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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소극장 오페라의 가능성

  • 작성일2007-06-08
  • 조회수6943
[최은규의 음악 에세이] 
소극장 오페라의 가능성
 
 
 
요즘 ‘공연시간의 파괴’가 공연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몇 년 전 예술의전당에서 간단한 브런치와 함께 즐기는 ‘11시콘서트’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 성남아트센터에서는 분당이 베드타운인 점을 고려해 와인 한 잔과 함께 하는 밤 9시의 ‘수아레콘서트’를 시작했다. 그 외에도 관객의 편의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고객중심마케팅이 뒤늦게 공연계에 도입되면서 직장인들을 위한 ‘런치콘서트’나 가족 관객들을 위한 주말 오후 공연 등등 다양한 시간대의 공연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공연계에서 파괴해야할 고정관념은 단지 ‘시간’뿐만이 아니다. ‘공연장소’에 대한 역발상적 시도 역시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4일 복사골문화센터 아트홀에서 열린 부천필코러스의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면서 ‘오페라는 반드시 큰 오페라극장에서만 공연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렸을 때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그날 부천필코러스는 이 아담한 공연장에서 최소한의 분장과 의상, 무대장치만으로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하나로 엮어 각색한 ‘헤이, 피가로!’를 공연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았던 어린이들도 그날 공연을 통해 ‘오페라는 재미있는 것’이라는 첫인상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통상 하나의 오페라를 제대로 공연하기 위해서는 무대장치와 의상, 오케스트라 등이 동원되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다. 그래서 티켓 가격은 대개 십여만 원을 호가해 상당한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운이 좋아 값싼 티켓을 구입한다 하더라도 무대와 관객석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오페라에 몰입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제작비가 적게 드는 소극장 오페라의 경우 티켓 가격의 부담이 적고, 무대와 객석이 가깝기 때문에 가수의 노래와 연기가 생생하게 전달돼 극적인 전달력이 매우 뛰어나다.  
다만 소극장에서 오페라를 공연할 경우 대 편성 오케스트라 연주가 불가능하고 무대장치 등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은 있으나, 정통 오페라 공연이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는 길이가 짧고 전달력이 뛰어난 소극장 오페라 공연이 더욱 호소력이 있기 때문에 이런 형식의 소규모 오페라 공연은 정통 오페라 애호가들을 길러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내 공연계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모차르트의 오페라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극장 오페라 공연이 서서히 발전해왔다.  
인적 자원이 풍부한 데 비해 공연시설이 부족한 부천의 경우 ‘소극장 오페라’는 지역적 특성에 가장 잘 맞는 공연형태로 볼 수 있다. 오페라에 대한 대중적 친화력을 높이는 동시에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소극장 오페라 공연의 장점을 살려서 앞으로 부천에서도 부천필코러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극장 오페라 작품들이 공연되기를 기대해본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