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리뷰

환희의 선율, 베토벤의 ‘합창’

  • 작성일2007-01-19
  • 조회수9509
[최은규의 음악에세이] 환희의 선율, 베토벤의 ‘합창’ 
 
해마다 연말이 되면 갑자기 자주 연주되는 클래식 음악이 있다. 바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과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다. 요즘은 이런 경향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연말이 되면 ‘합창’과 ‘메시아’를 연주하는 음악회가 많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교향곡의 합창 파트에 5천명의 음악애호가들이 함께 부르는 특별한 이벤트도 있다고 한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연말에 연주되는 까닭은 아마도 4악장에서 실러의 시에 붙인 ‘환희의 송가’의 인류애 정신이 연말의 축제 분위기와 어울리기 때문이리라. 온 세상이 하나로 화합한다는 내용의 ‘합창’ 교향곡은, 유난히도 불행과 고통을 많이 겪었던 베토벤의 작품이었기에 더욱 더 사람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음악가로서 청력 상실이라는 어마어마한 고통을 감내해야했던 베토벤은 이 교향곡이 초연된 1824년 당시 이 놀라운 음악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청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베토벤이 ‘합창’ 교향곡의 위대함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청중의 환호를 듣지 못해 한 여성 성악가가 그를 청중석 쪽으로 돌려 세워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베토벤의 가장 위대한 교향곡으로 추앙되고 있는 ‘합창’ 교향곡은 경탄의 대상이 되면서 동시에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베토벤이 귀가 들리지 않았을 때 작곡한 교향곡이었던 탓에 군데군데 관현악 기법 상의 약점이 드러나고 있으며 성악 파트에 무리한 점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합창’ 교향곡을 가리켜 “화려하게 실패한 작품”이나 “끔찍한 잡탕”이라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단순하고도 익숙한 ‘환희’의 선율에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맺어 주는 강한 힘이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한 해가 가기 전에 베토벤의 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를 꼭 불러보자.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베토벤이 이처럼 훌륭한 음악을 작곡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4악장 ‘환희의 송가’를 부른다면 가슴은 더욱 벅차 오를 것이다. 다사다난 했던 한 해를 떠나 보내며 인류를 한 형제로 맺어 주는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부르는 것만큼 감동적인 경험은 없으리라.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낙원에서 온 아가씨여, 정열에 넘치는 우리들은 그대의 성정에 들어가리. 그대의 매력은 가혹한 세상의 모습에 의해 떨어진 것을 다시 결합시키도다. 그대의 날개에 머물 때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리”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으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