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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리뷰]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함께 부르는 합창세상 - 소통

  • 작성일2012-11-21
  • 조회수4422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코러스 함께 부르는 합창 세상 - 소통  
 
 
 
지난 11월 13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코러스는 ‘함께 부르는 합창세상 : 소통’이라는 타이틀로 부안초등학교 유스콰이어와 소명여중 세라핌 합창단과 함께 특별한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소통’이란 주제의 연주를 한 까닭은 부천시에서 후원하고 있는 부천아트밸리 사업에 기인한다. 부천시에서는 음악을 통해 시대와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서로 소통하기 위한 통로를 모색 중인데, 부천아트밸리 예술사업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부천아트밸리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실리콘밸리 첨단기술연구단지에 붙여진 이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부천지역 인근의 학교를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즉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이 방과 후 음악활동을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즉, 부천시에서는 보면대, 방음시설, 연습실 등, 세심한 배려로 음악활동을 지원하고, 전문 음악 지도자들은 이들 학생들을 성심껏 지도한다. 이 날 공연에서는 음악교육지원을 받은 학교들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학교를 선발해 그 아름다운 결실을 부천시민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렇게 부천아트밸리 사업은 우리 한국인의 삶에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요즘 한국인들은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런 성과 이면에 각 개인은 엄청난 노력을 강요당하고 동시에 무한 경쟁의 사회 분위기로부터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매스컴은 연일 치열한 경쟁 한 가운데서 침몰하는 안타까운 삶을 포기하는 어른들, 상처받은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도한다. 필연적으로 ‘힐링’을 필요로 하는 사회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부천시가 예술 활동을 통해 사회 구성원의 치유와 교육을 목표로 하는 아트밸리사업은 특별하고 고귀하다. 유년기의 어린 학생들이 예술교육활동을 통한 정서 교육으로 각박한 현실에 대처할 수 있는 내면의 힘과 품성을 도야할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 정책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정책이 기대는 믿음은 음악에는 사회의 구성원이 무언가를 이루도록 독려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음악은 다른 예술과 같이 소비 될 뿐 아니라 음악 활동을 하거나 이를 관람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의미를 형성하도록 이끄는 잠재적 힘이 있다.  
 
이런 믿음과 꿈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코러스의 지휘자 조익현이 선택한 이 날의 레퍼토리곡에서도 드러난다. 첫 곡은 특별히 꿈을 노래하는 에릭 휘태커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비행기를 꿈꾸네>(Leonardo Dreams of His Flying Machine)이다. 가사는 르네상스기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그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실천의 내용을 담는다. “하늘이 그를 부르는 꿈을 꾸었지, 레오나르도야! 날아와! 충분히 또 적당히 큰 날개를 단 사람은 공기의 저항을 이겨내는 법을 익힐 거야” 조익현 지휘자가 던지는 자라는 꿈나무에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즉, 어린 학생들이 꿈을 꾸고 실현하는 노력을 경주하도록 건강하게 독려한다. 또한 그는 꿈을 품고 이상 실현의 아이디어를 담은 메시지를 지휘자의 작품 통찰력을 나타내고 있는 영감에 찬 지휘로 코러스를 이끌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코러스는 결코 쉽지 않은 에릭 휘태커의 음악에 나타난 고대 교회선법에 기초한 멜로디부터 현대적 기법의 음뭉치(톤 클러스터)와 불협화음의 채용 등 시대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작곡기법을 정확하게 들려주는 노련한 합창을 선보였다. 마지막 부분에서 레오나르도의 비행기는 성공적으로 이륙하고 구름사이로 사라진다. 합창단이 묘사한 바람소리의 의성어만이 무대에 남겨지며 연주가 끝난다. 마침내 불가능할듯하던 레오나르도의 하늘을 날겠다는 꿈은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꿈을 이루어낸 순간은 모두에게 얼마나 짜릿한 전율일까?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지휘자의 메시지가 던져진 순간이다. 이어진 무대에서의 애니메이션 <로봇 태권보이>는 첫 무대의 ‘고대와 현대가 만나 만들어진 이질적인 혼합물‘의 소리로 인해 다소 낯설게 감상한 관중이 코러스와 일체가 되는 순서였다. 관중은 흥미롭고 익숙한 멜로디에 박수로 화답했고 음악회장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무대는 후끈 달구어졌다. 
 
부안초등학교 유스콰이어의 무대는 명랑하면서 유쾌한 산뜻함으로 성인 코러스와는 다른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지휘자 김대훈의 세심한 리드는 합창단과 함께한 그동안의 노력의 시간이 눈에 보여 지는 듯 했으며, 합창단은 완성된 하모니로 보답했다. 첫 곡 정보형의 <함께 걸어 좋은 길>은 명랑한 율동과 순수한 감성의 표현이 탁월했다. 이어진 우효원의 <아리랑>은 합창을 위한 화려하며 신선한 편곡이 이색적인 아리랑으로 지휘자는 활력 넘치는 지휘로 단원들로 하여금 자신감 있게 표현하도록 이끌었다.  
 
소명여자중학교 세라핌 합창단은 세련되고 정선된 하모니로 성인 합창단에 버금가는 인상적인 연주를 보여줬다. 라이트풋의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은 꽤 자주 연주되는 작품인데 합창단이 얼마나 영롱한 하모니를 작품전체에서 표현해 낼 수 있는가가 쉽지 않다. 지휘자 김영주는 화려하진 않지만 순정한 소리를 다루는 작품의 소중한 가치를 합창단으로부터 잘 이끌어내 주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이번 연주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코러스와 상임지휘자 조익현, 부천아트밸리의 사업의 일환으로 부천시 산하학교의 대표합창단, 또 이들을 이끄는 전문지휘자와 (지휘자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코러스 단원들이다.) 함께한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무대에서 이들은 부천아트밸리가 지향하는 예술을 즐기고 감동할 수 있는 시민의 모습을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청중은 이들의 아름다운 소리와 노력에 박수로 화답하며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를 같이 염원하는 장을 경험한 자리였다. 문화도시 부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대한민국 전체에 아름다운 파장을 만들고 일찍이 김구 선생이 염원했던 문화국가 대한민국이 되는 순간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글 : 장영심(중앙대 출강,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