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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우리시대 음악인의 초상

  • 작성일2007-04-02
  • 조회수7955
[부천필의 음악에세이] 
우리시대 음악인의 초상
 
 
 
오늘날의 청중은 음악가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완벽한 연주는 물론이고 세련된 외모와 패션감각, 그리고 유창한 언변까지! 미디어의 발달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각양각색의 문화에 노출되어 있는 이 시대의 문화 소비자들은 클래식 스타들에게도 좀 더 다양한 이미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 경향을 반영하듯 이제는 클래식 음악회에서 지휘자나 연주자가 직접 해설을 하는 경우가 많고, 패션모델 뺨치는 멋진 연주자의 모습이 클래식 음반 재킷의 표지를 장식하는 것은 보통이다. 이제 ‘다재다능함’은 이 시대 음악인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음악인이다.  
 
6년 전 LG아트센터의 리사이틀을 통해 국내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김정원은 그 이후 여러 차례의 독주와 협연, 실내악 연주회를 통해 뛰어난 연주력과 잘생긴 외모로 특히 젊은 여성 팬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그는 신세대 음악인답게 자신의 홈페이지와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 팬 관리를 하고 감성적인 글 솜씨까지 선보이며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저녁, 부천 무대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복사골 문화센터 아트홀에서 있었던 김정원의 ‘로맨틱 화이트데이 콘서트’는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최근에 상영되었던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연주해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탓인지, 음악회가 평일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원의 부천 콘서트 티켓은 벌써 오래 전에 매진된 상태였다.  
보라색 넥타이를 맨 화사한 모습의 김정원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는 큰 환호성이 들려왔다. ‘화이트데이’의 로맨틱한 분위기에 맞게 달콤하고 서정적인 피아노곡들을 섬세하게 연주해낸 그는 편안하고 정감 있는 해설로 음악회를 이끌어 가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히 후반부에 선보인 쇼팽의 야상곡과 스케르초 2번의 연주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뛰어난 연주였다.  
 
이날 음악회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후반부에 빨간 넥타이로 분위기를 바꾸어 시각적인 변화를 주거나 앙코르곡으로 ‘화이트데이’에 어울리는 영화음악 ‘러브 어페어’를 연주하는 센스를 발휘하는 등, 연주회 내내 세심하게 청중을 배려하는 그의 태도였다. 김정원은 진정 관객이 원하는 스타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훌륭한 음악인이라면 매일 꾸준히 기량을 연마하고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무대 위의 엔터테이너로서 청중을 즐겁게 하고 배려할 줄 아는 태도 또한 필요하다. 음악은 다른 예술과 달리 청중 앞에서 연주되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김정원의 콘서트를 보며 우리시대 음악인의 초상은 과연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