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리뷰

관현악을 발전시킨 악기, 바이올린

  • 작성일2006-11-24
  • 조회수8541
[최은규 음악에세이] 관현악을 발전시킨 악기, 바이올린 
 
11월 들어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이어졌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와,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독일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공연 등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던 행복한 한 달이었다. 특히 세계 최고(最古)의 교향악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에서도 공연을 해, 지난 19일에는 부천의 음악애호가들도 베토벤과 브람스의 교향곡을 정통파 연주로 접할 수 있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설립된 1548년은 서양음악사로 보면 르네상스 말기에 해당하는데, 이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출현한 시점과 거의 비슷하다. 물론 바이올린이 나타나기 이전에도 기악 합주음악은 있었지만, 이 매혹적이고도 강한 현악기가 없었다면 이처럼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은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유연한 곡선미와 정교한 모양을 지니고 있어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공예품이기도 한 바이올린은, 섬세한 떨림으로부터 강건한 톤에 이르기까지 놀랄 만큼 다양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어 수많은 음악가들이 이 악기를 위한 뛰어난 명곡들을 작곡했고 바이올린으로 인해 새로운 형식의 음악이 생겨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현악의 주인공은 ‘비올’(viol)이었다. 바이올린과 비슷하게 생긴 이 악기는 크기와 음색에 따라 테너 비올, 베이스 비올, 비올라 다 감바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음량은 매우 약하고 섬세하다. 부드럽고 가냘픈 음색을 지닌 비올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실내악 연주에 자주 사용됐지만, 바이올린의 출현으로 점차 쇠퇴 일로를 걷게 되었다.  
과연 누가 이토록 훌륭한 현악기를 발명해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16세기 즈음 바이올린은 우리 앞에 나타났다. 단풍나무로 된 뒤판의 화려한 나뭇결과 앞판에 뚫린 섬세한 f자 울림구멍, 정교하게 조각된 스크롤의 섬세한 마무리까지, 그 모양만으로도 명품이다. 여기에 강하고 충실한 음색까지 갖춘 이 놀라운 악기는 신의 선물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완벽하다.  
16세기부터 작곡가들은 이 아름다운 악기에 홀려 너도 나도 바이올린을 위한 다양한 음악을 작곡했고, 바이올린은 독주와 합주 음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악기로 부상했다. 바이올린이 있었기에 17세기 바로크 시대에 바이올린협주곡이 유행했고 비발디의 ‘사계’와 같은 명곡이 쏟아져 나왔다. 바이올린이 있었기에 파가니니와 하이페츠 같은 바이올린의 귀재가 나타나서 바이올린의 기교와 음악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바이올린이 있었기에 대 편성 오케스트라가 조직되고 수많은 관현악 명곡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곡선과 다채로운 톤을 지닌 이 가냘픈 악기는, 알고 보면 서양 고전음악의 역사를 주도한 거물이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으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