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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부천필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기다리며

  • 작성일2008-04-30
  • 조회수9688
[최은규의 음악 에세이] 
 
부천필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기다리며  
 
 
 
연말을 맞이하여 부천에도 오페라 갈라콘서트 공연이 풍성하다. 23일에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정상급 성악가들의 갈라콘서트 무대가 준비되어 있고, 31일로 예정된 올해 부천필 제야음악회도 오페라 갈라콘서트로 꾸며진다. 
 
본래 갈라(Gala)라는 말은 ‘축제’를 뜻하지만, 오페라에서 ‘갈라’라는 말은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주요 장면과 아리아들만 발췌해서 공연하는 것을 뜻한다. 유명 오페라의 핵심 장면과 유명 아리아들만 따로 모아 들려주는 오페라 갈라콘서트는 공연시간만도 3시간이 넘는 대작 오페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기가 부담스러운 클래식 초심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다. 
 
부천필의 제야음악회에 소개되는 오페라만도 무려 10편이나 된다. 그날 공연 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일 것이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라보엠> 중에서도 가난한 예술가 로돌포와 연약한 미미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아름다운 장면이 소개된다. 성악가들에게는 공포의 고음으로 알려진 ‘하이 C’로 끝나서 더 유명한 사랑의 이중창도 아름답지만, 주인공 로돌포가 미미의 손을 잡고 부르는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은 오페라 역사상 가장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음악이다.  
 
추운 겨울 날, 불을 빌리기 위해 시인 로돌포의 방을 찾은 미미. 그녀가 불을 얻어 떠나려던 참에 방문 열쇠를 두고 간 것을 알아차린다. 그녀는 다시 되돌아오지만 두 사람이 열쇠를 찾는 순간 바람이 불어 촛불이 꺼져 버리고 어둠 속에서 바닥을 더듬거리던 로돌포의 손이 미미의 손등에 닿는다. 가슴 떨리는 그 순간, 마치 전기가 통하듯 클라리넷이 울리고 로돌포가 노래한다. “나는 시를 쓰고 삽니다.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부자처럼 지내요. 시와 노래의 아름다운 이상의 낙원에서… 그러나 그대의 눈길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소.” 
 
푸치니가 남긴 또 한 편의 대작 <토스카>의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도 제야음악회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오페라의 여주인공 토스카는 사랑하는 연인 카바라도시를 구하기 위해 비밀경찰서장 스카르피아에게 몸을 허락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토스카는 그 찢어지는 마음을 담아 이렇게 노래한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며,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었네…그런데 이제 나 고통당할 때 어찌하여 날 내버려 두시옵니까?” 
드라마틱한 오페라와 함께 하는 올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넉넉한 시간이 될 것 같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