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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사] 실내악의 역사

  • 작성일2009-08-03
  • 조회수10065
‘실내악’이란 일반적으로 말해서 작은 그룹의 연주자들을 위해 쓰여진 음악을 말하는데, 보통 한 성부에 한 연주자가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음악을 말한다. 실내악은 관현악과 비교할 때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우선 연주자 수가 소규모이고 각 악기들이 각각의 성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그 개념과 효과가 서로 다르다. 오케스트라에서 음색과 다이내믹의 커다란 대비가 가능하다면, 실내악에서는 이런 대비는 다소 한계가 있더라도 각 악기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화를 통해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넓은 의미의 실내악은 하나 또는 두 연주자를 위한 음악을 모두 포함하기도 한다. 18세기 후반에는 교향곡 뿐 아니라 실내악도 매우 발전했는데, 이는 아마츄어 음악가들이나 전문 음악가들이 부유한 집의 음접실이나 집안의 정원에서 연주하기를 즐겼기 때문이다. 작은 그룹의 현악기들을 위한 작품이 특히 인기가 있었으며, 그 대표적 형식이 현악4중주이다.  
 
가장 초기의 표준화된 실내악 그룹은 바로크 트리오 소나타와 독주 소나타이다. 트리오 소나타는 이름이 암시하는 것과는 달리 4명의 연주자를 필요로 한다. 즉 2명의 독주자와 건반악기, 그리고 베이스를 보강하는 저음 악기이다. 독주 소나타는 독주 악기에 계속 저음 반주가 붙는 형태로 1700년 이후에 대중화되었고,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도 나타났다.  
 
고전주의 음악에 이르러 합시코드를 계속저음 악기로 사용하는 관례는 점차 없어지고 중간 성부들 역시 작곡된다. 그래서 단지 화성을 채우는 역할만 맡았던 비올라가 중요해지고, 합시코드가 빠지면서 순현악곡의 형태가 되어 고전주의 현악 4중주 형태가 확립된다. 현악 4중주는 독자적인 4 개의 악기로 구성되었으므로 독립적인 대위선율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 화성적 효과를 나타내기에 적절한 매체였으므로 조성음악 시대의 대표적인 실내악 장르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현악 4중주와 다른 작은 규모의 현악 앙상블 작품들의 전체 구조와 개별 악장의 형식들은 교향곡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여, 둘 다 소나타 개념에 의거하며 4악장 구조를 지닌다.  
 
하이든 곡을 포함하여 많은 초기 현악 4중주들은 디베르티멘티라 불렸으며 악장 연결은 ‘세레나데’와 유사한 5악장 또는 그 이상의 악장 수를 갖기도 했으나, 점차로 현악 4중주는 좀 더 진지한 음악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다. 하이든은 70여개의 현악 4중주곡을 남겼으며 베토벤은 현악 4중주를 그의 가장 심오하면서도 난해한 음악적 아이디어들을 표현하기 위한 실험 매체로 활용했다. 그의 초기 현악 사중주 작품 18에는 고전주의 전통이 나타나며 ‘라주모프스키’에게 헌정된 작품 59는 베토벤 현악사중주의 성숙한 양식을 대표하는 곡들이다. 작품 130 이후의 후기 현악 사중주는 선율적, 동기적, 조성적 관계에서 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그의 후기 현악 사중주는 다성음악의 전통과 소나타 악장의 극적인 면, 새 시대의 시적인 내용을 실내악의 집중적인 형식에 결합시킴으로써 그 수준이 너무 높고 난해했으며 파격적인 형식 구조를 보여준다.  
 
실내악 양식은 많은 19세기 낭만파 작곡가들의 기질에 맞지 않았다. 피아노 독주곡이나 가곡이 갖는 친근하고 개성적 표현이 부족하기도 했고, 관현악의 다채로운 색채와 압도적 음향을 갖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철저한 낭만주의자들이었던 베를리오즈나 리스트, 바그너가 실내악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19세기에 이 매체에 의한 최선의 작품들이 고전적 전통에 가장 가까웠던 작곡가들, 일차적으로 슈베르트와 브람스, 이차적으로 멘델스존과 슈만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슈베르트의 실내악곡들은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모범을 따르는 것으로 고전적 순수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실내악 작픔으로는 현악4중주들과 현악5중주 「송어」, 8중주, 그리고 후기의 최대 걸작 현악5중주가 있다. 멘델스존은 현악4중주를 비롯해서 많은 실내악곡들을 남기고 있지만 현악8중주의 독특한 스케르쪼와, 자주 연주되는 피아노 삼중주를 제외하고는 그의 관현악 작품에 비해 흥미를 끄는 것은 없다. 슈만의 주된 실내악 작품들은 1842년에 작곡되었는데, 그 중에서 특히 피아노 5중주는 낭만적 양식의 가장 성숙한 면모를 보여준다. 브람스는 19세기 실내악 작곡가 중 거인이며 모두 24곡의 실내악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첫 완숙기의 절정을 피아노 5중주이며, 현악6중주와 말기의 피아노 삼중주, 그리고 클라리넷 5중주가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