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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리뷰]부천시립합창단 동화오페라 - 헨젤과 그레텔

  • 작성일2014-06-20
  • 조회수4818
부천시립합창단 제118회 정기연주회  
동화오페라 – 헨젤과 그레텔
 
 
 
 
세월호 참사의 비극으로 온 국민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기에 새삼 그 어느 때보다도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요즈음, 가정의 달을 맞아 지난 5월 29일(목)과 30일(금) 이틀에 걸쳐 부천시민화관 대공연장에서 부천시립합창단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부천시립합창단은 작년에도 가족오페라로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무대에 올려 큰 호응을 얻은 바 있었는데, 이번에 준비한 ‘헨젤과 그레텔’ 역시 양일 모두 전 객석을 채우며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헨젤과 그레텔’은 중세의 영아 살해와 관련된 악습을 경고하는 내용의 설화를 19세기 중산층을 위해 그림(Grim)형제가 순화한 작품이다. 동화오페라로 그 명성을 확고히 한 이 작품은 독일 작곡가 훔퍼딩크(Humperdinck)가 작곡하였고, 글재주가 좋은 그의 여동생 베테(Wette)가 그림 형제의 원작동화를 각색하여 대본을 쓴 작품인데, 부천시립합창단에서 준비한 헨젤과 그레텔은 안호원 선생이 연출한 것으로 새로운 무대와 의상과 조명 등을 통해 새롭게 시도한 작품으로 재탄생되었다. 공연장으로 들어섰을 때 무대의 한 쪽 끝에 3대의 엘렉톤이 놓여 있어 3명의 연주자들이 관현악을 대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공연시간에 맞추어 지휘자가 무대 앞에 나와 인사를 한 후 무대 바로 밑 객석과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곧 이어 요정복장을 한 출연자가 무대에 등장 해 사회자로서 개그콘서트 유행어를 곁들인 익살스러운 오프닝 멘트를 통해 주 관객층인 어린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공연은 서곡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서정적인 멜로디를 담은 음악이 흘러나오다 역동적인 음악으로 돌변해 극적인 상황의 전환을 암시하더니 이내 잔잔하고 신비스런 분위기의 음악으로 마무리 되었다. 서곡에 이어 동화 속 분위기의 밝고 경쾌한 음악과 함께 막이 올랐는데, 제 1막은 ‘헨젤과 그레텔’이 그들의 부모와 살고 있는 가난한 집 안에서 펼쳐졌다. 아이들이 배고픔을 참아가며 청소도 하고 즐겁게 놀기도 하는 광경과 이를 못 마땅히 여겨 “저녁식사를 대신 할 열매를 따가지고 오라”며 남매를 밖으로 내 쫓는 어머니, 그리고 술에 취해 기분 좋게 집에 들어온 아버지가 아이들이 마녀가 살고 있는 숲으로 간 사실을 알고 당황하는 장면들이 노래와 춤으로 진행되었는데, 황급히 아이들을 찾으러 나가는 장면에서 긴장감을 주는 격정적인 음악으로 제1막이 끝나게 된다.  
제 2막은 숲 속에서 벌어지는 장면들로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의 무대를 배경으로 이어져 나갔다. 아이들이 열매를 따며 즐겁게 노래하다가 날이 저물어 두려워 떠는 장면, 잠의 요정이 나타나 아이들을 다정하게 잠재우는 장면, 헨젤과 그레텔이 두 손을 모으고 아름다운 ‘잠의 노래’를 2중창으로 부르는 장면들로 이루어졌다.  
제 3막은 동화 속 신비의 세계를 보여주는 듯한 환상적이고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화려한 무대가 나타났다. 헨젤과 그레텔이 온갖 빵과 과자와 사탕들로 만들어진 숲 속의 집을 발견하고 놀라워 하지만 이내 마녀에게 붙잡혀 잡아먹힐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기지를 발휘해 마법에서 풀려나 마녀를 화덕에 밀어 넣고 위기에서 벗어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였다. 그리고 결국 이들을 찾아 나선 부모와 다시 만나 함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춤을 추며 웅장하고 감격에 찬 합창을 노래함으로써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공연이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오페라로 크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해하기 쉬운 줄거리 진행과 간결하면서도 세밀하게 기획한 연출가의 연출 능력과 공연장 자체의 제한된 공간적 여건 속에서도 안정감 있게 음악을 이끌어 간 지휘자의 능력에 각 배역의 캐릭터가 고려된 것으로 보이는 출연자들의 잘 맞는 호흡과 열심히 준비한 흔적들이 함께 어우러져 얻어진 성과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공연이 끝난 후 로비에서 출연진과 함께 어린이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한 것도 주최 측의 세심한 배려와 노력으로 여겨진다. 반면에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면, 우선, 극적인 상황 전개에 따른 효과가 다소 밋밋하게 처리되어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도 예산적인 부분과 공연장의 여건 자체에 그 원인이 있었을 법도 하다. 출연자들의 연기나 대사처리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관객층이 어린이들이었다는 점에서 때로는 다소 과장되고 웃음의 포인트를 적절히 구사하는 시도가 있었다면 더 큰 감동과 재미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고, 헨젤과 그레텔이 서로 주고 받거나 함께 2중창을 노래하는 부분에서 약간의 불안정한 요소도 눈에 띄었다. 또한 노래를 통해 대사를 전달함에 있어서 음악의 강세나 음의 고저, 그리고 아티쿨레이션이 우리말 가사와 어울리지 않아서 어색하게 들리곤 했는데, 어쩔 수 없는 번역상의 문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마녀가 연기력과 가창력을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충분히 표현하고 뉘앙스적 표현들을 잘 살려서 관객들을 몰입시킨 것은 특히 칭찬할 만하다. 더불어 공연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을지 모르나 공연 전과 공연 중간에 내보낸 안내 멘트가 어린이들에게 공식적인 전문용어나 영어표현으로 전달된 점은 조금 아쉬웠다.  
 
 
 
이번 공연의 성공에 이어 앞으로도 부천시립합창단이 선보일 가족음악회 시리즈가 부천 시민들의 큰 사랑을 얻으며 거듭 성장해가는 음악회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글_차영회(협성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