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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지휘자 김진은 말한다. 진짜 산에 가라

  • 작성자*
  • 작성일2007-04-23
  • 조회수6180
내가 연주회를 고르는 기준은 두가지다. 하나는 놓치면 후회할게 뻔한 연주, 또 하나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음악이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연주가 앞의 경우라면, 닐센의 음악은 후자다.  
 
2007년 4월 20일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는 김진이 지휘하는 시벨리우스, 그리고, 그리고 닐센의 음악 연주회가 열렸다.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세 작곡가 모두 북유럽 출신이다. 이 중 닐센은 덴마크 태생으로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이다. 정직하게 말해 처음 들어보는 인물이다. 도대체 어떤 음악일까? 
 
출발은 시벨리우스의 <필란디아>다. 경쾌하다. 이어진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작품 16은 브라질 출신 피아노 연주자 에드송 엘리야스가 협연했다. 힘이 느껴진다. 자, 이제 닐센은? 
 
결론부터 말하면 환상적이다. 닐센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이 곡을 만들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인간의 네가지 기질, 구체적으로 화내고, 우울해하고, 성질내고, 가라앉는걸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할까? 상관없다. 이런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음악은 충분히 변화무쌍했다. 휘몰아치다가 헤매다가 불을 뿜다가 기진맥진 쓰러졌다. 부라보 닐센.  
 
뒷이야기 하나.  
 
비가 오는 날이었다. 바람까지 불었다. 때마침(?) 안좋은 일도 터졌다. 이쯤되면 연주회가는 발걸음이 가벼울리가 없다. 사실 갈까 말까 망설였다. 다들 나같은 마음이셨는지 객석이 꽉 차지 않았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닐센의 음악이 연주되기 직전 지휘자가 관객쪽으로 몸을 돌려세웠다. 어수선함을 나무라려는가? 이날 유독 어수선했다. 아니었다. 닐센의 곡을 설명해주기 위해서였다. 국내에서 초연인 이 연주회를 지휘하게 되어 영광스러우며 관객들께서도 이 좋은 곡의 여운을 듬쭉 가져가시라는 덕담도 덧붙여서. 과연 연주회 도중에 지휘자가 설명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이날만큼은 썩 괜찮았다.  
 
뒷이야기 둘.  
 
아무리 좋은 녹음음반과 최신 오디오도 현장을 이길 수는 없다. 맞는 말이다. 지휘자 김진은 진짜 산과 산을 찍은 사진에 비유했다. 아무리 멋지게 찍은 사진도 직접 산에 가서 보는 것만 못하게 마련이다. 그는 말한다. 진짜 산에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