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후기
10월 24일 정기연주회 관람후기
- 작성자*
- 작성일2014-10-26
- 조회수3212
지금까지 부천시향의 정기연주회를 관람하면서 느낀 한 가지 사실은, 교향곡은 참 좋은데 1부가 늘 조금씩 아쉬웠다. 아무래도 교향곡 연습에 치중하느라 서곡이나 협주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하고서라도 항상 무언가 미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서곡의 첫 코드부터 몰입할 수 있었다. 분명한 중심과 목적을 가지고 하는 연주였으며, 스트링이 스피카토로 충분히 달릴 수 있었던 부분에서 조차 절제하는 모습에서 지휘자의 의도와 음악 전체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실제로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연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휘자와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독창적인 해석이나 신들린 연주는 아니었지만 분명 지휘자와 연주자가 같이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좋은 인상을 남긴 시작이었다.
피아니스트 박종화씨가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연주자와 연주곡이 모두 생소했다. 나는 아마추어로 클래식 연주활동을 다년간 하면서도 막상 공연을 보러 다니는 건 주저했던 터라 정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사가 아닌 이상 솔리스트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다니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따라서 바로 이 공연을 통해 이 분의 이름과 연주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는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 피아노 위치를 직접 조정할 때부터 범상치 않은 연주자라고 지레 짐작하고 있었다.
1악장 시작부터 솔로 도입 전까지 서곡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바이올린의 스타카토 음 간격도 짧아지고 조금씩 서두르는가 싶더니 결국 저음현과 금관에 이어서는 전체적으로 약간 틀어져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듣기 힘든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베토벤 초기 작품이라는 곡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나름 과감한 시도였다고 생각하고 흥미롭게 들었다. 그리고 이 과감한 시도에 대한 느낌은 피아노 솔로가 도입하면서 100% 확신이 들었다. 분명 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그 안에서 충분한 루바토와 프레이징의 변화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내고 있었다. 특히 한음 한음 상당한 공을 들여서 건반을 누르는 터치는 연주자 본인이 이 곡에 흠뻑 빠져들어 악보에 적혀있는 모든 음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2악장 이후에는 더욱 탄력을 받았는지 소리가 나는 순간부터 완전히 안 들리게 될 때까지 모든 음들에 최고로 집중해서 멜로디를 살려내는 모습이 마치 장인의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자칫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법한 템포였지만 한음 한음이 다 살아있어서 오히려 가장 선명한 음을 들을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3악장의 카덴차는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마음 먹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연주한 것인지 조금은 앞뒤 흐름과 동떨어진 느낌을 받긴 했지만 그만큼 새로웠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연주였다.
결과적으로 피아니스트 박종화씨는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또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본인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훌륭한 피아니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연주하는 모습만 보자면 오히려 한음 한음 꾹꾹 눌러 비브라토까지 넣어서 연주하는 현악기 연주자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음과 멜로디를 표현하는데 능숙하다는 의미이다. 앵콜은 정말이지 숨을 멎게 하는 그런 연주였다. 개인적으로 음악에 있어서 동서양을 조화를 탐탁지 않게 받아들이는 한 사람으로 이번 앵콜은 나의 그런 선입견을 깨준 연주였다. 한국의 선율을 서양의 악기와 코드로 풀어나가는데 관객들은 분명 그 안에 서려있는 우리 민족의 한과 얼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절정의 아르페지오에 이르러서는 가슴속에서 무언가 끓어올라 울컥하는 느낌마저 받았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봐왔던 협연자들의 앵콜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주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슈만 교향곡 3번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5악장 안에 다양한 주제가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라인’이라는 제목 하에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모아지는 모습이 머릿속에 너무나도 명확히 그려진다. 흔히 선호하는 대규모의 웅장한 교향곡은 아니지만 라인강변을 따라 보이는 다채로운 모습들을 음악으로 눈부시게 풀어낸 가장 슈만스러운 곡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사실 초반에는 아쉬웠던 부분이 눈에 띈다.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음악이 출렁이길 바랐는데 조금은 딱딱하고 단조로웠던 것 같다. 홀의 특성 때문인지 고음보다는 저음이 훨씬 부각돼 들리기도 해서 따사로운 햇살에 빛나는 라인강의 찬란함이 전혀 머리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호른이 풍부한 음량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나 싶었지만 역시나 전체 흐름과 어울리지 못하고 전반적인 완급조절에 아쉬움이 남는다.
2악장은 굉장히 무거웠다. 가볍고 기분 좋은 독일의 한적한 농가의 민속음악을 생각하며 듣기 시작했는데 뭔가 브람스나 드보르작의 세레나데에서 들을 법한 리듬보다는 멜로디라인이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밀도 있고 탄탄한 연주였지만 2악장의 맛을 제대로 내지는 못한 것 같다.
3악장 역시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클라리넷 도입부가 굉장히 아름답긴 했지만 충분히 부각되진 못했던 것 같다. 조금 더 나와서 전체를 이끌 만큼의 힘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악장은 이 교향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일로 꼽는 악장일 것이다. 쾰른 대성당의 장엄한 느낌을 얼마나 잘 살리는가가 중요한데 기대했던 만큼의 위압감을 주진 못한 것 같다. 다이나믹을 떠나서 적당히 무난하게 훑고 지나가서 그 유명한 트럼본들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데에는 충분치 않았던 듯 싶다. 4악장이 저 밑바닥까지 가라앉아야만 5악장이 좀 더 눈부시게 빛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5악장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베토벤의 열정도, 차이코프스키의 인간적인 감동도 아닌 오직 슈만의 기분 좋은 희열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템포에 자유로운 해석이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정말 하나가 되어 즐기고 있는 연주자들의 모습을 언뜻 엿볼 수 있었다. 특히 호른의 음량이 가장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물론 조금 과하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삑사리 조차 음악의 일부로 눈감아 줄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흐름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 있게 이어져서 숨도 쉬지 않고 피날레를 즐길 수 있었다.
앵콜인 헝가리무곡 1번도 뻔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재미있게 들었다. 지휘자도 연주자도 너무나 편하면서도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서 오늘 네 곡을 정말 정성껏 준비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더 만족스러웠던 공연이었다. 그 때문인지 홀 음향의 고질적이 문제가 유난히 안타까웠던 공연이었다.
부천에 10년 이상을 거주해오면서 이게 고작 네 번째 관람이라는 사실이 안타깝고 창피하다. 이런 양질의 공연을 고작 만원이라는 티켓 값에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20대 중반의 클래식을 좋아하는 아마추어 애호가로서 부천시향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다. 다음주면 나는 군대에 가있겠지만 그 동안에 더욱 성장하고 오케스트라 전용 콘서트홀도 완공이 되어 더 좋은 공연을 보게 되길 기대한다.
아 참, 그리고 신입 단원 중에 남자 단원의 비율이 조금 높아진 것 같은데 보기 좋은 현상이다. 아무래도 좀 더 폭 넓은 레파토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단원들이 필요할텐데 이전에는 지나치게 여성 단원으로만 구성이 되어있어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물론 그로 인해 부천시향 특유의 사운드가 만들어지고 좋게 알려지게 되어 영광이지만 앞으로 더 높고 넓은 곳을 지향한다면 다양한 경력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작은 생각이다.
피아니스트 박종화씨가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연주자와 연주곡이 모두 생소했다. 나는 아마추어로 클래식 연주활동을 다년간 하면서도 막상 공연을 보러 다니는 건 주저했던 터라 정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사가 아닌 이상 솔리스트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다니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따라서 바로 이 공연을 통해 이 분의 이름과 연주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는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 피아노 위치를 직접 조정할 때부터 범상치 않은 연주자라고 지레 짐작하고 있었다.
1악장 시작부터 솔로 도입 전까지 서곡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바이올린의 스타카토 음 간격도 짧아지고 조금씩 서두르는가 싶더니 결국 저음현과 금관에 이어서는 전체적으로 약간 틀어져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듣기 힘든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베토벤 초기 작품이라는 곡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나름 과감한 시도였다고 생각하고 흥미롭게 들었다. 그리고 이 과감한 시도에 대한 느낌은 피아노 솔로가 도입하면서 100% 확신이 들었다. 분명 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그 안에서 충분한 루바토와 프레이징의 변화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내고 있었다. 특히 한음 한음 상당한 공을 들여서 건반을 누르는 터치는 연주자 본인이 이 곡에 흠뻑 빠져들어 악보에 적혀있는 모든 음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2악장 이후에는 더욱 탄력을 받았는지 소리가 나는 순간부터 완전히 안 들리게 될 때까지 모든 음들에 최고로 집중해서 멜로디를 살려내는 모습이 마치 장인의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자칫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법한 템포였지만 한음 한음이 다 살아있어서 오히려 가장 선명한 음을 들을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3악장의 카덴차는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마음 먹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연주한 것인지 조금은 앞뒤 흐름과 동떨어진 느낌을 받긴 했지만 그만큼 새로웠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연주였다.
결과적으로 피아니스트 박종화씨는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또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본인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훌륭한 피아니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연주하는 모습만 보자면 오히려 한음 한음 꾹꾹 눌러 비브라토까지 넣어서 연주하는 현악기 연주자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음과 멜로디를 표현하는데 능숙하다는 의미이다. 앵콜은 정말이지 숨을 멎게 하는 그런 연주였다. 개인적으로 음악에 있어서 동서양을 조화를 탐탁지 않게 받아들이는 한 사람으로 이번 앵콜은 나의 그런 선입견을 깨준 연주였다. 한국의 선율을 서양의 악기와 코드로 풀어나가는데 관객들은 분명 그 안에 서려있는 우리 민족의 한과 얼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절정의 아르페지오에 이르러서는 가슴속에서 무언가 끓어올라 울컥하는 느낌마저 받았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봐왔던 협연자들의 앵콜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주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슈만 교향곡 3번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5악장 안에 다양한 주제가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라인’이라는 제목 하에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모아지는 모습이 머릿속에 너무나도 명확히 그려진다. 흔히 선호하는 대규모의 웅장한 교향곡은 아니지만 라인강변을 따라 보이는 다채로운 모습들을 음악으로 눈부시게 풀어낸 가장 슈만스러운 곡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사실 초반에는 아쉬웠던 부분이 눈에 띈다.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음악이 출렁이길 바랐는데 조금은 딱딱하고 단조로웠던 것 같다. 홀의 특성 때문인지 고음보다는 저음이 훨씬 부각돼 들리기도 해서 따사로운 햇살에 빛나는 라인강의 찬란함이 전혀 머리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호른이 풍부한 음량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나 싶었지만 역시나 전체 흐름과 어울리지 못하고 전반적인 완급조절에 아쉬움이 남는다.
2악장은 굉장히 무거웠다. 가볍고 기분 좋은 독일의 한적한 농가의 민속음악을 생각하며 듣기 시작했는데 뭔가 브람스나 드보르작의 세레나데에서 들을 법한 리듬보다는 멜로디라인이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밀도 있고 탄탄한 연주였지만 2악장의 맛을 제대로 내지는 못한 것 같다.
3악장 역시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클라리넷 도입부가 굉장히 아름답긴 했지만 충분히 부각되진 못했던 것 같다. 조금 더 나와서 전체를 이끌 만큼의 힘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악장은 이 교향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일로 꼽는 악장일 것이다. 쾰른 대성당의 장엄한 느낌을 얼마나 잘 살리는가가 중요한데 기대했던 만큼의 위압감을 주진 못한 것 같다. 다이나믹을 떠나서 적당히 무난하게 훑고 지나가서 그 유명한 트럼본들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데에는 충분치 않았던 듯 싶다. 4악장이 저 밑바닥까지 가라앉아야만 5악장이 좀 더 눈부시게 빛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5악장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베토벤의 열정도, 차이코프스키의 인간적인 감동도 아닌 오직 슈만의 기분 좋은 희열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템포에 자유로운 해석이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정말 하나가 되어 즐기고 있는 연주자들의 모습을 언뜻 엿볼 수 있었다. 특히 호른의 음량이 가장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물론 조금 과하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삑사리 조차 음악의 일부로 눈감아 줄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흐름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 있게 이어져서 숨도 쉬지 않고 피날레를 즐길 수 있었다.
앵콜인 헝가리무곡 1번도 뻔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재미있게 들었다. 지휘자도 연주자도 너무나 편하면서도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서 오늘 네 곡을 정말 정성껏 준비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더 만족스러웠던 공연이었다. 그 때문인지 홀 음향의 고질적이 문제가 유난히 안타까웠던 공연이었다.
부천에 10년 이상을 거주해오면서 이게 고작 네 번째 관람이라는 사실이 안타깝고 창피하다. 이런 양질의 공연을 고작 만원이라는 티켓 값에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20대 중반의 클래식을 좋아하는 아마추어 애호가로서 부천시향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다. 다음주면 나는 군대에 가있겠지만 그 동안에 더욱 성장하고 오케스트라 전용 콘서트홀도 완공이 되어 더 좋은 공연을 보게 되길 기대한다.
아 참, 그리고 신입 단원 중에 남자 단원의 비율이 조금 높아진 것 같은데 보기 좋은 현상이다. 아무래도 좀 더 폭 넓은 레파토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단원들이 필요할텐데 이전에는 지나치게 여성 단원으로만 구성이 되어있어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물론 그로 인해 부천시향 특유의 사운드가 만들어지고 좋게 알려지게 되어 영광이지만 앞으로 더 높고 넓은 곳을 지향한다면 다양한 경력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작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