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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올해 기념해야 할 음악가는?

  • 작성일2007-04-24
  • 조회수8036
[최은규의 음악 에세이] 
올해 기념해야 할 음악가는?
 
 
 
지난해는 음악계의 특별한 한 해였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탄생 250주년을 맞이했을 뿐 아니라, 슈만의 서거 150주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등 위대한 음악가들이 줄줄이 기념일을 맞이하면서 국내외 음악계가 떠들썩했다. 그렇다면 올해도 기념해야할 위대한 작곡가들이 있을까? 모차르트만큼 널리 알려진 작곡가들은 아니지만 올해도 역시 기념할만한 거장 음악가들이 있다.  
2007년은 핀란드의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서거 50주년이자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의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로, 모두 북유럽의 음악가들이 기념일을 맞이했다. 그래서 인천시향에서는 지난 3월 시벨리우스 서거 50주년을 기념하여 프로그램을 시벨리우스의 음악만으로 구성한 특별 연주회를 선보인 바 있고, 부천필 역시 이달 20일에 있을 정기연주회에서 ‘북구의 거장들’이라는 타이틀로 그리그와 시벨리우스, 그리고 닐슨의 작품을 모아서 연주한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브람스 등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음악에 비해 북유럽의 음악은 상대적으로 국내에 덜 알려져 있지만, 북유럽의 음악은 신비로운 화성과 환상적인 악상으로 독특한 느낌을 준다. 특히 핀란드의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음악은 베토벤 음악을 연상시키는 탄탄한 구성과 민족주의적 요소가 합쳐져 더욱 깊은 감흥을 준다.  
시벨리우스는 번호가 붙지 않은 초기의 ‘쿨레르보 교향곡’까지 포함시켜 모두 8개의 교향곡을 남겼고 베토벤 이후 주요 교향곡 작곡가로 평가되고 있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그의 음악이 자주 연주되는 편은 아니지만, 193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는 ‘시벨리우스 붐’이 일어나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그 당시 미국 청중들의 작곡가 인기투표 결과를 보면 시벨리우스의 인기는 베토벤과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를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말러의 음악이 갑작스럽게 붐을 이룬 이후 지난 몇 년 사이에는 국내 음악계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시벨리우스의 음악도 올해 서거 50주년을 계기로 조만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지 않을까 기대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시벨리우스와 말러는 동시대에 활동했던 교향곡 작곡가였으면서도 교향곡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달랐고 음악적 성격도 매우 다르다. 언젠가 두 사람은 교향곡에 대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시벨리우스가 “모티브들을 연결해내는 엄격한 양식과 논리야말로 교향곡의 핵심이다”라고 말하자 말러는 “교향곡은 하나의 세계와도 같습니다. 그것은 모든 것들을 담고 있죠”라는 전혀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아마도 두 사람의 교향곡을 비교해서 들어보면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독특한 아름다움과 내적인 논리성을 지닌 북유럽의 음악을 들으며 그 낯선 아름다움에 취해보는 것도 우리의 감성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