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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슈베르티아데, 함께 즐기는 음악문화

  • 작성일2007-06-08
  • 조회수7932
[최은규의 음악에세이] 
슈베르티아데, 함께 즐기는 음악문화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총 5회에 걸쳐 연주하는 부천필의 ‘슈베르티아데’가 이달 11일 개막된다.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가곡들 뿐 아니라 교향곡과 미사곡, 실내악곡 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준비되어 있어 음악애호가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슈베르티아데’는 19세기 초 중산층의 전형적인 살롱문화를 대표한다. 오디오나 음반이 없던 그 시절,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소유할 수 없었던 중산 시민계급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친구들과 함께 모여 직접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살롱에 피아노를 들여놓고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 몇몇 악기들을 갖추게 된 중산 시민계급은 음악 모임을 통해 음악을 연주하며 사교활동을 즐겼다. 당시 집에서 연주할 수 있는 간단한 실내악곡이나 가곡 등의 악보는 마치 지금 음반점에서 CD가 팔려나가듯 왕성하게 소비됐다. 일반인들도 가정에서 쉽게 연주할 수 있도록 연주하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듣기 좋은 피아노소품이나 실내악곡의 악보는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19세기 초 작곡가들의 수입원 중 상당 부분이 이러한 악보 출판에 기대고 있었다. 슈베르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슈베르티아데’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연주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신작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중을 위한 콘서트홀 연주회가 활성화되고 연주 기교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아늑한 공간에서 함께 즐기는 살롱문화는 점차 대규모 콘서트문화로 변화하게 된다. 물론 대형 콘서트홀에서 듣는 베토벤이나 말러의 교향곡의 감동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렬한 체험을 안겨주지만, 작은 거실에서 친구들이 함께 모여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사라져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음악가와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의 즐거움을 나누며 친밀함을 다지려는 욕구가 ‘하우스콘서트’라는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오보이스트 성필관의 ‘아트 포 라이프’나 작곡가 박창수의 ‘하우스콘서트’, 악기전문가 여은희의 ‘스트링하우스’ 등은 편안한 거실에 앉아 훌륭한 연주를 듣고 가벼운 칵테일을 함께 하면서 음악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시도다. 음악가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친교를 다지는 이러한 모임은 19세기 초 살롱문화를 대표했던 슈베르티아데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수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 음악가의 전문화가 심화되고 ‘예술을 위한 예술’의 미학이 아직까지도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음악이란 본래 유희와 소통을 위해 탄생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상기해본다면 아늑한 소극장 무대나 집안 거실에서 함께 즐기는 실내악 운동은 클래식 음악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바람직한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부천필의 슈베르티아데를 계기로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음악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악문화가 자연스럽게 퍼져나가기를 기대해본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