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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세빌리아의 이발사

  • 작성일2007-11-23
  • 조회수7530
[최은규의 음악 에세이] 
 
세빌리아의 이발사  
 
지난 7일, 부천시민회관에서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첫 공연이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의욕적인 기획과 호화 캐스팅으로 일찍부터 많은 관심을 모은 이번 공연은 부천지역뿐만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청중으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지난 해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 이어, 올해는 특히 로시니의 코믹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선택되어 관객들에게는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무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예술 총감독에 부천필하모닉의 음악감독 임헌정, 지휘에 독일 만하임 음대 교수 클라우스 아르프, 연주에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부천필 코러스, 그리고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고 재능 있는 성악가들이 출연해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였다.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출연자들의 연기와 노래에 폭소를 터뜨리거나 환호를 보내며 오페라 관람의 재미를 만끽했다.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설치한 무대는 작년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었고 무대 디자인과 무대전환이 더욱 매끄러워 극적인 재미를 전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전통적인 무대 디자인을 선택하되 최소한의 소품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 점과 중간 막을 이용해 장면 전환을 한 점이 돋보였으며, 등장인물들의 움직임 또한 생동감이 있어 희극 오페라의 재미를 잘 전해주었다.  
 
이번 공연에서 단연 돋보였던 성악가는 힘 있고 빛나는 음성과 재치 있는 연기력으로 관객의 호응을 얻은 알마비바 역의 강요셉이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알마비바 역으로 출연한 경력이 있기 때문인지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을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가창으로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과시했다.  
 
피가로 역의 김동섭 역시 풍부한 성량과 카리스마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로지나 역의 황신녕과 바르톨로 역의 박상욱은 재치 있는 연기력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클라우스 아르프가 지휘하는 부천 필하모닉의 깔끔한 앙상블과 부천필 코러스의 힘찬 남성합창도 오페라에 활기를 더했다. 
 
지난해에 이어 부천 공연장의 열악한 무대 여건 속에서도 이처럼 훌륭한 오페라 공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더구나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아리아가 훌륭하거나 연기가 재미있으면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등 이번 공연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오페라 인 부천’이 문화도시 부천을 대표할만한 문화상품으로 브랜드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최은규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