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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브라비~ 부천필 (Bravi~ Bucheon Philharmoniker)

  • 작성자*
  • 작성일2013-01-20
  • 조회수5275
브라비~ 부천필 
Bravi~ Bucheon Philharmoniker 
 
신년초, 
TV에서 우연희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올 여름 짤즈부르크 페스티발이 열릴 오스트리아의 오케스트라여서 더 반가웠지만 이내 고질병이 되어버린 오케스트레이션의 스틸레토 힐 찾기.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스틸레토힐을 거의 볼 수 없었다는 것, 즉 여성단원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빈필의 신년음악회 앵콜곡 라데츠키행진곡 의 여운이 잊혀지려 할 때 모일간지를 통하여 빈필의 신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성단원이 적을 수 밖에 없는 건 빈필 고유의 소리와 색깔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진행되는 관례. 단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신입단원을 선별하는 이른바 도제식 선발제도를 유지한다는 것과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여성들은 아이를 낳기 때문에 해외 순회공연에 부적합하다는 것 또한 남성중심의 악단에 여성들의 참여가 소리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것 등 이었다. 
 
이를 노골적인 성차별로 단정한 오스트리아 의회는 2011년에는 빈필의 성차별에 대한 제제로 지원예산 300만 달러를 삭감하였다는 이갸기의 기사를 보며, 난 정말 정반대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나의 사는 곳 부천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2012년의 마지막날 부천시민회관.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필의 제약음악회는 빈필의 신년음악회와 같은 모습으로 마지막 앵콜곡으로 요한스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행진곡을 0시를 일리는 시보와 함께 연주하였다. 물론 관객을 바라보며 지휘하는 임헌정의 모습도 빈필의 그것과 크게 다름이 없었다. 
 
다른것은 단원들의 구성. 
앞서 얘기한 빈필과 정반대의 구성이었다. 현악부에는 전혀 남성연주자가 허락되지 않았고 전체 80여명에 가까운 그날의 연주자들 중 남성연주자는 12명, 그 중 객원을 제외하면 한자리 숫자의 남성단원 이었다. 아쉽지만 이것이 female군단, 스틸레토힐 부대, 현재 부천필의 모습니다. 
 
126명의 단원 중 허락받은 6명의 여성만이 연주가 가능한 빈필이 노골적인 여성차별이라면 부천필은 노골적인 남성차별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연주자들의 상황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강력한 사회주의를 표방하였다가 고르바초프의 일명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으로 자본주의를 도입하게 된 러시아가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수준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일 것이다. 
허나 지금 모스크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월급이 한국의 오케스트라 단원들보다 많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십년전과 비교하여 비교적 많이 오른 러시아 타타르스탄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월급은 120만원, 물론 수석이나 악장은 200만원에 가깝고, 상임지휘자는 600만원 수준이다. 러시아는 문화예술예산이 전체의 7%로 우리나라의 4배에 가깝다. 
 
그에 비하여 한국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없이 같은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다. 당장 자식들의 학원비는 커녕 학비조차 빠듯한 마당에 예술은 멀기만 하고 주업이 될 수 없다는 현실에 가장의 자리는 오케스트라 단원이라는 이름과 쉽게 어울릴 수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탓하기 전에 그들의 월급을 수배로 올려준다면 남자연주자들이 돌아오고 연주의 수준은 상트페테르나 빈 못지 않은 수준으로 올릴 수가 있다. 
 
예술가가 뭐그리 돈을 밝히느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돈을 많이 주는 악단에 당연 좋은 단원들이 모이는 것은 인지상정의 이치이다. 세계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알고 싶다면 그 오케스트라가 단원들에게 얼마의 월급을 주는지 알아보면 된다. 미국의 1급 오케스트라는 연봉이 1억 이상이다. 유럽은 이 보다는 적지만 순회공연과 저작권료를 합치면 그 이상이다. 베를린 필의 경우 카라얀의 시대에는 5천만원의 연봉외에 CD판매에 대한 저작권료로 연봉 이상을 받았다.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부천필은 여러가지 악재를 앞세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24년째 부천필을 맡고 있는 상임지휘자 임헌정을 얘기 함에 있어서도 뉴스는 두가지로 갈라서 있었다. 정치권의 논리에 대입하여 장기집권은 좋지 않다는 기사와 24년까지 해온 것 처럼 더 오래간 상임의 자리가 지속된다면 원숙미의 부천필이 만들어 질것이라는 기사. 
 
오케스트라의 여초현상은 유독 부천필만의 얘기는 아니다.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서울시향의 경우 여성 연주자가 70%수준이다. 성비의 불균형으로 오케스트라의 음색이 여성스러워 진다는 의견은 뒤로 하더라도 분명 한쪽으로 치우지는 건 문제가 있다. 
 
바로크시대에 세계에서 가장 번성한 베네치아에서 바로크음악이 꽃피었다. 고전시대 세계를 지배한 가문, 합스부르크가 있는 곳이 오스트리아였다. 출세를 위하여 세계 곳곳으로 부터 많은 음악가들은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로 모여들었고 자연스럽게 그곳에선 고전음악이 태어날 수 있었다. 유럽을 지배한 나폴레옹의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낭만음악이 싹이 튼 것 처럼, 옛날이나 지금이나 예술은 여유가 있고 돈이 넘치는 곳에서 발전하게 되어있다. 
 
20년 전 한 겨울, 손을 호호 불어가는 열악한 환경에서 연습하여야 하였던 부천필이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연주할 때 사람들은 어 저게 누구지? 하며 귀를 쫑긋하였다. 다시 그들이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성공적으로 공연하자 사람들은 이제 그들의 수식어에 한국을 대표하는 이라는 접미어를 붙이기 시작하였다. 
그렇듯 우리는 이제 세계적인 부천필을 무의식 속에서 그려오고 있다. 
 
이러한 지자체 오케스트라의 선두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부천필의 대우 수준에 그보다 낮은 수준의 과거 부천필의 형극의 길을 걷는 지방 오케스트라의 수준과 비교하여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여 폄훼하는 그들에 대응하여 라데츠키행진곡을 연주한 부천필에 눈물겨운 연민의 정을 느낀다. 
 
세계적인 명성의 부천필이 되기에 충분반 자질을 확인한 나는 부천필을 사랑하는 투표권이 있는 부천의 시민으로 기꺼히 그들의 선택과 편성을 지지한다. 
 
브라비 부천필~ 
 
샤콘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