풍부한 저음이 중심을 잡아 안정감을 주었다. 오르간이 큰 활약을 보여주는 후반부는 전체적으로 절도 있는 리듬으로 진행되어 큰 음량과 율동성을 겸비한다. 이러한 음악에서는 표현상의 어려움은 크지 않지만, 중량감에 무너지기도 하고, 디테일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연주에서는 행군하는 듯한 리듬을 강조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피했으며, 특히 금관이 경쾌함과 청량감으로 분위기의 무게를 덜어낸 것은 큰 수훈이었다. 종종 들리는 관악기의 실수는 디테일을 놓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오랜 경험을 가진 노련한 연주자들이기에 음악의 진행을 붙잡지 않고 과감히 이어나가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었다.


 
카셀라, 교향곡 제2번
A. Casella, Symphony No.2 c minor Op.12

근대 이탈리아의 관현악 작품으로서 레스피기 이외에 레퍼토리로 정착한 작곡가가 거의 없는 실정에서 알프레도 카셀라의 교향곡이 소개된 것은 매우 반갑다. 사실 레스피기 또한 고전 혹은 그 이전에 관한 그의 탐구를 조명하는 기회는 전무하며, 마르투치, 알파노, 볼프-페라리, 피체티, 말리피에로 등 걸출한 인물들도 우리에겐 생소한 이름일 뿐이다. 근대 이탈리아 관현악곡으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낯설지만 훌륭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관객에게 새로운 자극과 감흥을 주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통해 클래식의 미래를 이끌어가려는 지휘자의 의지가 강하게 감지되었다. 나의 해석이 오해가 아니길 바라며, 앞으로도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신선한 감동이 부천필을 통해 파도와 같이 밀려오기를 기대한다.

카셀라는 이탈리아인이지만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음악에 주목했다. 특히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향을 받았으며, 오히려 이들보다 더욱 앞서가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번에 연주된 <교향곡 제2번>은 한 시간에 이르는 시간 동안에 대규모 관현악에게 좀처럼 쉼을 주지 않으며, 관객 또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풍부한 음향을 쏟아낸다. 이러한 작품은 매우 화려하고 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여 순간적인 흥미를 끌 수 있지만, 내러티브가 불분명해지면서 극적 시나리오의 집중도를 약화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장점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음악의 구조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주안점은 1악장에서부터 분명히 드러난다. 연주자들은 익숙하지 않을 이 작품을 마치 항상 연주해온 작품처럼 자연스럽게 몰입했는데, 그들은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을 이해하고, 이 작품의 표현에 충분히 설득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첫 악장부터 부천필은 매우 응집된 음향을 들려주었으며,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단번에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또한 가능한 최대치로 극적 표현력을 끌어올리며 객석을 압도했다. 그러면서도 말러와 슈트라우스로부터 유래한 익숙한 어휘를 바탕으로 명확한 내러티브를 구사했으며, 자칫 음량에 묻힐 수 있는 음악적 시나리오를 충실히 이끌어갔다.

2악장은 긴장감으로 가득한 현악기의 선율과 일곱 연주자들의 분주한 타악기 연주, 그리고 금관의 팡파르가 어울려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중간 부분에 민속 춤곡을 연상시키는 호른 선율은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연주로 대단히 매력적이었는데, 호른 독주 연주자도 분명히 이 선율에 매료되었음이 틀림없다. 연주자가 자신의 감흥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연주할 때, 관객들이 비로소 그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선율에 가사가 들리는 듯한 환상까지 불러일으키며 이탈리아의 서정미를 유감없이 들려주었다.

3악장은 느린 악장으로, 브람스의 첫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무게감 있는 팀파니 연타로 시작한다. 사실 이 연타는 앞의 악장에서도 들려왔지만, 여기서 더욱 두드러진다. 서정적인 선율과 감상적인 화음이 연주될 때도 두터운 화음의 무게감은 여전하며, 만연체의 긴 호흡은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한다. 이러한 진행은 프랑크를 연상시키는 면모가 있으며, 간간이 들리는 색다른 화성은 스크랴빈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이미지가 겹쳐있는 이 느린 악장에서 시나리오의 개연성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비극적인 정서를 유지하는 것은, 지휘자의 철저한 분석과 연주자들의 작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4악장은 말러 스타일의 행진곡으로서 단순한 주제 선율을 진지하게 다룬다. 그리고 대단히 극적인 장면들이 연속하면서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는다. 이러한 음악은 관객을 압도하며 몰입시키는 특징이 있지만, 반면에 피로도를 높일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반부에 생상스의 <교향곡 제3번>을 들었던 상황이라, 이 부작용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에서는 오르간이 등장하며 말러의 아다지오와 같은 평온한 세상을 그렸다. 마치 지상에서의 투쟁적인 삶을 마치고 천국에서 누리는 평안을 노래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스크랴빈 스타일의 신비적인 분위기는 이채롭다. 그리고 마지막은 승리의 함성으로 마무리한다. 작곡가가 어떠한 시나리오를 음악에 녹여 넣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감상자에게 이러한 예술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자 연주였다는 점에서, 참석했던 모든 관객에게 올해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회 중 하나일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의 기대

앙코르는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중 ‘당스 바카날’이 연주되었다. 이 선곡 또한 프로그램에 포함된 작곡가의 작품으로서 정서적으로 본 공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관현악의 에너지와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기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렇게 취임연주회에서 보여준 유례를 보기 힘들 정도로 거대하고 독특한 프로그램은 장윤성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떠한 편성의 작품으로 관현악의 잠재력을 끌어낼 것인가? 어떠한 낯선 작품으로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어떠한 신선한 해석으로 고전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할 것인가? 이번 연주회에서 얻은 기대 어린 질문들에, 장윤성과 부천필이 연주를 통해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답을 해주기를 몹시 희망한다.


 
글| 음악평론가 송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