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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음악계의 ‘블루오션’

  • 작성일2007-04-02
  • 조회수8735
[최은규의 음악에세이] 
음악계의 ‘블루오션’
 
 
 
‘블루오션’이란 말이 있다. 기업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면, 차별화나 저비용 등의 전략을 통해 새롭게 개척한 시장이 바로 ‘블루오션’이다. 주로 경영학에서 쓰는 용어이긴 하지만, 국내 음악계에서도 블루오션으로 거론되고 있는 사례가 있다. 바로 ‘11시콘서트’다. 
 
지난 2004년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시작된 11시콘서트는 문화적 욕구가 강한 4~50대 주부들을 주요 관객층으로 끌어들이면서 새로운 클래식청중 개발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음악회 시간에 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음악계의 블루오션인 셈이다.  
 
부천필도 지난 2005년부터 음악계의 새로운 흐름에 발맞추어 오전 11시에 복사골문화센터 내의 문화사랑에서 모닝콘서트를 개최해 많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서울과는 달리 인구나 관객층이 훨씬 얇은 부천시의 여건을 감안하여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접근하기 좋은 문화센터를 연주장소로 택하고, 연주회 규모도 실내악으로 해서 연주자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적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차별화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2년간 모닝콘서트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부천필은 지난 9일 부천시민회관 대규모 11시콘서트를 열었다. 예술의전당 초청으로 연주한 11시콘서트 프로그램을 부천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그 첫 번째 시도였다.  
 
그러나 부천에서의 첫 11시콘서트의 흥행성적은 부진했다. 더 많은 시민들이 오전 콘서트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부천의 여건상 오전 11시에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 좌석을 다 채우기에는 몇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주 관객층인 주부들 입장에서 본다면 시민회관은 거주지인 아파트단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주차공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장소다. 그리고 연주회 후 간단히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없어 아쉽다. 11시콘서트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음악회를 통해 음악을 좋아하는 벗들과 친교를 나누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부천에서의 첫 11시콘서트는 관객들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앞으로 부천필 11시콘서트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굳이 예술의전당 11시콘서트와 동일한 프로그램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사전 관객조사를 통해 연주시간과 프로그램을 조절하고, 연주장소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 전국 공연장 17곳에서 11시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클래식 공연계의 11시 열풍은 전국적으로도 거세다. 그러나 그토록 인기 있는 11시콘서트라 할지라도 지역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부천필의 11시콘서트는 지금 현재 시험과 조정 단계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좀더 신중하고 철저한 전략과 병행하여 11시콘서트를 개최한다면 머지않아 부천에서도 아름다운 11시의 공연문화가 확고하게 정착되리라고 믿는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