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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종교적 신비감 담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 작성일2007-11-23
  • 조회수7071
[최은규의 음악 에세이] 
 
종교적 신비감 담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오는 27일, 드디어 부천필의 브루크너시리즈 첫 공연이 시작된다. 습작 교향곡을 제외한 전 아홉 곡의 교향곡 전곡연주의 대장정을 앞두고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안톤 브루크너가 과연 어떤 음악가였는지 잠시 생각해보자.  
 
브루크너는 1824년 9월4일에 오스트리아 린츠 근처의 안스펠덴에서 태어났다. 그는 슈베르트와 마찬가지로 교사 집안 출신이다. 브루크너는 부친을 따라 그 자신도 31세가 될 때까지 교편을 잡았고 1845년과 55년 사이에 그는 성 플로리안 수도원에서 교사 겸 오르간주자로 일했다.  
 
브루크너는 오르간 연주와 음악 이론 지식을 완벽하게 갖추기 위해 평소에 부지런히 음악을 공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를 가리켜 ‘영원한 학생’이라 부르는 이도 있었다. 
 
그는 또한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으며, 항상 음악을 통해 ‘거룩한 하느님 안에서의 영원한 평화’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때때로 그의 교향곡은 16세기 가톨릭 교회음악의 대가 팔레스트리나의 신비로운 음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의 모든 작품의 배경은 그의 깊은 신앙심과 ‘신과의 합일’을 표현한 신비적 감각이라 말할 수 있으며 이러한 종교적 신비감은 그의 음악 속에서 명상적이고 비감정적인 음향으로 드러난다.  
 
브루크너의 음악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음악에 나타난 선율을 쉽게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음악학자 에른스트 쿠르트는 브루크너의 교향곡의 어떤 부분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주제’나 ‘멜로디’라고 부를 수 없는 어떤 ‘움직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라기보다는 계속 성장하고 진화해 나가는 모티브이다. 그것은 일종의 물결치는 파동이며 유동적으로 발전하고 변화해 나가는 역동적 에너지로 우리를 압도해온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가운데서도 7, 8, 9번의 후기 3부작은 높은 예술적 경지를 보여주는 데, 그중 제7번은 바그너의 후원자인 왕 루드비히 2세에게 바쳤고, 제8번은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에게 헌정되었다. 그리고 제9번은 “모든 것의 왕이시며 사랑이신 하느님”께 바쳤다. 
부천필의 브루크너 시리즈는 하느님께 바쳐진 제9번 교향곡으로부터 시작된다.  
 
최은규-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