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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 작성일2006-11-24
  • 조회수8482
[최은규 음악에세이]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지난 11월4일 부천시민회관에서 공연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관람했다. 경기도문예회관협의회 주최로 제작된 이번 오페라는 국내 최고의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참가하고 입장권도 저렴해서 제작 초기부터 깊은 관심을 모은 바 있었지만, 솔직히 시민회관의 무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과연 이곳에서 오페라 상연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객석에 입장하자마자 높아진 무대와 넓은 오케스트라 피트가 눈에 들어왔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오페라 감상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놓은 제작진들의 노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연주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고 연주하는 출연진들의 열연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가인 지휘자 김덕기가 이끄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단연 돋보였다. 정식 오페라극장이 아닌 탓에 음향은 매우 건조했지만, 부천필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사운드로 표현된 푸치니 음악 특유의 서정적이고 달콤한 선율선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또한 주역을 맡은 성악진은 국내 중견 음악인들로 구성된 드림팀이었다. 특히 ‘나비부인’ 초초상 역의 소프라노 김유섬은 안정되면서도 힘 있는 가창과 드라마틱한 표현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 배역을 자신감 있게 소화해내면서 그날 공연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거 미스사이공이랑 내용이 똑같네?” 중간 휴식이 시작되자 옆 좌석의 관람객들이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올해 뮤지컬계의 최대 이슈가 되었던 <미스사이공>을 이미 관람했던 분들인 모양이다.  
사실 <미스사이공>의 원작은 오페라 <나비부인>이다. 강대국의 남자와 약소국의 여자 사이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도 모두 똑같다. 다만 <미스사이공>의 배경은 일본이 아닌 베트남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 소녀 킴은 미군인 크리스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급히 철수하는 미군을 따라가려던 그녀는 전쟁의 아비규환 속에서 미국행 헬리콥터를 타지 못한 채 베트남에 남아 크리스의 아이를 키우고, 나중에 크리스의 미국 부인을 만난 후 좌절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흥미롭게도 <미스사이공>의 한국 연출을 맡은 연출가 김학민은 이번 <나비부인> 공연에서 다시 한번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이번 <나비부인>의 연출을 통해 서양인의 시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리엔탈리즘을 최소화하는 한편 극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연출로 청중의 호응을 얻었다. 
지난 주말 부천의 음악애호가들을 즐겁게 해준 <나비부인> 공연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콘텐츠가 부족한 경기지역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의 오페라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무대였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으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