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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여름작곡가 ‘말러’

  • 작성일2007-08-23
  • 조회수6841
[최은규의 음악에세이]  
여름작곡가 ‘말러’
 
 
 
올 여름에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이 유난히 자주 연주되고 있다. 지난 달 20일 부천필의 말러 교향곡 제6번 연주에 이어 27일에는 함신익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이 말러 교향곡들 중 가장 긴 제3번을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19세기와 20세기의 전환기를 살아간 말러의 음악은 당시에 잘 이해되지 못했지만, 오히려 오늘날의 청중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복잡한 사회 속에서 소외되어가는 현대인들이 점차 개인주의적 삶을 추구하게 되면서 음악과 삶을 밀접하게 관련시킨 말러의 음악은 더욱 깊은 공감을 얻고 있는 듯하다.  
말러는 우리에게 교향곡과 가곡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당대의 말러는 지휘자로 더 유명했다. 말러 자신에게도 지휘보다는 작곡이 더 소중했다.  
그는 37세의 나이로 당시 음악가로서는 최고의 지위라 할 수 있는 빈 오페라극장 예술감독이 되었지만, 자신의 직업에 항상 불만스러워했고 작곡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는 노예 같은 오페라 지휘에 대해서 자주 불평을 토로했다. 평생 동안 여름철에만 작곡에 시간을 바칠 수 있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던 그는 스스로에게 ‘여름 작곡가’라는 자조적인 칭호를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말러의 교향곡에 나타난 개성적인 관현악법은 지휘자로서 풍부한 경험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달 23일에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의 초청으로 열리는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말러의 교향곡 제8번도 여름작곡가 말러가 1906년 여름에 완성한 작품이다. 그 해 여름에도 말러는 오케스트라의 시즌이 끝나자마자 작곡을 하기 위해 마이에르니히의 여름별장을 찾았다. 처음에 그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무척 고통을 받았지만, 갑작스러운 창조의 열정에 사로잡혀 이 어마어마한 대작을 단 10주 만에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초연 당시 1천명 이상의 인원이 동원돼 ‘천인교향곡’이란 별명을 얻게 된 교향곡 제8번은 어마어마한 편성으로 인해 좀처럼 연주하기 힘든 곡이지만, 최근 말러의 교향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지난해 임헌정 교수가 지휘하는 서울음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이어 올해 또 국내 무대에서 들을 수 있게 되어 말러의 음악을 좋아하는 음악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 여름, 국내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말러의 교향곡을 들으면서 ‘여름작곡가’ 말러의 삶과 음악에 취해보자.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