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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19일 부천필을 지휘하게될 커크 머스프라트

  • 작성일2005-03-14
  • 조회수8265
어제 공항에서 지휘자 커크 머스프라트 선생님을 픽업했습니다. 3월 19일날 지휘하시게 될 커크 선생님은 이미 두 차례나 부천필을 지휘하신 적이 있지만, 워낙 오래전 일이라서 혹시 얼굴을 못알아볼까봐 걱정했었어요. 하지만 역시나 특이한 외모 덕분에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달려갔지요. 
 
그사이 연륜이 느껴지는 체형(?)으로 변모하시긴 했지만, 여전히 그 특이한 헤어스타일과 특유의 언변으로 호텔까지 가는 차 안에서 지루한 줄을 몰랐어요. 쉴 새 없이 터지는 질문과 궁금증.. 역시 그 성격은 여전했습니다.^^ 
 
이미 이 공연을 위해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메일 한 통 당 10가지 이상의 질문을 제게 적어보내신 바 있는데, 질문의 내용인 즉, 파트보의 레터 넘버를 보내달라, 협연자가 쓰는 카덴차 악보를 팩스로 보내달라는 등의 음악적 질문을 비롯하여, 호텔에 110볼트 용 어댑터가 있느냐, 단원들의 영문 명단이 있느냐, 한국에서 쇼핑하기 좋은 곳이 어디냐 등등 매우 다양해서 그 많은 질문에 일일이 토를 다느라 애를 먹었지만, 어제 직접 뵈니 정말 재미난 분이었습니다.  
 
지금 현재 노스웨스트 인디애나 심포니오케스트라와 뉴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계신 커크 선생님은 하루에 베토벤 교향곡 전곡연주를 하며 놀라운 체력을 과시했던 경험담도 들려주시더군요. 오후 4시에 시작해서 밤 11시 쯤 베토벤 9번을 지휘했다니, 정말 어마어마한 마라톤 연주회라 하겠습니다. 오케스트라를 1, 2로 나눠서 교대로 연주했다고는 하지만, 지휘는 계속 커크 선생님 맡아서 했다는데, 거의 체력장을 방불케하는 연주회죠? 연주 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듣는 사람도 꽤 힘들었겠어요. 아마도 진정한 베토벤 마니아를 가려내는 시험장이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다른 재미난 에피소드도 들려주시더군요. 얼마 전 발렌타인 콘서트 때 전반부 프로그램을 청중들이 직접 고르게 하는 연주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그 방법은 세 곡의 작품 중 첫 부분을 약간 들려주고 청중의 호응도에 따라 가장 반응이 좋은 곡을 연주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연주회를 하려면 연주할 곡들을 10곡 쯤 준비했다가 청중들에게 선택하게 해야하니까 준비 기간이 좀 필요하긴 하겠지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되더군요. 
 
발렌타인 얘기가 나왔길래 미국에서도 화이트 데이를 기념하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처음 듣는다고 하더군요. 한국에만 있는 화이트데이의 풍습에 대해 얘기해줬더니, 연습할 때 단원들에게 화이트데이날 뭘 받았냐고 물어보시겠다는데..^^ 
 
참으로 감사하게도 이번 19일 공연 30분 전에 로비에서 진행되는 콘서트가이드 시간에 커크 선생님께서 직접 pre-concert lecture를 진행하시겠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고 있는 프리콘서트의 경험이 많으실테니 몹시 기대가 되는군요. 
 
3월 19일 부천필의 모차르트와 멘델스존 공연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