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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실내악이 매력적인 이유

  • 작성일2007-04-02
  • 조회수8517
[최은규의 음악에세이] 
실내악이 매력적인 이유
 
 
지난 24일 부천 GS스퀘어 판타스틱 홀에서 부천필의 실내악연주회가 있었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실내악’은 대관현악의 웅장함이나 독주자의 화려함을 맛볼 수 없는 섬세한 음악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근하기에 가장 어려운 음악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주말 부천필의 실내악 연주회는 이런 우려를 깨고 대성황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관람 분위기도 매우 훌륭했다.  
 
이번 공연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보면,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주말 오후로 공연시간을 잡은 것과 접근성과 편의성이 좋은 공연장소를 택한 점을 들 수 있겠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음악인과 애호가들 사이에 실내악에 대한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실내악은 음악인들에게 음악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줄 뿐 아니라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시켜주고, 애호가들에게는 연주자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호흡하며 음악에 친밀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편성이 작기 때문에 아늑하고 울림이 좋은 적절한 장소만 있다면 적은 인원으로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실내악의 매력이기도 하다.  
실내악의 이런 장점을 이용해 최근 양질의 클래식 프로그램 개발과 연주홀의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에 있었던 서울 금호아트홀의 상주 실내악 연주단체인 금호체임버뮤직 소사이어티의 창단 연주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김대진을 음악감독으로 하는 금호체임버뮤직 소사이어티의 구성원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 백주영, 첼리스트 이강호, 오보이스트 이윤정 등 국내외에서 솔리스트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음악인들이다. 독주자로서도 주목 받고 있는 젊고 재능 있는 연주자들이 실내악 활동을 통해 유대를 나누는 한편 연주 홀의 활용도를 높이고 고급 클래식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도다. 
 
지난 해 개관한 세종체임버홀과 서울시향의 브람스 스페셜 실내악 시리즈 연주회 역시 공연장과 클래식 프로그램이 상생하는 좋은 예가 되며, 5월2일에 개막 예정인 서울 스프링실내악 축제 역시 실내악을 통해 클래식 인구를 확대할 수 있는 좋은 시도라 생각한다. 
 
부천에는 부천필을 비롯한 훌륭한 음악 자원이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콘서트홀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어 왔다. 지금 현재 콘서트홀의 건립은 확정된 상태이지만, 건물이 완성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홀 개관 시점까지 부천의 고급 음악 인력을 활용하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클래식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교향악 연주회에 비해 장소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동이 용이한 실내악 연주회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다만 부천에서 실내악 연주회를 개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아직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지만, 부천에도 클래식 실내악 공연을 즐기고자 하는 관객이 분명히 있는 한 실내악 공연에 대한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