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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Re :

  • 작성자*
  • 작성일2013-02-04
  • 조회수1767
 
성용락 님 안녕하세요! 
지난 제야음악회에 이어 이번에도 후기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관심이 많으신 분인 것 같아요. 
상세한 감상 후기~! 감탄하며 읽어 보았답니다. 
 
앞으로도 부천시립예술단, 자주 찾아주세요^^ 
 
오늘 눈이 많이 왔는데 눈길 조심하시고 
활기찬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원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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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부천필코러스 신년 음악회 (2013.01.31)(2013-02-01 오전 7:39:21)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코러스 
Pucheon Phil Chorus. 
 
오월의 마법, 라일락 향기가 금방 스치기라도 할듯 한 따스한 기온으로 포근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던 1월의 마지막인 어제 저녁, 부천시민화관. 지난 제야음악회의 후기 이후 부천필에서 직접 초대하여 주셔서 참석하게 된 부천필코러스 신년음악회.  
 
부천필의 비루투오소와 서울시향의 바그너 200주년을 고민하다가 서울시향을 이미 선택하게 되어 초대연락을 받았을 땐 부천 부천필코러스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 정명훈상임의 갑작스런 허리통증으로 서울시향 공연이 한시간 전에 취소되었다는 메세지로 부천필도 서울시향도 모두 놓치었었다. 
 
교회와 학교를 다닐 땐 직접 헨델의 오라토리오도 몇곡 부르고 큰 무대도 서 본 적이 있지만 것도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되어버린 희미한 합창의 추억들..그때의 생각을 가지고 부천필코러스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합창의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을 보면 좀더 관객과 가까워 지고자 하는 노력의 흔적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별히 우리나라 음악만을 가지고 나온 부천필코러스는 첫곡부터 매우 독특한 시작을 보여준다. 
 
무대의 조명을 최대한 어둡게 하고 땡~땡 거리는 손에 든 두부장수 종소리와 함께 흰색 상자를 어깨에 광목으로 연결하여 짊어 맨 사내가 무대좌축에서 나온다. 메밀묵사려~찹쌀떡~ 은은한 테너 황승찬의 목소리다. 전혀 웃지 않는 표정과 종소리의 외침은 팍팍한 삶의 처연한 느낌으로 무대의 우측으로 사라지면 음악이 시작된다. 
 
피아노 반주자는 가끔 징을 칠뿐 메밀묵을 파는데 있어서 미국산 스테인웨이는 필요가 없었다. 필요하다면 두벌의 엿가위. 메밀묵 장수를 비롯하여 두부장수, 빗장수, 엿장수까지 노래로 불리워진다. 찹쌀엿, 인삼엿, 대추엿,생강엿,호박였까지... 
예전의 거리장수에 대한 얘기를 노래로 표현한 이건용 곡의 메밀묵사려 였다. 
 
옅은 자색드레스에 은빛 반짝이 구두가 돋보이는 소프라노와 엘토가 22명, 검정색 정장과 흰색 나비타이의 테너와 베이스 21명, 피아니스트 2명, 검정색 연미복에 예술가 헤어스타일의 조익현선생이 지휘하는 부천필 코러스의 단원 구성이다. 
 
이어 이어지는 우리 민요 몇 곡 새야 새야의 소프라노 박지홍의 깨끗한 음색은 청명한 부천필코러스를 얘기하여 주었고, 강강수월래 소프라노 정재령은 다소 메조끼가 있는 음색이었다. 베이스의 멋진 일꾼 목소리로 시작한 모심기소리 에서의 소프라노 이진은 비음이 다소 많이 들어간 목소리를 보여 주었다. 끝마칠 때 다시 베이스 자 우리 피곤하니, 잠시 쉬었다 하세~ 
 
인터미션 이후 남자는 흰색정장에 푸른색 나비타이, 여자는 어깨끈이 반짝이는 푸른색 드레스의 의상이다. 올빤짝이 은빛 스틸레토 힐의 피아니스트도 돋보인다. 
 
박지훈 곡의 봄날이다. 
다시금 조명을 최대한 줄이고 피아노의 서정적인 멜로디에 합창단은 은은한 허밍으로 고개를 아래로 숙인 상태에서 서서히 그리고 일제히 우측 하늘을 보다가 다시 아래로 향한 고개는 다시 좌측의 하늘을 응시한다.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합창단의 당당한 퍼포먼스에서 미국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단의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을 부르는 가수들의 표정이 연상된다. 
 
두명의 피아니스트, 피아노 연탄으로 봄날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는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 바람부는 소리, 곤충이 우는 소리, 소녀들이 재잘거리는 소리, 아이들이 바깥에서 뛰어 노는 소리, 두손을 포개어 입으로 바람을 불어 내는 소리등 합창단은 악기도 연주하고 직접 닭이 회치는 모습까지 두팔을 날개인냥 퍼덕이며 닭 회치는 소리, 개가 짓는 소리까지 덧붙인다. 흥겨운 봄날의 한때를 보여 주는 곡이었다. 
 
다음으로 흥부 놀부전 
오페라타와 비슷한 형식의 흥부 놀부의 얘기를 현대적으로 만든 노래이다. 검정색 탕건을 쓴 베이스의 바리톤(김우석)이 놀부, 패랭이를 쓴 테너(임석헌)가 흥부였다. 내가 놀부 올시다~로 시작하는 노래는 흥부가, 중간에 너무나 많아 기억 못하는 자식들의 이름을 흥부가 불러주면 합창단이 따라 부르고 놀부가 빈정거리는 시작이다. 
 
박타는 장면에서의 금은 보화는 기본이고 이제는 아파트에다가 벤츠까지 나오는 현대식 로또형 박이 터진다. 
 
그러곤 흥부가 흥겨움에 즐거워하며 보면대에 고개를 숙이고 엎드린 자세로 이게 꿈이냐, 꿈이라면 깨지말라..며 즐거워 할때 놀부는 이제까지 알던 우리의 놀부가 아니다. 네가 행복하다면 나도 그 꿈에 들어가마~ 이때 합창단은 코러스로 노래한다.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형제들이 살았다네~ 행복하게 살았다네~ 꿈!속!에!서!(스타카토) 하며 손가락을 모두 펴서 좌우로 활짝 팔을 벌리며 합창단의 놀란 표정과 함께 노래는 끝이 난다. 이준복의 흥부놀부다. 
 
주요한의 시에 붙여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라 지휘자가 설명하는 김기영곡 하늘이 조용하고 은은하게 연주되었고,  
 
끝으로 스케이일 큰 조금은 퓨전에 가까운 곡 천둥소리. 이곡은 1995년 광복절에 구 조선총독부 건물 해체식에서 연주되었던 국악 관현악곡이기도 하다. 
 
세피리, 장구, 가야금, 거문고, 징, 고동, 드럼, 트라이앵글, 난타북의 이화국악앙상블 
단풍색 치마와 하얀 저고리가 어울리는 소리꾼 이상아 
테너 이호창까지 모두 이씨 일색.. 
 
알토보다 더 낮고 구성진 목소리의 소리꾼 이상아의 소리는 테너와 어울림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색다른 느낌이지만 비장감이 돋보이는 목소리에 하늘을 찌를 듯한 외침의 테너의 장대하고 웅장한 천둥소리는 관객들의 가슴을 움직이고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연주였다. 
 
군밤타령의 앵골곡 하나로 무대를 내리자 관객들의 아쉬워 하는 탄성과 함께 부천필코러스 신년 음악회는 그렇게 끝이 났다 
 
집에 가려는 길. 연주시 들었던 거리장수 소리가 들린다. 
찹쌀떡~~망개떡~~ 확성기로 틀어주며 자전거로 장사하는 진짜 거리 장사꾼이 소리치는 것이 아쉬운 앵콜을 대신하여 주었다. 
 
부천필 코러스 쌩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