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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Re :

  • 작성자*
  • 작성일2016-07-04
  • 조회수1101
안녕하세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바그너 탄호이저,  
함께해 주시고 정성스러운 후기까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시간이셨다니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많은 응원 바랍니다. 
 
 
 
 
원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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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바그너의 향연 II - 탄호이저 오페라 콘체르탄테(2016-07-01 오후 11:50:39) 
6월의 마지막 날인 6.30일 예술의전당에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그너 연주 시리즈 두 번째인 탄호이저 오페라 콘체르탄테 연주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3.18일은 바그너의 서곡모음이 있었는데요. 서곡모음에 이어 바그너 오페라 중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다는 탄호이저를 연주했습니다.  
 
오페라 콘체르탄테 형식은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소개 페이지에서 무대 의상과 장치가 없이 진행하는 극형식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바그너의 오페라는 스케일이 큽니다. 형식은 무대 의상과 장치가 없고 이야기 진행에 필요하지 않은 인원이 배제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요. 출연진입니다. 
 
지휘_박영민 
연주_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연출_이의주 
 
탄호이저_이범주 
엘리자베트_케이틀린 파커 Kathleen Parker 
볼프람_김성곤 
베누스_데어드레 앙게넨트 Deirdre Angenent 
헤르만_하성헌 
발터_김상진 
비테롤프_임성욱 
하인리히_김동녘 
라인마르_이대범 
목동_이가연 
귀족 수행원_안상희, 김수연 
합창_부천시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 마에스타 오페라 합창단 
 
3개 합창단이 모였습니다. 어떤 웅장한 소리를 만들어낼지 처음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연주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오페라 탄호이저에 대해 먼저 이해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또 중간의 이야기 전개를 이해하기 위해서 오페라 탄호이저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도 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탄호이저는 1228년에서 1265년 사이에 활동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가 가수였습니다. 연가란 사랑의 노래를 뜻하며 정신적 사랑을 노래하는가 하면 육체적 사랑을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정신적 사랑을 노래하는 연가 가수는 주로 귀족 부인을 대상으로 활동했으나 육체적 사랑 노래는 사랑 자체를 금기시했던 중세 이데올로기에 따라 터부시 됐습니다.  
 
유럽은 신앙의 시대로, 정신이 추구해야 할 유일한 목표는 신에 대한 인식이었고, 감각과 지각은 극복의 대상기 때문에 육체의 쾌락은 선이 아닌 것으로 인식됐습니다. 이런 가치관과 육체적 쾌락을 좇는 인간의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탄호이저의 모습에서 그대로 나타납니다. 탄호이저는 오페라의 진행 과정에서 갈지(之)자 행보를 보입니다.  
 
탄호이저를 유혹하는 베누스 로마신화에서는 비너스, 그리스신화에서는 아프로디테로 나오는 이 여신은 사랑의 여신이기도 하지만 육체의 쾌락을 추구하는 여신으로 나옵니다. 다신교 사상을 가지는 그리스/로마 신화는 유일신 사상을 가지는 기독교와 대척점에 있을 수밖에 없었고 오페라 탄호이저에서는 엘리자베스의 진실한 정신적 사랑의 반대가 되는 유혹적인 육체적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등장합니다.  
 
오페라 탄호이저에는 다음과 같은 대립구조가 등장합니다. 
 
베누스 여신으로 대변되는 육체적 쾌락, 감각적 사랑 vs 엘리자베스로 대변되는 정신적 사랑 
저주 vs 구원 
인간적 갈등을 겪는 탄호이저 vs 탄호이저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표현하는 엘리자베스 
 
하데스도 페르세포네도 아닌 사랑의 여신인 베누스가 지하 세계에 있는 것으로 나오지요. 1막 2장에서 베누스는 떠날 결심을 한 탄호이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 환희의 신들은 인간의 싸늘함이 싫어서 여기 땅 속 깊은 곳, 따뜻한 대지의 품으로 왔어요. 
 
위의 대사가 나온 배경이 중세 기독교가 지배하던 사회는 남녀 사이의 육체적 관계에 비판적인 입장이 사회 주류적 입장으로 대두되면서 육체적 사랑을 지향했던 비너스는 자신을 추종하는 세력과 함께 피신을 가면서 밝은 세상에서 어두운 지하세계에 자리를 잡았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동용, 바그너 탄호이저에 나타난 사랑 논쟁) 
 
사전 배경 설명은 이 정도면 될 듯하네요.  
 
오페라 탄호이저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막 : 베누스 여신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탄호이저는 지하세계의 쾌락에도 무료함을 느끼게 돼 바깥세상을 떠날 것을 결심하고 그의 옛 연인이었던 엘리자베스를 찾아 성으로 돌아간다. 
 
2막 ; 영주와 음유시인 그리고 엘리자베스와 만난 탄호이저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노래 경연을 하지만 사랑의 본질은 육체적 쾌락이며 자신이 베누스 여신과 함께 있었음을 말하게 되고 육체적 관계가 죄악시됐던 당시의 분위기에 따라 죄 사함을 받기 위해 로마 순례를 할 것을 명령받는다. 
 
3막 : 고통스러웠던 순례에도 불구하고 죄 사함을 받지 못 했던 탄호이저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다시 베누스 여신에게 가려 하지만 자신의 죄 사함을 위해 목숨을 바친 엘리자베스의 소식과 자신이 구원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숨을 거둔다. 
탄호이저에는 세 가지 기적이 등장합니다. 
 
첫 번째는 탄호이저가 스스로 놀랍고도 숭고한 기적으로 칭하는 육체적 쾌락의 유혹을 극복하고 사람들에게 돌아온 것입니다. 
두 번째는 탄호이저의 진실한 친구인 볼프람이 칭한 것으로 노래로서 고결한 처녀(=엘리자베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일 입니다.  
세 번째는 죽어버린 교황의 지팡이에서 새싹이 올라와 탄호이저가 구원을 받았음을 나타내는 일화입니다.  
 
인간의 자유의지로서 떨쳐내기 어려운 유혹을 이겨낸 일, 불가능해 보이는 사랑을 이뤄낸 일, 구원이 불가능해 보였던 저주를 극복하고 구원을 받은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구원을 받은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연 대회에서 탄호이저와 다른 음유시인인 발테 폰 데 포겔바이데의 대화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탄호이저 : ...마음속에서 갈망이 타오른다네. 서슴없이 그 샘에 입술을 대야만 목타는 갈증을 풀 수 있다네... 
발테 폰 데 포겔바이데 : ... 그 샘물에 입술을 대면 불순한 열정을 식힐 수 있지만,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샘의 신비한 힘은 영원히 사라진다네! 이 샘에서 원기를 얻으려면, 입술이 아니라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네... 
 
육체적이고 감각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에 대한 논쟁이지만 구약성서 창세기의 선악과의 내용과도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하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창세기 3장 3절 
 
결국 원죄를 짊어진 인간은 구원을 갈구하게 되는데요, 그 구원을 받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기독교적으로 해석하면 엘리자베스의 죽음은 예수의 죽음으로 비견될 수 있겠네요.  
 
또다시 사설이 길었습니다. 
 
처음 공연장에 들어가니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연주회하고는 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푸른색 조명이 무대에 비치고 있었는데요, 이 조명은 극의 흐름에 따라 색상과 조도가 변경돼 극의 분위기를 반영했습니다. 자막이 나오는 부분과 그 주변에 별도 조명효과를 통해 약간의 배경을 표현하고자 한 듯합니다. 극의 흐름에 따른 조명의 변화는 극의 몰입에 더 도움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연주자과 합창단이 입장하고 박영민 지휘자의 입장 후 이 유명한 서곡인 탄호이저 서곡이 연주되고 바로 1막으로 연결됐습니다.  
 
무대 양 옆문을 통해 각 배역을 맡은 솔리스트들이 등장해 연주를 합니다. A열 9번째 줄에서 듣기에 성량이 작다는 느낌은 받지 못 했습니다. 일반적인 오페라라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오케스트라가 무대 앞 아래쪽에서 연주를 하기 때문에 오페라 가수들의 목소리가 관객들에게 전달되는데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았지만 오늘 같이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를 등지고 노래하는 오페라 가수들은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뚫고 자신의 목소리를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습니다. 중간중간 특히 낮은 음역대의 오페라 가수의 노래가 잘 안 들리는 경우도 물론 있었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더군요. 
 
평소 부천필의 연주를 많이 듣는 편입니다. 부천 시민회관에서 듣던 소리와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들어본 소리는 좀 달랐습니다. 현의 소리가 더 힘이 있었고 금관의 소리도 더 좋았습니다. 목관은 늘 그러던 대로 좋은 연주를 해주었고요)  
 
바그너 사운드로 효과를 내려면 현악 파트는 꽤 힘이 듭니다. 제 1,2 바이올린은 서곡이나 순례자의 합창에서 금관에 의한 주제의 진행을 받쳐주는 일련의 16마디 음표를 연주하는데 지난 번 연주에서는 좀 불만족스러웠으나 제 착각인 듯하더군요. 충분히 잘 살려낸 듯했습니다.  
 
탄호이저, 엘리자베스, 헤르만 등 솔리스트들은 모두 좋은 연주를 해주셨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기대된 부분은 합창단이었습니다. 부천시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 마에스터 오페라 합창단 모두 연주를 잘하는 단체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과연 어떨까 하는 기대가 컸습니다.  
 
예전에 구자범 지휘자가 경기필과 함께 4개 합창단과 함께 연주한 탄호이저의 순례자의 합창과 피날레는 정말 멋졌습니다. 이런 연주를 실제 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고 이번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1막에서의 요정들의 소리는 정말 천상의 소리 같았고 (합창단이 관객보다 위에 있다 보니 소리가 높은 곳에서 들리니 이런 느낌이 들더군요.) 3막의 순례자의 합창은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압도하는 웅장한 소리가 표현됐습니다. 다만 소리가 너무 웅장하다 보니 바이올린 소리가 거의 묻혀버려 좀 아쉬웠습니다.  
 
순례자의 합창의 웅장함은 큰 감동으로 다가와 연주장에서도 크게 느꼈지만 집에 도착하고 나서도 그 감정이 다 가시지 않아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 했습니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들의 소리를 다 좋아합니다만 평소 들어보기 어려운 악기가 하프입니다. 하프가 편성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편성되더라도 일반적으로 다른 악기 소리에 그 소기가 가려져 하프가 가지는 소리를 듣기가 어렵지요. 2막 연주에서 경연 대회를 하는 와중에 하프 독주 연주가 많았습니다. 하프가 가지는 부드러우면서도 명료한 울림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연주회가 끝나자 많은 분들이 기립을 해 연주자들의 노고에 화답했습니다. 아마 제가 받았던 이상의 감동을 받았을 거라 생각되더군요. 이번 연주를 위해 오래전부터 많은 준비를 했었을 텐데 단 한 번의 공연으로 마무리 짓는다는 게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집니다.  
 
평소 정기연주회 시간의 두 배인 3시간여의 시간 동안 좋은 연주를 해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부천시립합창단을 비롯한 합창단과 솔리스트로 활약한 여러 가수분들에게도 마찬가지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좋은 음악 들려주셔서 행복했습니다. 
 
http://blog.naver.com/ironlegs/220751363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