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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 작성일2007-08-23
  • 조회수7290
[최은규의 음악에세이]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여름이 오면 방학을 맞이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라 공연계가 부쩍 바빠진다. 이 시기만큼은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보다는 어린이들이나 클래식 초보자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회가 많아져, 여름이 되면 공연기획자는 오히려 더 고민이 많아진다. 성인과 음악마니아를 위한 정통 클래식 음악회는 어떤 일정한 형식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아이디어를 짜내지 않고서도 공연을 성공시킬 수 있지만, 어린이를 위한 교육용 프로그램은 연주곡목 선정에서부터 진행과 해설 등 여러 가지 부분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음악회 무대에 올려지는 단골 레퍼토리는 따로 있다. 본래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작곡되었거나 작품 자체에 해설이 들어있는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이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과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다.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은 1945년에 영국 정부가 제작한 청소년 시청각 교육용 영화 음악으로 교육 효과가 상당히 크다. 음악을 연주하는 사이사이 지휘자 또는 해설자가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을 하나씩 소개하며 그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연주가 끝날 때쯤이면 청중들은 관현악을 이해할 수 있는 기초적인 소양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 곡의 주제는 영국의 대 작곡가 헨리 퍼셀의 멜로디에서 따와서 매우 당당하고 기품이 있으며, 이 주제에 이어 목관악기, 금관악기, 현악기, 타악기가 그룹별로, 혹은 솔로로 변주부를 연주하면 마지막으로 다시 퍼셀의 화려한 푸가의 클라이맥스로 맺어져 관현악 입문 곡으로는 손색이 없다.  
 
‘피터와 늑대’는 1935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에서 초연해 큰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이 곡 역시 어린이들을 관현악음악과 친숙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작곡되었다. 음악에 들어가는 대본도 프로코피예프 자신이 직접 썼고, ‘내레이터와 관현악단을 위한 교향적 이야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러시아동화에 나오는 용감한 소년 피터가 기지를 발휘하여 늑대를 생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연주 사이사이에 낭독을 넣어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각 등장인물마다 어울리는 악기를 배정하여 각 악기의 특성과 전체적인 관현악곡의 구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효과적인 관현악 편성과 솜씨 있는 주제 구성으로 인해 이 곡은 전 세계에서 자주 연주되는 곡 중 하나다. 
여름방학을 맞이한 학생이나 평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었던 클래식 초보자라면 이번 여름에는 클래식 입문용으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두 작품을 들으며 클래식 음악에 입문해보자. 앞으로의 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