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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연주는 좋았으나 관람 태도는 아쉬웠던 바흐의 요한수난곡 연주회

  • 작성자*
  • 작성일2011-04-24
  • 조회수4773
일시: 2011.4.22(금) 저녁 7시 30분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 
지휘: 최혁재 
 
어제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부천필이 연주한 바흐의 요한수난곡을 듣고 느낀 바를 정리해 봅니다. 연주회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여유 있게 공연장에 들어갔습니다. 시작하기 전까지의 분위기는 다른 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날이었지요. 
 
이날은 공교롭게도 기독교의 중요한 절기인 부활절 전의 성금요일이었습니다. 그날에 맞춰서 요한수난곡을 듣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어서 선택한 연주회였고요. 부천필 단원들과 합창단이 들어오고 이어서 독창자들이 들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지휘자인 최혁재 씨가 들어서는데 청중 중에 일부가 환호했습니다. 이런 반응은 좀 아니지 않나 싶었지요. 제 짐작으로는 지휘자의 학교 후배나 학생들 같은데, 예수의 수난을 그린 곡을 연주하는 자리에서 오페라 연주회에서나 봄 직한 환호라니. 맞지 않는 태도로 보였습니다. 적어도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진지한 음악회에서 취할 태도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수난곡과 같은 연주회에서는 힘찬 박수 정도면 충분한 관중의 반응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주는 전반적으로 아주 괜찮았습다. 수난곡에 어울리는 비장미는 별로 없었으나 곡을 담담하게 풀어나간 젊은 지휘자의 자신감에 찬 음악해석과 지휘 방식이 돋보인 연주였고요. 독창자 중에 복음사가를 연주한 테너 박승희는 빼어난 실력을 선보였습니다. 깨끗한 음색과 아름다운 울림에 정확한 발음까지도 돋보였던 연주였습니다. 곡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복음사가로서 악보를 완전히 숙지하여 여유 있는 가창을 했습니다. 아마도 박승희는 요한수난곡을 여러 번 연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수 역의 베이스 바리톤 박경태의 깊이 있는 연주도 좋았습니다. 소프라노 조윤조의 아리아 “그대를 따르리 즐겁게 따르리”는 목소리와 표정이 너무 밝은 느낌이 들었으나 “눈물이 흐르네!”에서는 곡의 감정을 충분히 살린 연주였고요. 조윤조의 연주에서 한 가지 어색했던 점은 지휘자와 눈맞춤이 적어서 마치 오페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은 수난곡에 맞는 음색으로 연주했습니다. 소리의 색채가 종교음악에 잘 맞는 목소리여서 가창이 더 돋보였습니다. 비올라다감바 연주를 한 강효정의 연주도 좋았고요. 대부분의 연주는 첼로로 하고, 알토 아리아 “다 이루셨도다”를 부를 때쯤에 비올라다감바로 바꿔서 연주하고 바리톤 아리아 “내 구세주여”에서는 다시 첼로로 바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궁금한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는 1부에서는 오르간 스피커의 험 소리가 심하게 났는데, 2부에서는 조용해졌어요. 음향 조작의 실수를 바로잡은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둘째는 2부에서 빌라도 역을 노래한 김대훈이 합창할 때 베이스 파트를 불렀는데 어떤 의도였는지 알고 싶고요.  
 
합창은 전반적으로 좋았으나 일부 곡에서 발음이 맞지 않는 실수가 보였습니다. 한 마디의 마지막 발음에서 끝이 딱 떨어지지 못하고 각각 시작하거나 각각 끝나는 모습이 여러 번 나타났던 것입니다. 지막 전 곡과 마지막 곡에서 이런 실수가 나와서 완성도가 떨어진 연주였습니다. 
 
14곡 합창 ‘베드로는 주님을’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가 갑자기 뒤로 돌아서서 인사를 해서 놀랐습니다. 연주 프로그램에는 없었던 중간 휴식 시간을 알리는 것이었지요. 연주회 전에 안내 방송을 했으면 더 낫지 않았나 싶네요. 
 
연주의 완성도는 아마도 마지막 곡에, 특히 마무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연주의 마무리는 아주 아쉬웠지요. 마지막 합창곡을 마치고 지휘자는 끝 부분의 여운을 더 주려고 하늘로 올린 오른손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지휘자의 손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곡이 끝난 것이 아니니까요. 일부 청중의 섣부른 박수로 그 긴장감 넘치는 순간이 그냥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아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청중 스스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흘려버린 것입니다. 이것은 지휘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기에 더욱 성숙한 관람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주를 마치고 연주자를 향해 손뼉을 칠 때도 아쉬운 장면이 나왔습니다. 유럽의 연주장에서는 미사, 수난곡, 레퀴엠 등의 종교음악 연주를 마친 후에는 오페라나 다른 기악곡 연주와 다르게 환호를 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렁찬 박수 정도가 가장 많이 본 청중 반응이었지요. 그에 반해 어제는 환호와 휘파람까지 나온 아주 소란스러운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일부 연주자가 소개될 때는 더욱 정도가 심했습니다. 아마 지인들이 온 것 같았습다. 이는 연주의 격을 낮추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종교곡을 연주할 때 미리 청중에게 안내하는 것도 좋겠네요. 
 
그래도 처음으로 직접 들은 요한수난곡 연주였기에 만족스러운 연주였습니다. 다음에는 마태수난곡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원곡의 비장한 느낌을 제대로 살린 연주면 더욱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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