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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미완성 교향곡의 미스터리

  • 작성일2007-11-23
  • 조회수8440
[최은규의 음악 에세이] 
 
미완성 교향곡의 미스터리  
 
이달 27일부터 시작되는 부천필의 ‘브루크너 시리즈’는 사실 ‘슈베르트 시리즈’이기도 하다. 부천필의 음악회에서 안톤 브루크너(1824~1896)의 교향곡이 연주될 때마다 전반부에는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의 교향곡이 연주되기 때문이다.  
 
오는 27일 브루크너 시리즈의 첫 공연에서 함께 연주되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9번과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b단조는 모두 미완성 작품이다. 그러나 두 작곡가가 이 교향곡들을 미완성으로 남긴 사연은 조금 다르다.  
 
브루크너는 그의 마지막 교향곡 제9번을 죽는 그 날까지도 완성하려 애썼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피날레 악장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 반면 슈베르트는 ‘미완성’ 교향곡의 완성된 두 악장을 1822년 10월에 완성하고 3악장도 피아노 스케치도 거의 완전한 형태로 남겨놓았지만, 3악장 첫 아홉 마디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마친 후 1828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교향곡을 완성하려 하지 않았다.  
 
슈베르트가 이토록 아름다운 교향곡을 미완성으로 남긴 이유에 대해 많은 음악학자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들 가운데 미국의 슈베르트 학자 마이클 그리펠은 슈베르트에 대한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슈베르트는 이 교향곡을 쓰면서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다. 결국은 슈베르트 역시 브람스와 마찬가지로 베토벤이라는 거인의 교향곡에 부담을 느끼며 교향곡의 논리성과 예술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의욕적으로 작곡에 매달렸으나 그것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 작품을 미완성으로 남겨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운명’이라는 표제로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베토벤의 제5번은 ‘어둠에서 광명으로’ 향하는 교향곡의 논리적 흐름을 이끌어낸 특별한 명곡이다. 마치 ‘기승전결’에 따라 작성된 논문처럼, 베토벤은 이 교향곡의 1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4악장에서 결론을 내린다. 
 
슈베르트는 초기의 여섯 교향곡들은 별다른 부담감 없이 편한 마음으로 손쉽게 완성했지만, 그 후 베토벤의 교향곡의 위대함을 의식한 탓인지 갑자기 교향곡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이후 작곡기법의 실험을 거듭하며 몇 개의 교향곡 단편들을 남겼다.  
미완성 교향곡 b단조는 슈베르트가 남긴 단편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며 주제 전개에 있어 훨씬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슈베르트는 이미 이 교향곡에서 그가 선언했던 ‘대교향곡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이미 그의 기대치는 너무나 높아져 있었을 것이다.  
 
그는 3악장 스케르초가 1, 2악장의 수준에 미치지 못해 괴로웠고, 1악장에서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이 될 만한 마지막 4악장을 완성할 자신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추측일 뿐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둘러싼 그 어떤 단서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신비로운 미스터리 덕분에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은 오늘날 더욱 특별한 음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