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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리뷰]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코러스 가족오페라 마술피리(글 : 박제성_음악칼럼니스트)

  • 작성일2012-06-07
  • 조회수5150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코러스 가족 오페라 
<마술피리> 
 
 
 
 
-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코러스가 선보인 영상시대의 동화 이야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코러스가 기획한 가족 오페라인 모차르트 ‘마술피리’가 5월 31일 목요일과 6월 1일 금요일 이틀에 걸쳐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졌다. 이 어린이를 위한 ‘마술피리’는 전세계의 많은 오페라 하우스와 연극극장은 물론이려니와, 최근 국내에서도 그 상업적 인기도가 검증되어 자주 공연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이번 부천필코러스의 기획은 합창단 단원들이 직접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최고 수준의 성악적 퀄리티를 보장하는 데에서 출발했기에 더욱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입장료는 믿기 힘들 정도의 가격인 5천원 균일이었다. 이렇게 첫 날 공연인 5월 31일 저녁 시민회관 앞에는 많은 가족들이 모여들어 이 공연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보여주었다.  
 
 
 
우선 앞에 펼쳐진 무대는 다른 공연들과는 달리 대단히 간결한 이미지와 상징적인 연출로 진행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국내에서 교육과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안호원의 연출로서, 그의 경제적이고도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프로덕션이었다. 특히 빔 프로젝션 사용으로 다채로운 그래픽을 사용하여 어린이들의 관심을 잡아 끈 대목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1막에 등장하는 타미노를 위협하는 무서운 뱀과 밤의 여왕을 상징하는 눈동자, 파파게노를 상징하는 종이학, 자라스트로의 사원을 연상시키는 꽃밭 등등이 등장하여 거대한 구조물 없이도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자아냈다. 특히 타미노와 파파게노가 여행을 떠나는 대목에서 귀여운 꼬마돼지 삼형제(리브레토에서는 길을 인도하는 세 명의 천사) 그래픽이 등장하여 어린이들의 관심과 원작과의 연관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한편 무대에 원근감과 입체감을 주고자 여러 개의 대칭적인 스크린을 사용하여 단조로운 영상을 탈피하고자 한 것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건물의 기둥처럼 약간의 곡선을 지니고 있는 양 옆의 스크린과 그 안쪽으로 이미지를 나타내는 스크린이 장면마다 적절하게 배치되어 야외와 실내의 공간을 그 때마다 분명하게 나누어준다. 그리고 전체 배경과 스크린 배경에 각기 다른 영상을 쏘아 입체감과 원근감을 주는 것은 영상세대의 어린이들의 시각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반주는 왼쪽에 세 대의 전자 오르간이 담당하여 오케스트라 파트의 넓은 스펙트럼을 효과적으로 담당했고, 지휘자 서은석은 무대 밖 가운데에서 오르간들과 성악가들 사이의 호흡을 조율해 나갔다. 극 시작과 중간 중간 나레이션이 등장하여 구연동화와 같은 제스처를 곁들이며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는 한편,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한편 양 옆에는 한글 대사를 스크린으로 비추어 청중들의 이해를 도왔다. 
 
 
 
성악가들의 절창과 배역에 딱 맞는 성격표현은 가족오페라로서의 흥미를 진작시키기에 충분했다. 유일하게 외부영입한 밤의 여왕역의 소프라노 최인영의 화려한 콜로라투라는 테크닉적으로 완벽하진 않았지만 캐릭터의 성격과 극적인 긴장감을 부각시키는 데에 성공적이었고, 타미노의 이호창 역시 부드러움과 단호함을 동시에 갖춘 왕자의 성격을 무리 없이 보여주었다. 가장 인상적인 배역은 파미나역의 박지홍으로서 그녀는 모노스타투스와 파파게노와의 3중창과 슬픈 아리아 ‘아, 나의 모든 행복은’에서 깔끔함과 유머러스함, 애절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성격을 온전하게 표현해냈다. 연기 또한 안정되어 있어 희극적인 연기가 조금 아쉬웠던 다른 남성 배역들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워주었다. 멋있는 저음을 선보인 자라스트로역의 이형원도 인상적이었으며, 파파게노역의 김우석, 파파게나역의 고선애는 특히 마지막 2중창에서 액티브한 연기와 호흡 빠른 가창으로 극에 활력을 돋우며 어린이들의 거침없는 갈채를 이끌어냈다.  
 
 
 
옥의 티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 또한 눈에 띄었다. 성악진들은 무선 마이크를 통한 스피커 음향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는데, 이 소리가 상대적으로 오르간의 음향과 밸런스 문제를 일으킨 것 같다. 마이크 또한 중간 중간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어 아쉬움을 남겼는데, 당시 성악가의 본래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어보았을 때 성악가들의 목소리만 크게 발성하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홀 사운드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 같다. 대사야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니 가사이해에는 성악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다음 기획에서는 이 점을 고려해 보았으면 싶다. 또한 어린이들이 팜플렛의 내용을 수시로 읽어볼 수 있도록 객석 쪽에 미등을 켜주고 활자 크기를 조금 키워주면 보다 친절한 진행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국내의 다른 오페라 하우스에서도 ‘마술피리’를 해설이 있는 버전 혹은 오케스트라 반주용으로 자주 올리고 있다. 그 가운데 가족 오페라 버전으로는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꽤 오래 전부터 매년 ‘마술피리’를 상연하고 있다. 이들 프로덕션은 지자제 외에 대기업의 후원이나 투자를 받으며 진행한 만큼 무대 장치에 있어서도 그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티켓 가격 또한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부천 코러스의 ‘마술피리’는 저비용 투자와 낮은 티켓 가격으로도 부천시민들의 예술적 기대감에 부응하는 동시에 무대와 음악적 완성도 또한 높일 수 있다는 훌륭한 선례를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앞으로 부천만의 특징적인 레퍼토리로 다른 지역에서의 가족 오페라와 차별성을 도모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예를 들어 그림 형제의 동화를 기반으로 한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이나 재즈적인 요소가 강한 라벨의 ‘어린이와 마술’ 정도면 어린이 눈높이에 비해 고전성과 상징성이 강한 ‘마술피리’에 비해 훨씬 현실적인 설득력과 연극적인 상상력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찌 되었던 기대 이상의 수준 높은 관객의 호응도와 안정된 관람 매너를 통해 여러 모로 만족스러웠던 무대였다. 극장을 떠나는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의 환한 미소가 깊은 인상을 남긴 의미 깊은 5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글 : 박제성_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