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리뷰

팝스콘서트의 유래

  • 작성일2007-08-23
  • 조회수7065
[최은규의 음악에세이]  
팝스콘서트의 유래
 
 
오케스트라의 여름은 특별하다. 매년 9월에 시작하는 오케스트라의 시즌이 이듬해 5월 쯤 마무리되면 신나는 팝스콘서트의 계절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만큼은 베토벤과 모차르트, 말러와 브루크너의 교향곡으로 강행군을 해온 오케스트라들도 가볍고 달콤한 세미클래식 선율에 젖어 여름휴가를 만끽한다. 
 
부천 필하모닉 역시 24일 저녁 중앙공원 야외음악당에서 가볍고 즐거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여름밤의 콘서트’를 마련한다. 로시니와 비제의 유명 오페라 선율뿐만 아니라 비틀즈 등의 팝송도 연주될 예정이어서 클래식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가깝게 다가가는 음악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케스트라가 여름마다 팝스콘서트를 개최하는 전통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최초의 팝스콘서트가 1858년 영국에서 열렸으니 그 전통은 무려 150년 정도나 된다.  
팝스콘서트의 발생지는 영국이지만, 이를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나라는 영국이 아닌 미국이다. 그 중에서도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의 팝스콘서트는 오늘날 세계 음악계를 전염시키고 있는 팝스콘서트의 원조라 하겠다.  
보스턴에서 팝스콘서트가 시작된 경위는 흥미롭다. 오케스트라의 정규시즌이 아닌 여름에는 연주가 없기 때문에 보스턴 심포니 단원들은 돈벌이를 위해 다른 일거리를 찾아나서야 했고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바로 팝스콘서트다.  
 
1885년, 5대 메이저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보스턴심포니가 보스턴 뮤직홀에서 미국 최초의 ‘프롬나드 콘서트’(이리저리 거닐며 보는 음악회)를 선보인 이후,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는 여름마다 보스턴팝스오케스트라로 변신해 라이트클래식과 세미클래식, 그리고 영화음악 등을 연주하며 인기를 모았다. 팝스오케스트라의 명성이 높아지자 보스턴팝스는 보스턴심포니와는 별개로 팝스 프로그램에만 전념할 수 있는 단원들을 따로 뽑기 시작했다.  
 
1930년 아서 피들러의 취임 이후 보스턴팝스는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50년간 보스턴팝스를 이끌었던 피들러는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의 지휘자로 방대한 레퍼토리와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다재다능한 음악가였다. 그는 팝스콘서트의 프로그램을 ‘심포닉 재즈’라 칭하며 가벼운 오페라 서곡이나 라벨의 ‘볼레로’ 등의 클래식 곡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의 최신 곡들도 포함시켜 당시 유럽음악 중심이었던 관현악 프로그램에 미국적인 생동감을 불어넣으면서 팝스콘서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급기야 보스턴팝스는 오케스트라 콘서트 사상 최대 관객 동원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가장 많은 음반을 낸 오케스트라로 기록되었다.  
 
보스턴에 보스턴팝스콘서트가 있다면 부천에는 부천필의 한여름밤의 콘서트가 있다. 올 여름이 다 가기 전, 부천필이 선사하는 달콤하고 멋진 선율을 들으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보자.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