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고(古)음악 열풍
- 작성일2007-06-08
- 조회수7768
[최은규의 음악에세이]
고(古)음악 열풍
최근 들어 국내 음악계에 고(古)악기 연주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달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가 국내 초연되었을 때 국내의 고악기 연주단체인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훌륭한 연주가 음악평론가와 음악애호가들의 찬사를 얻은 데 이어, 6월의 첫날에는 서울 모차르트 홀에서 강효정의 비올라 다 감바 독주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국내에 흔치 않은 고음악 무대였던 탓인지 200석 정도의 소극장은 비올라 다 감바 연주를 들으려는 관객들로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찼고, 음악회 분위기도 매우 진지했다.
16, 17세기에 주로 사용된 비올라 다 감바는 모양이 첼로와 비슷하여 ‘첼로의 전신’으로 알려져 있는 악기지만 그 계보는 첼로와 전혀 다르다. 첼로가 ‘바이올린 족(族)’에 속하는 악기인 반면 비올라 다 감바는 ‘비올 족’에 속하는 악기로써 첼로에 비해 세 줄이 많은 7현으로 이루어졌으며 음량도 훨씬 작고 부드럽다.
현을 짓누르지 않고 부드럽게 울리는 비올라 다 감바의 나지막한 소리는 점점 더 큰 소리와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현대의 추세에 역행하는 듯하지만, 음반 산업이 발달하게 되면서 오히려 그 자연스러운 울림이 음악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고, 이제는 고음악 음반들이 클래식 음반회사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비올라 다 감바와 같이 17세기 이후 더 이상 연주되지 않고 박물관 속에 진열되었던 악기들이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보통 ‘고음악’이라 부르는 중세 때부터 바로크 시기까지의 음악은 그 전까지는 거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거론되어왔으나 1960년대 중반 이후 미개척지의 레퍼토리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소위 ‘고음악’도 이제는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한 인물은 독일의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로다. 그는 독일의 레코드사를 통해 바흐의 미사 b단조를 바흐 당시에 사용되었던 악기들과 그 당시 연주 관습에 따라 새롭게 해석한 음반을 내놓았고 그의 이름은 곧바로 ‘고음악 연주’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그 이후 많은 고음악 연주단체가 속속 나타났고 음반시장에서 ‘바로크 음악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들의 연주 방식을 흔히 ‘정격연주’ 혹은 ‘원전악기 연주’라는 구호로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원전악기 연주의 이면에는 옛 음악을 당대 악기와 연주법으로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이 음악의 올바른 해석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이런 입장에 반대하는 음악인들은 음악에 소위 ‘옳은’ 해석이란 있을 수 없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든 간에 감상자의 입장에서 보면 ‘원전악기 연주’라는 또 하나의 가능성이 첨가된 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진 셈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에서 당대 악기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古)음악 열풍
최근 들어 국내 음악계에 고(古)악기 연주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달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가 국내 초연되었을 때 국내의 고악기 연주단체인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훌륭한 연주가 음악평론가와 음악애호가들의 찬사를 얻은 데 이어, 6월의 첫날에는 서울 모차르트 홀에서 강효정의 비올라 다 감바 독주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국내에 흔치 않은 고음악 무대였던 탓인지 200석 정도의 소극장은 비올라 다 감바 연주를 들으려는 관객들로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찼고, 음악회 분위기도 매우 진지했다.
16, 17세기에 주로 사용된 비올라 다 감바는 모양이 첼로와 비슷하여 ‘첼로의 전신’으로 알려져 있는 악기지만 그 계보는 첼로와 전혀 다르다. 첼로가 ‘바이올린 족(族)’에 속하는 악기인 반면 비올라 다 감바는 ‘비올 족’에 속하는 악기로써 첼로에 비해 세 줄이 많은 7현으로 이루어졌으며 음량도 훨씬 작고 부드럽다.
현을 짓누르지 않고 부드럽게 울리는 비올라 다 감바의 나지막한 소리는 점점 더 큰 소리와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현대의 추세에 역행하는 듯하지만, 음반 산업이 발달하게 되면서 오히려 그 자연스러운 울림이 음악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고, 이제는 고음악 음반들이 클래식 음반회사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비올라 다 감바와 같이 17세기 이후 더 이상 연주되지 않고 박물관 속에 진열되었던 악기들이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보통 ‘고음악’이라 부르는 중세 때부터 바로크 시기까지의 음악은 그 전까지는 거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거론되어왔으나 1960년대 중반 이후 미개척지의 레퍼토리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소위 ‘고음악’도 이제는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한 인물은 독일의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로다. 그는 독일의 레코드사를 통해 바흐의 미사 b단조를 바흐 당시에 사용되었던 악기들과 그 당시 연주 관습에 따라 새롭게 해석한 음반을 내놓았고 그의 이름은 곧바로 ‘고음악 연주’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그 이후 많은 고음악 연주단체가 속속 나타났고 음반시장에서 ‘바로크 음악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들의 연주 방식을 흔히 ‘정격연주’ 혹은 ‘원전악기 연주’라는 구호로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원전악기 연주의 이면에는 옛 음악을 당대 악기와 연주법으로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이 음악의 올바른 해석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이런 입장에 반대하는 음악인들은 음악에 소위 ‘옳은’ 해석이란 있을 수 없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든 간에 감상자의 입장에서 보면 ‘원전악기 연주’라는 또 하나의 가능성이 첨가된 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진 셈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에서 당대 악기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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