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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슈베르티아데를 빛낸 교향곡과 봄의 가곡

  • 작성일2007-06-08
  • 조회수7371
[최은규의 음악에세이] 
슈베르티아데를 빛낸 교향곡과 봄의 가곡
 
 
 
지난 25일 부천필의 ‘슈베르티아데’가 폐막됐다. 슈베르트의 음악을 중심으로 꾸며진 이번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은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일반적으로 교향곡은 4악장으로 이루어졌지만 슈베르트는 웬일인지 이 교향곡의 2악장까지 완성하고 3악장의 아홉 마디를 쓰다가 작곡을 중단해버렸다. 슈베르트가 이 교향곡을 끝내 ‘미완성’으로 남겨 놓은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단 두 개의 악장만으로도 이 작품은 완벽하게 아름답다. 그래서 음악애호가들은 이 교향곡을 가리켜 완성되지 않은 ‘미완성’(未完成) 교향곡이 아니라 이름답게 완성된 ‘미완성’(美完成) 교향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도입부의 강렬한 리듬 모티프 ‘따따따따안’으로 기억된다면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은 1악장 제2주제에 해당하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첼로의 주제로 각인되어 있다. 마치 노래하는 듯한 이 멜로디는 교향곡의 주제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서정적이다. 아마도 슈베르트가 이처럼 노래하는 듯 아름다운 교향곡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본성이 가곡 작곡가였기 때문이었으리라. 
부천필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역시 교향곡 작곡가이기 이전에 가곡 작곡가다. 그의 교향곡에는 아름다운 노래 선율로 가득할 뿐 아니라 성악 성부가 끼어들기도 하고, 심지어 ‘대지의 노래’와 같이 완전히 노래로 이루어진 교향곡도 있다.  
 
지난 25일 부천필의 슈베르티아데 폐막 공연 무대에는 슈베르트와 인연이 깊은 말러의 가곡과 편곡 작품도 함께 무대에 올려져 더 깊은 감흥을 주었다. 두 음악가 사이에는 60여년의 세월이 가로놓여 있지만, 독일예술가곡과 노래하는 교향곡의 전통을 이어간 두 작곡가의 음악은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날 연주된 말러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는 말러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 첫 작품으로 사랑에 실패한 젊은이의 절망과 체념의 과정을 담은 연가곡이라는 점에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닮았다. 하지만 모두 24곡으로 이루어진 ‘겨울 나그네’와 비교하면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는 단지 네 곡으로 된 짧은 ‘봄 여행’이라 하겠다. 그리고 봄의 젊은이는 짧은 절망 끝에 마침내 안식을 찾는다.  
“길가에 선 보리수, 나는 그 곳에서 잠을 청했네! 보리수 그늘 아래, 꽃잎들이 나를 덮어 주었네!” 
 
이날 공연에서 끝까지 방황을 멈추지 않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는 달리 봄날의 보리수 아래서 평화를 얻은 말러의 젊은이의 노래는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어우러져 각별한 여운을 남겼다.  
5회에 걸쳐 이루어진 부천필의 이번 슈베르티아데는 음악적 연관성을 보여주는 독창적인 프로그램 구성으로 더욱 돋보였다. 앞으로도 부천필의 수준 높은 기획 프로그램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