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후기
신년음악회를 다녀와서
- 작성자*
- 작성일2015-02-03
- 조회수3833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천시 상동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1989년 창단이래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과 애정으로 정기연주회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는 고전음악 애호가이기도 합니다. 지난주 금요일 (1월 30일)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하 부천필) 신년음악회 겸 박영민 상임지휘자 취임연주회를 다녀와서 느낀 점이 많아 글을 남깁니다.
1. 행사진행 및 곡의 선정
상임지휘자의 취임연주회 였는데 간단한 자기 인사 및 소개가 없었던 점은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이전에 부천필을 객원으로 지휘해서 안면이 있는 분이라 하더라도, 상임지휘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는데, 주최측의 행사진행 미숙함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사회자가 있어서 상임지휘자를 소개하고, 이에 맞추어서 상임지휘자가 연주시작 전에 짧게 소감 및 포부를 언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상임지휘자의 복장도 언급하고 싶네요. 이건 사실 저희 어머님의 (원로 음악애호가) 말씀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요즘이 캐주얼한 시대이기는 하지만 정기공연에서 만큼은 관객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턱시도를 착용해야 한다고 요청을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신년음악회 곡의 선정에도 의견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상임지휘자에게 연간 연주곡목을 선정하는 권한이 주어져 있기는 하지만, 1월 30일의 곡목은 무언가 어울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신년의 1월은 한 해의 시작이고 따라서 활기차고 담대하게 새로운 목표를 향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곡들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면, 드볼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황제, 요한스트라우스 라데츠키 행진곡 등등, 그 동안 펼쳐졌던 부천필의 연주 레퍼토리 중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곡들이 많은데, 이런 사항들이 고려되지 않은 채, 늦봄이나 여름에 듣기 좋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늦가을에 주로 들어야 하는 말러 교향곡 1번을 신년음악회 연주곡목으로 선정한 것은, 정말 이상하고 어색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 연주내용
저는 이번 연주회가 최근 몇 년간 상임지휘자가 직접 나선 연주회로는 정말 수준이하 였다고 생각합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에서 양승희 협연자는 모데라토를 안단티노로, 안단티노를 안단테로 연주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제가 참석해서 들었던 2013년 신년음악회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 (김봄소리 협연), 2014년 신년음악회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과 (김화라 협연) 비교해 보았을 때, 금년도 신년음악회 협연자가 곡을 해석하고 연주하는 것에 대한 프로로서의 진지함 및 치열함은 보이질 않고, 무미건조한 소리만 만들어내는 것 같아서 저와 저의 아내와 저의 어머니 모두 크게 실망을 했습니다 (하다못해 바이올린 초보인 저의 딸아이도 박자가 늘어지는 것 같다고 했음). 두 번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말러 교향곡 1번은 주지하시다시피 인간, 자연, 우주를 모두 함께 아우르는 철학 세계로의 초대와도 같은 곡이라서 이에 대한 표현을 오케스트라 각 파트, 특히, 현악파트와 금관파트 사이에 조화와 균형, 말 그대로 정교하게 오케스트레이션 (balance and harmony) 되지 않으면, 폐차장이나 재활용품 공장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끄러운 기계음만 난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인데, 이날 연주는 한마디로 가짜 말러가 와서 진짜 말러처럼 행세하는 것과 같았으며, 제가 1999년 11월 27일 예술의 전당에서 부천필 연주로 들었던 말러 1번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지휘자는 자기 혼자만의 음악세계에 몰입하는 광경이 여러 차례 목격되었으며, 오케스트라와 교감하는 내면적 일체감이 거의 없었고, 오케스트라 역시 불안한 음률과 박자로 (특히, 금관파트는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아주 상당히 많은 연습이 필요해 보임, 단순하게 삑삑 소리만 크게 내지 말고, 음을 낼 때 호흡의 빈도와 강도의 조절이 매우 필요해 보임) 여러 차례 실수를 범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말러 초보인 저의 아내마저도 오케스트라가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염려되어서 저한테 여러 차례 귀속말로 “지난해까지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하던 현악파트의 정갈하고 중후하며 일사 분란하게 뿜어져 나오던 음률은 모두 어디로 간 거에요?” 라고 묻기까지 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너무 안타까웠으며, 2013년 1월 (신년음악회)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2013년 7월 (창단 25주년 기념음악회) 브룩크너 교향곡 8번, 2014년 1월 (신년음악회) 브람스 교향곡 3번 연주를 떠올리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천양지차라고 생각했습니다.
&nbnbsp;
3. 결론 및 제안
지난 27년간 국내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부단한 노력으로 국내 Big 3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로 크게 성장한 부천필의 역량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심각하게 의심을 불러일으켰던 연주회였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상임단원이 바뀌고, 상임지휘자도 바뀐 과도기적 상황이 바로 지금이라 하더라도 이날의 연주는 대단히 실망스러웠으며, 이러다간 경쟁위치에 있는 인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또는 수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한테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과 불안함이 엄습해 옵니다. 그리고, 올해와 내년에 걸쳐서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계획이 세워져 있던데, 이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신임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얼마만큼 혼연일체가 되서 말러의 심연세계를 정밀하게 구현해내는가 하는 것인데, 따라서, 처음에는 보다 쉬운 모차르트나 베토벤 교향곡부터 시작함으로써 그 동안 구축해 놓은 팀워크를 재정비한 다음, 점차적으로 어려운 구스타프 말러, 안톤 브룩크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으로 넘어가는 전략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박영민 신임지휘자께서 언급한대로 독일작곡가 중심의 선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과 도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듣기 좋은 귀에 익숙한 곡만을 연주하는 교향악단은 결코 성장할 수 없으며,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로드리고 (스페인) 기타 협주곡, 파가니니 (이탈리아) 바이올린 협주곡, 바르톡 (헝가리) 피아노 협주곡, 사무엘바버 (미국) 첼로 협주곡, 쇼스타코비치 (러시아) 교향곡, 프랑크 (프랑스) 교향곡 등을 연주함으로써 레퍼토리의 깊이 있는 다양화가 요구됩니다. 비록 지금은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반열에는 올라서 있지 않더라도, 향 후 10년 또는 20년 지난 시점에서 그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두서없이 써 내려간 장문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부천필을 사랑하는 양원석 드림
1. 행사진행 및 곡의 선정
상임지휘자의 취임연주회 였는데 간단한 자기 인사 및 소개가 없었던 점은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이전에 부천필을 객원으로 지휘해서 안면이 있는 분이라 하더라도, 상임지휘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는데, 주최측의 행사진행 미숙함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사회자가 있어서 상임지휘자를 소개하고, 이에 맞추어서 상임지휘자가 연주시작 전에 짧게 소감 및 포부를 언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상임지휘자의 복장도 언급하고 싶네요. 이건 사실 저희 어머님의 (원로 음악애호가) 말씀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요즘이 캐주얼한 시대이기는 하지만 정기공연에서 만큼은 관객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턱시도를 착용해야 한다고 요청을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신년음악회 곡의 선정에도 의견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상임지휘자에게 연간 연주곡목을 선정하는 권한이 주어져 있기는 하지만, 1월 30일의 곡목은 무언가 어울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신년의 1월은 한 해의 시작이고 따라서 활기차고 담대하게 새로운 목표를 향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곡들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면, 드볼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황제, 요한스트라우스 라데츠키 행진곡 등등, 그 동안 펼쳐졌던 부천필의 연주 레퍼토리 중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곡들이 많은데, 이런 사항들이 고려되지 않은 채, 늦봄이나 여름에 듣기 좋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늦가을에 주로 들어야 하는 말러 교향곡 1번을 신년음악회 연주곡목으로 선정한 것은, 정말 이상하고 어색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 연주내용
저는 이번 연주회가 최근 몇 년간 상임지휘자가 직접 나선 연주회로는 정말 수준이하 였다고 생각합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에서 양승희 협연자는 모데라토를 안단티노로, 안단티노를 안단테로 연주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제가 참석해서 들었던 2013년 신년음악회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 (김봄소리 협연), 2014년 신년음악회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과 (김화라 협연) 비교해 보았을 때, 금년도 신년음악회 협연자가 곡을 해석하고 연주하는 것에 대한 프로로서의 진지함 및 치열함은 보이질 않고, 무미건조한 소리만 만들어내는 것 같아서 저와 저의 아내와 저의 어머니 모두 크게 실망을 했습니다 (하다못해 바이올린 초보인 저의 딸아이도 박자가 늘어지는 것 같다고 했음). 두 번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말러 교향곡 1번은 주지하시다시피 인간, 자연, 우주를 모두 함께 아우르는 철학 세계로의 초대와도 같은 곡이라서 이에 대한 표현을 오케스트라 각 파트, 특히, 현악파트와 금관파트 사이에 조화와 균형, 말 그대로 정교하게 오케스트레이션 (balance and harmony) 되지 않으면, 폐차장이나 재활용품 공장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끄러운 기계음만 난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인데, 이날 연주는 한마디로 가짜 말러가 와서 진짜 말러처럼 행세하는 것과 같았으며, 제가 1999년 11월 27일 예술의 전당에서 부천필 연주로 들었던 말러 1번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지휘자는 자기 혼자만의 음악세계에 몰입하는 광경이 여러 차례 목격되었으며, 오케스트라와 교감하는 내면적 일체감이 거의 없었고, 오케스트라 역시 불안한 음률과 박자로 (특히, 금관파트는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아주 상당히 많은 연습이 필요해 보임, 단순하게 삑삑 소리만 크게 내지 말고, 음을 낼 때 호흡의 빈도와 강도의 조절이 매우 필요해 보임) 여러 차례 실수를 범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말러 초보인 저의 아내마저도 오케스트라가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염려되어서 저한테 여러 차례 귀속말로 “지난해까지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하던 현악파트의 정갈하고 중후하며 일사 분란하게 뿜어져 나오던 음률은 모두 어디로 간 거에요?” 라고 묻기까지 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너무 안타까웠으며, 2013년 1월 (신년음악회)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2013년 7월 (창단 25주년 기념음악회) 브룩크너 교향곡 8번, 2014년 1월 (신년음악회) 브람스 교향곡 3번 연주를 떠올리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천양지차라고 생각했습니다.
&nbnbsp;
3. 결론 및 제안
지난 27년간 국내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부단한 노력으로 국내 Big 3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로 크게 성장한 부천필의 역량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심각하게 의심을 불러일으켰던 연주회였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상임단원이 바뀌고, 상임지휘자도 바뀐 과도기적 상황이 바로 지금이라 하더라도 이날의 연주는 대단히 실망스러웠으며, 이러다간 경쟁위치에 있는 인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또는 수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한테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과 불안함이 엄습해 옵니다. 그리고, 올해와 내년에 걸쳐서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계획이 세워져 있던데, 이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신임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얼마만큼 혼연일체가 되서 말러의 심연세계를 정밀하게 구현해내는가 하는 것인데, 따라서, 처음에는 보다 쉬운 모차르트나 베토벤 교향곡부터 시작함으로써 그 동안 구축해 놓은 팀워크를 재정비한 다음, 점차적으로 어려운 구스타프 말러, 안톤 브룩크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으로 넘어가는 전략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박영민 신임지휘자께서 언급한대로 독일작곡가 중심의 선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과 도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듣기 좋은 귀에 익숙한 곡만을 연주하는 교향악단은 결코 성장할 수 없으며,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로드리고 (스페인) 기타 협주곡, 파가니니 (이탈리아) 바이올린 협주곡, 바르톡 (헝가리) 피아노 협주곡, 사무엘바버 (미국) 첼로 협주곡, 쇼스타코비치 (러시아) 교향곡, 프랑크 (프랑스) 교향곡 등을 연주함으로써 레퍼토리의 깊이 있는 다양화가 요구됩니다. 비록 지금은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반열에는 올라서 있지 않더라도, 향 후 10년 또는 20년 지난 시점에서 그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두서없이 써 내려간 장문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부천필을 사랑하는 양원석 드림
- 이전글
- Re : 카르미나 부라나
- 다음글
- 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