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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부천필과 함께 한 음악감상 8년

  • 작성일2008-04-30
  • 조회수8236
[최은규의 음악 에세이] 
 
부천필과 함께 한 음악감상 8년  
 
 
 
지난 12일, ‘부천필과 함께하는 음악감상반’의 2학기가 마무리되었다. 음악역사와 작곡가 탐구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음악영상물을 함께 보고 즐기다보니 한 학기가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껏 음악감상반 회원들과 함께 해 온 세월이 벌써 8년이다.  
 
그 짧지 않은 세월을 함께 해 온 음악감상반 회원들은 필자를 ‘담임선생님’이라 부른다. 2000년 9월에 첫 강좌가 시작된 이후 매년 단 몇 회의 강의라도 그분들과 함께 해오면서 어느덧 한 식구가 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과 달라진 점이라면 음악감상반이 동호회처럼 활성화되고 나날이 그 회원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때는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마치 개인레슨을 하는 분위기로 강의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오전 오후반 강좌가 꽉 차고 분위기 또한 진지하다. 학구적인 회원들 중에는 방학 중에도 강좌를 계속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며 방학 중 자체 감상모임도 결성되는 분위기다.  
 
그리고 부천필 공연이 있는 날이면 공연장 객석에는 음악감상반 회원들의 낯익은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연장 도우미로 활동하시는 회원들도 있다. 8년의 세월이 흐른 후 공연단체의 관객개발 전략이 눈에 띄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동호회와 연계한 연주활동은 부천필에게 있어 결코 낯설지 않다. 부천필을 사랑하는 음악애호가들의 모임인 ‘부사모’와 부천필의 각별한 관계는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말러 교향곡 전곡연주가 진행될 당시에는 말러 전문동호회 ‘말러리아’와의 끈끈한 유대관계도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말러 교향곡 6번을 연주하기 전에 4악장에서 해머를 몇 번 연주할 것인지 동호회 투표를 통해 결정해 화제를 모았다. 부천필 음악감상반 회원들 역시 부천필 공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어 부천필로서는 관객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지금은 클래식 공연분야에서도 관객 중심의 마케팅과 관객개발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어 여기저기서 음악 강좌가 생겨나고 있지만, 부천필 음악감상반이 처음 시작된 8년 전만 해도 클래식 음악만을 주제로 하는 전문 강좌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더구나 연주단체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청중의 중요성을 인식한 부천필이 회원 수가 얼마 되지 않았던 초창기에도 음악 강좌를 꾸준히 운영해온 것이 오늘날 이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앞으로도 부천필과 음악감상반이 부천필과 함께 상생하는 관계로 함께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