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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완벽한 부활. 단 에어컨 소음만 빼고

  • 작성자*
  • 작성일2006-07-10
  • 조회수7375
2006년 7월 8일 토요일 오후 5시. 나는 부천필의 말러 교향곡 2번(일명 부활) 연주회장에 있었다. 지하철 1호선 중동역에서 내려 아파트 공사판 현장를 지나 약 15분쯤 걸어가니 시민회관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좀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있는 듯 싶었지만, 그래도 산속에 처박혀 찾아가기 힘들게 만들어 놓은 서울 예술의 전당보다는 낫다.  
 
예매표를 교환하고 미리 부탁한 포스터를 받고(고맙습니다) 시간이 남아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시며 팜플렛을 읽었다. 이미 익숙한 이야기인 부천필과 말러의 인연이 소개되어 있었다. 이미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여 유명해진 부천필, 더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시간이 되어 연주회장에 들어섰다. 장애인을 배려한 좌석배치나 생각보다 깔끔한 분위기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정작 연주가 시작되자 몇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음향에 문제가 있었다. 소리가 더욱 강력하게 와닿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거슬렸던 것은 에어컨 소음. 물론 덥기때문에 당연히 에어컨을 틀어놓아야 했겠지만, 그렇게 큰 소음이 난다면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 마치 내 옆자리에 대형 선풍기를 틀어놓고 연주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1악장과 5악장은 압도적인 사온드로 에어컨 소음을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2악장같이 세밀하게 음악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물론 연주자체는 나무랄 데 없었다. 왜 부천필이 말러에 강한지를 다시 한번 알려주는 연주회였다. 연주가 끝나고 브라보와 박수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앵콜이 없었던 것도 내게는 만족스러웠다. 말러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연주였다. 마지막으로 부천필 전용 음악당이 빨리 세워지기를 바란다.  
 
뒷 이야기.  
 
동네 연주회같은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입장료가 그다지 비싸지 않다는 점(만 원에서 삼 천원)때문에 부담없이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던 듯. 그 중에는 못말리는 말러리안들도 잔뜩 있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