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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리뷰]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불멸의 클래식 시리즈 Ⅲ(글 : 최은규_음악칼럼니스트)

  • 작성일2012-06-01
  • 조회수5146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166회 정기연주회 
<불멸의 클래식 시리즈 Ⅲ>
 
 
 
 
지난 5월 25일 부천 필하모닉은 ‘불멸의 클래식 시리즈’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충실한 무대였다. 잘 알려진 명곡과 새로운 창작곡, 그리고 참신한 플루트 협주곡으로 구성된 이번 연주곡목은 클래식 초보자나 마니아들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이상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무엇보다 독주자로 나선 플루티스트 윤혜리의 음악성과 지휘자 김진의 리더십이 조화를 이뤄 음악회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음악회의 문을 연 작품은 작곡가 정태봉의 교향시 ‘한강’으로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위촉된 작품으로 국내 창작음악 활성화를 위한 부천필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선곡이었다. 국내 오케스트라 공연무대의 대부분이 몇 백 년 전에 작곡된 고전음악 위주라는 현실을 감안해볼 때, 정기연주회 급의 비중 있는 음악회에서 새로운 창작곡을 선보이는 일은 작곡가에겐 신작 발표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청중에겐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에 무척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만하다.  
 
 
 
  
한국 전통악기인 ‘박’의 울림으로 시작된 정태봉의 ‘한강’은 흥겨운 민요와 장단이 오케스트라의 여러 악기로 표현되어 민족적 정서를 전해주었다. 특히 여러 타악기 주자들이 다양한 타악기들을 연주하며 다채로운 음향을 들려주어 인상적이었으나, 초연이니만큼 단원들이 신작에 익숙지 않은 탓인지 타악기군의 앙상블이 다소 흔들리고 다른 악기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점은 옥에 티였다. 또한 다소 긴 연주시간에 비해 교향시 ‘한강’에는 청중에게 놀라움을 줄만한 음악적 사건이 별로 나타나지 않아 전반적으로 밋밋한 인상을 준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교향시 ‘한강’에 이어 연주된 라이네케의 플루트 협주곡 역시 이번 공연에 참석한 대부분의 청중에게는 다소 낯선 작품이었을 것이다. 19세기 독일의 작곡가 라이네케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서도 유명하며 교향곡을 비롯한 여러 관현악곡을 남겼다. 그의 플루트 협주곡은 낭만주의 독일 작곡가 특유의 서정성과 진지함을 갖춘 작품이지만 처음 들으면 귀에 쏙 들어오는 선율미가 없기 때문에 다소 어려운 작품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협연자로 나선 윤혜리는 충실하고 관능적인 음색으로 도입부에서부터 청중을 사로잡았다. 1악장 서두의 목관악기 코드에 이어 플루티스트의 인상적인 도입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플루티스트 윤혜리는 음악에 완전히 몰입해 이 작품의 서정적 아름다움을 끄집어내며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녀는 동양인 관악 연주자로서는 드물게 대단히 충실하고 힘찬 톤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뛰어난 표현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이 곡에서 오케스트라의 현악기군의 연주자 수가 너무 적어 관현악 사운드가 다소 빈약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현악기군의 사이즈가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등 18세기 협주곡 연주에나 적합한 규모였던 탓인지 현악의 풍부한 아름다움이 반감되어 이 협주곡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휴식 후 연주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은 청중의 열띤 환호를 이끌어내며 이번 무대를 뜨겁게 달구었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5번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가운데서도 연주효과가 매우 뛰어날 뿐만 아니라 달콤한 선율과 탄탄한 구성을 모두 갖춘 명곡으로 국내 오케스트라가 가장 자주 연주하는 작품으로 꼽히지만, 그동안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해온 부천필은 한동안 이 교향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실로 오랜만에 차이코프스키의 유명 교향곡을 연주한 까닭인지 이 작품에 대한 청중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여러 차례의 객원 지휘를 통해 부천필 단원들과 신뢰를 쌓아온 지휘자 김진의 지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영감에 차 있었다. 작품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감각적인 음향과 리듬감을 이끌어낸 김진의 지휘는 자신감과 활력으로 가득했고 이를 따르는 단원들의 연주 역시 거침없었다. 아마도 1악장 도입부에서 어둡게 연주된 클라리넷의 운명의 테마가 마지막 악장에서 폭발적인 환희의 테마로 반전되는 순간, 객석을 메운 청중의 가슴은 한껏 고양됐을 것이다.  
 
다만 그 사이 부천필의 단원들이 다수 교체된 탓인지 부천필 특유의 정제된 사운드에 간혹 거친 음색이 끼어들기도 해서 다소 우려스러웠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단원들과 함께 거듭나고 있는 교향악단이라면 반드시 거쳐야할 하나의 과정이며, 그동안 탄탄한 기량을 쌓아온 부천필이라면 충분히 극복해나갈 문제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여러 음악회를 통해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가는 부천필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 : 최은규(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