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클래식+

음악회에서 박수 잘 치는 법

  • 작성일2009-08-03
  • 조회수7488
한 20년 전만 해도 부천 시내에서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공연을 감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좀 들을만한 음악회에 가려 해도, 먼 길을 고생해가며 서울의 공연장을 찾아야 했으니 부천시민들에게 ‘클래식 음악회’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으리라.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1988년 부천필의 창단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 부천시민회관을 비롯한 부천시내의 공연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공연으로 들썩이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국내 정상의 부천시립합창단을 소유하고 있는 부천시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인 것이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이런 좋은 공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지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들이 있다. 클래식 음악회에 가려면 뭔가 격식을 차려야 한다거나, 클래식 음악은 아주 어려운 것이라는 잘못된 편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막연한 선입견 때문에 인류가 남긴 위대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가 시작된다. 첫 번째 곡이 끝나고 감동한 나머지 열심히 박수를 친 B씨. 그러나 두 번째로 연주된 협주곡에서 독주자의 아름다운 솔로에 반해 곡이 끝나자마자 박수를 치다가 그만 혼자 박수 솔로(?)를 하고 말았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왜 아무도 박수를 안치는 걸까?”  
 
아마도 클래식 음악회에서 가장 곤혹스럽게 생각되는 것이 바로 박수를 언제 쳐야할지 모른다는 것이리라. 어떤 경우에는 한 곡이 끝나면 박수를 치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한곡이 끝났는데도 아무도 박수를 안치는 바람에 B씨와 같이 무안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하면 음악을 잘 모르더라도 혼자 박수 솔로를 하는 실수는 면할 수 있다. 음악회 프로그램을 잘 보고 연주될 곡이 몇 악장으로 되어있는지를 미리 체크해두면 되는 것이다.  
 
음악회에 가면 반드시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말아야한다고들 하는데, 이때의 ‘악장’이란 하나의 음악작품을 구성하는 낱낱의 짧은 곡들을 뜻한다. 어떤 작품이 몇 악장으로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음악회 프로그램을 잘 보면 나와 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고 하자.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 작품 43  
J. Sibelius Symphony No.2, op.43  
 
Allegretto  
Tempo andante  
Vivacissimo  
Allegro moderato  
 
프로그램을 보면 작품명 밑에 Allegretto나 Allegro 등의 각 악장 별 악상기호가 나오게 되는데, 위의 경우에는 모두 네 개다. 그렇다면 이 곡이 4악장으로 된 교향곡이라는 뜻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프로그램에 이렇게 나와 있는 경우도 있다.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J. Sibelius 「Finlandia」op.26  
 
이 경우에는 작품명 밑에 악상 기호가 나와 있지 않은데, 그것은 이 작품이 악장 구별이 없이 연주되는 작품임을 뜻한다. 이럴 경우에는 곡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큰 박수를 치며 연주자들에게 감사를 뜻을 전하면 된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굳이 악장 사이의 박수를 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청중이 음악을 들으며 그때그때 느낀 음악적 감동을 표현한다는 것은 연주자들에게 무척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을 깊이 감상하고 음미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각 악장의 흐름을 박수로 깨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는 있다.  
 
사실 클래식 음악공연이 대중적으로 보편화되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이처럼 악장 사이의 박수를 금하지 않았다. 이러한 관습이 보편화된 것은 20세기 들어서였다.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말자고 처음으로 제안했던 사람은 20세기 전반의 뛰어난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였는데, 그는 각 악장 사이마다 박수를 치게 되면 전체적인 곡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그의 연주회에 온 청중들을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도록 훈련시켰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지휘하는 음악회 때마다 이러한 규칙을 청중에게 주입시키고 널리 전파하여 악장 사이의 박수를 금하는 전통음악회에서 지켜야할 하나의 관습으로 정착되었고, 오늘날까지도 한 작품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연주자들이 음악에 계속 집중할 수 있도록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음악회에서 이런 형식이나 관습을 너무나도 부차적인 문제다. 사실 음악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입견 없는 열린 마음이며, 바로 이런 마음으로 음악을 잘 듣다보면 어느 순간 음악이 우리 안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전글
처음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음악용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심포니오케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