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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의정부 초청연주회를 마치고...

  • 작성일2005-01-24
  • 조회수8802
지난 1월 22일 오후 5시에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부천필의 신년음악회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습니다. 객석은 부천필의 연주를 들으려는 사람들로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차있었고, 단원들도 최상의 컨디션과 집중력으로 좋은 연주를 펼쳐보여서 객석에서 지켜본 제 마음도 무척이나 흐뭇하더군요. 
 
그날 저의 본격적인 일과는 오전 11시 반 임헌정 선생님 댁 앞에서 시작됐습니다. 배석원 총무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임헌정 선생님과 근처에 사는 단원 한 명, 그리고 저, 이렇게 넷이서 의정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초행길인데다 지도가 정확치 않아 중간에 길을 잘못 들기도 했지만, 무사히 올바른 길을 찾아들자마자 점심시간이라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더군요. 때마침 벽제를 지나다가 벽제갈비가 유명하단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말을 들으신 임선생님께선 대낮부터 벽제갈비로 한턱내시겠다고 하시지 뭡니까.^^  
해가 잘 들고 앞뜰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방안에 둘러앉아 선생님 그리고 단원들과 함께 맛있는 점심을 함께 하며 담소를 나누는 그 시간, 정말 편안하고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식사를 맛있게 하시는 선생님 모습을 뵙는 것이 참 좋았죠. 오늘 힘내셔서 멋진 음악을 들려주실 것 같은 예감도 들면서... 
 
여유 있게 식사를 마치고 의정부예술의전당으로 향한지 한 30분이 지나자 마침내 말로만 듣던 의정부예술의전당의 멋진 모습이 보이더군요. 역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극장이라 그런지 깨끗하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리허설 내내 객석 구석구석 자리를 옮겨 다니며 음향 체크를 해보니, 역시나 전용음악홀이 아닌 다목적 홀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나긴 하더군요. 오페라나 뮤지컬 등을 할 때 사용하게 되는 오케스트라피트 자리 때문에 관객과 연주자 사이가 멀어져서 전달력이 떨어지고, 무엇보다도 잔향이 너무 적어서 현악기 솔로가 나올 때 특히 소리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 큰 약점이었습니다. 홀의 1층 오른쪽으로 가면 그나마 바이올린 소리가 잘 들리고, 첼로섹션의 악기들을 좀더 청중 쪽으로 했을 때 울림이 그나마 나아지긴 했지만, 왼쪽 구석으로 가면 현악 섹션이 현저히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관악기가 꽝꽝 울려대는 곡이 아닌 경우에는 일단 소리 자체가 청중을 압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쩐지 신통치 않게 들린다는 게 정말 안타깝더군요. 그래도 2층은 의외로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연주 때 2층 가장자리 앞쪽에서 들었는데, 소리가 오히려 더 잘 나오고 무대 쪽이 가깝게 잘 보여서 연주 감상하기에는 2층이 오히려 더 보는 즐거움이 있어서 더 좋더군요.  
 
항상 그러시지만, 임헌정 선생님은 현파트를 앞으로 뺐다가 뒤로 집어넣었다 하시면서 최적의 음향조건을 얻기 위해 음향에 신경을 쓰셨습니다. 공들여 연습한 음악이 지금의 이 상황에서 가장 훌륭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신경을 쓰시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철저한 장인정신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선생님께 도움을 드리고자 열심히 왔다갔다하며 음향 체크를 해보았으나, 여전히 현악 섹션이 빈약하게 들리고 밸런스가 좋지 않아서 조금 걱정되더군요. 하지만 현악기의 가냘픈 소리를 아름답게 울려주지 못하고 잔향이 금방 잡아먹는 그런 여건 속에서도, 두 사람의 솔로는 아주 좋아서 연주 때는 ‘시인과 농부’의 첼로 솔로 끝부분에선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리허설이 끝난 후 대기실은 무척 건조했습니다. 악기의 컨디션이 무척 걱정되더군요. 이럴 때 현악기 줄은 내려가고, 무대 나가서 라이트 받으면 관악기 음정은 마구 올라갈텐데, 과연 완벽한 화음이 나오게 될지 내심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첫 곡으로 연주한 슈트라우스의 ‘박쥐’ 서곡은 리허설 때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역시 연주를 많이 해본 곡은 티가 나더군요. 리허설 때 앙상블이 좀 흐트러져서 걱정했었지만, 역시 우리 단원들 무대 체질인가 봅니다. 우려했던 도입부는 깨끗하게 잘 맞았고, 임헌정 선생님의 약간 여유 있는 템포로 안정감을 얻은 리듬을 타고 왈츠의 맛이 잘 살아났습니다. 마지막 섹션에서 좀 더 가속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충분히 화려한 연주였어요.  
그날 선생님의 템포가 유난히 여유 있었던 것은 아마도 의정부 가는 길에 들었던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의 ‘박쥐’를 들은 탓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클라이버의 미친 듯 빠른 템포에 놀라 기가 질려있던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이런 템포로 하다간 다 거짓말해야하는데.” 선생님께선 아마도 우리가 음을 제대로 안내고 거짓말로 휙휙 날림 연주를 할까봐 배려를 하신 모양입니다.^^ 
 
서곡에 이러 차례로 연주된 베토벤 로망스와
첨부파일
P109004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