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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사] 교향곡의 역사

  • 작성일2009-08-03
  • 조회수13177
초기 교향곡은 ‘신포니아’라고도 불리는 이태리 서곡으로부터 탄생했다. 이태리의 작곡가 알렉산드로 스카를라티에 의해 확립된 이태리 서곡은 빠름-느림-빠름의 3부분으로 되어있으며, 각 부분들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태리 서곡을 뜻하는 신포니아라는 말은 다양한 음이 서로 어울려서 울린다.라는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로서 음악 자체의 개념을 포괄하는 뜻을 지닌다. 교향곡(심포니)이라는 용어는 우연히 창안된 것이 아니라 바로 신포니아라는 이태리 말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또한 교향곡이라는 장르의 발생 자체도 신포니아의 음악적 구조로부터 파생되었다.  
 
신포니아로부터 교향곡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주로 오페라의 도입 음악으로 사용되었던 신포니아에는 청중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매우 효과적인 작곡기법이 사용되었다. 당시 인기 있었던 희극 오페라의 흥미 있는 내용을 암시하듯, 강약의 대비를 극대화하여 변화를 주고, 템포를 고조시키고 생동감 있는 리듬을 사용하여 활기 찬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빠름-느림-빠름-의 세 부분은 템포 뿐만 아니라 음악적 내용 면에서도 강하게 대비되었고 독립되어 있었다. 이렇듯 음악적 내용이 충실해진 신포니아는 오페라로부터 떨어져나와 연주회에서 단독으로 연주되기도 했다. 그래서 오페라의 도입 음악이 아닌 독립된 하나의 악곡으로서의 신포니아, 즉 연주회용 신포니아가 작곡되기 시작했다. 연주회용 신포니아는 음악적으로 충실하고 독립성 지닌 각 분분들이 여러 개의 악장으로 나누어지면서 점차 교향곡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초기의 교향곡은 연주회용 신포니아로부터 서서히 발전되어, 독일 만하임 악파의 중심 인물인 슈타미츠가 마지막 악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미뉴에트를 첨가하게 되면서부터 교향곡의 4악장제가 확립되고, 18세기의 로코코 양식과 감정 양식을 거쳐 하이든과 모차르트에 이르러 고전주의 교향곡의 완성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740년 이후부터 독일 교향곡 작곡의 중심지는 만하임과 비엔나, 그리고 베를린이었다. 만하임 악파의 창시자는 슈타미츠로서 그가 지휘하는 만하임 관현악단은 가장 여린 pp로부터 가장 큰 ff에 이르는 강약의 넓은 영역과 급격한 크레센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음향으로 인해 전 유럽에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비엔나 악파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작품들의 직접적인 배경을 이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몬과 바겐자일이 대표적인 작곡가들로, 그들의 음악은 전형적인 비엔나풍의 유모를 지니며 유쾌하다. 베를린 또는 북독일에서 주로 활동한 교향곡 작곡가들은 교향곡에 있어서 3악장 구조를 고집하고 한 악장 안에 날카롭게 대조되는 주제들을 도입하기를 꺼렸다는 점에서 보수적이었다. 반면 대위법적 요소로 교향곡의 텍스추어를 풍부하게 하고 진지하며 극적인 양식을 발전시켰다.  
 
고전주의 교향곡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에 의해 완성된다. 하이든의 교향곡은 매우 독창적인 것으로, 느린 서주부 도입, 참신한 선율과 혁신적인 전조등이 사용되었으면서도 고전적인 논리성과 통일성을 갖추고 있다. 그가 남긴 104 개의 교향곡들 중 초기의 40개 교향곡들은 바로크적인 콘체르탄테 양식을 보여준다. 1770년대에 작곡된 교향곡들 중에는 단조가 많이 포함되어 질풍노도의 시대 사조가 반영되었다. 80년대에는 6개의 파리 교향곡(82-87)이 작곡되었고, 90년대에는 하이든 교향곡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12개의 런던 교향곡(93-104)이 작곡되었다. 하이든의 런던 교향곡의 악곡구조, 악기편성, 표현 및 내용은 전성기 고전 기악적 성격을 절정에 도달케 했으며 동시에 베토벤 교향곡의 출발점이 되었다. 모차르트의 초기 교향곡들은 하이든의 것들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짧고 단순하지만 그의 후기 교향곡들은 매우 길고 복잡해진다. 1788년 여름 동안 작곡된 마지막 세 개의 교향곡들은 모차르트가 이룩해놓은 업적의 절정을 장식하는 곡들로, 특히 40번은 낭만주의적 성격의 감정적 긴박감을 포함하고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들은 그의 개성적 양식의 발달과정을 잘 보여주는 곡들이다. 베토벤의 양식적 발달의 핵심에는 한 악장의 구조를 외적인 형식으로 보기보다는 내용을 구성하는 하나의 원리로 보는 견해가 깔려 있다. 베토벤은 작품 전체에 새로운 통일성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악장의 단일한 동기를 다른 악장에도 재출현시키는 방법으로 교향곡을 쓴 최초의 작곡가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제 5번 교향곡으로 동기의 재출현과 다양한 발전기법에 의해 순수음악적 통일성을 얻은 작품이다. 반면에 제 6번 교향곡은 주제의 내용으로 얻어지는 일관성으로 작품 전체가 유기적 통일성을 이룬 작품이다. 마지막 제 9번 교향곡은 당대의 다른 교향곡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반면 혁신적인 낭만주의 교향곡들과는 여러 면에서 유사하며 특히 브루크너와 말러와 같은 19세기말의 작곡가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 곡이다.  
 
교향곡은 고전시대에 이어 19세기 지속적으로 청중과 작곡가의 애호를 받던 장르였다. 19세기 교향곡(교향적 작품) 작곡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분될 수 있겠지만 베토벤이 제시한 두 가지 길을 따라 발전해 나간 것으로 보는 학자가 많다. 하나는 4번, 7번, 8번 교향곡에서 시작되어 표준적 고전 형식에 의한 절대음악의 방향이요, 다른 하나는 5번, 6번, 9번 교향곡에서 시작되어 관습적 형식을 벗어나는 여러 가지 형식의 표제음악의 방향이다. 19세기 교향곡은 전통적 양식에 따른 순수 음악적 교향곡과 음악외적 아이디어를 접목한 표제교향곡으로 이분화되었다.  
고전적 전통을 이어받은 슈베르트는 서정적 선율과 독창적 화성으로 초기 낭만주의 교향곡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는 총 8 개의 교향곡을 썼다. 멘델스존은 초기에 11개의 현악교향곡을 썼고, 그 후 5개의 서정적인 교향곡을 발표했다. 슈만은 서정적 성격을 지닌 4개의 교향곡을 썼는데, 이 작품들에는 낭만적 관현악 음향과 고전적 장르의 전통을 화합하려는 슈만의 개성적 양식이 잘 드러나며 새로운 악장구조도 보인다. 브람스는 고전적 전통과 접목한 4개의 교향곡을 통해, 50년대 이후 끊어진 교향곡 장르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브람스와 더불어 19세기말 교향곡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브루크너는 그의 9개 교향곡을 통해 절대음악적 태도와 주관적 표현의지를 보여주면서, 진보파(바그너, 리스트)와 낭만적 고전파(브람스)의 중간적 위치를 차지한다. 한편 차이코프스키는 유럽의 교향곡 전통과 러시아의 색채감을 결합시킨 감상적인 6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음악 외적 아이디어를 작품에 도입하는 표제교향곡, 교향시, 음악회용 서곡 등의 표제음악은 과거의 어느 때보다 19세기에 발전되었다. 그 중에서도 표제교향곡은 전통적 순수 교향곡의 반대 경향으로, 19세기 교향곡의 흐름을 주도했으며, 베를리오즈와 리스트에 의해 발전되었다. 표제교향곡의 대표적인 작품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으로 전통적 형식을 바탕으로 고정상념 기법과 새로운 관현악법을 사용하여 실연한 젊은 예술가의 정신적 방황을 음악적으로 묘사했다.  
 
세기 전환기의 대표적인 작곡가 말러는 장대하고 형식이 복잡한 표제적인 교향곡을 통해 고전, 낭만 교향곡의 전통을 극대화시켰으며, 동시에 개성적인 형식과 기법으로 교향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말러 교향곡에 나타난 대규모 편성과 악장의 확대는 전통적 교향곡의 대형화를 보여준다. 또한 그의 교향곡에는 가곡의 서정성이 반영된 것이 특징이며, 집단적인 소리보다는 선율의 명료함 속에서 색채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대조를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대지의 노래’를 통해 가곡과 교향곡의 두 장르를 혼합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