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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R.Strauss 탐구 시리즈 II 후기

  • 작성자*
  • 작성일2017-07-15
  • 조회수1247
안녕하세요. 어젯밤 R.Strauss 탐구 시리즈 II를 즐기고 온 대학생 입니다. 저는 자연계열학생이다 보니 주변에 클래식을 즐기는 친구들이 거의 없습니다. 가끔 같이가자고 권유를 해도 사실상 거절을 많이 받곤 합니다. 이렇게말씀 드린 이유는 제가 클래식에 빠진 이유를 말씀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저는 2015년 교향악 축제때 처음으로 부천필하모닉을 마주하게 되었고 자리가 없어서 합창석에 앉게 되었습니다. 지휘자만 보이는 자리였고 그 분은 마이클잭슨을 능가하는 멋진 각도로 지휘를 하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이지만 음악보다는 지휘자에게 먼저 빠져버렸던 것 같습니다. 박영민 지휘자의 표정과 손짓 그리고 몸 동작은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없더라도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바그너 말러 등등 많은 연주를 따라다니며 즐기게 되었습니다. 부천필하모닉의 연주는 저에게 유럽이 아니더라도 대단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친구들도 저의 음악 취향을 존중해 줍니다! 
 
앞선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어제밤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시작해서 탄호이저중 순례자의 노래로 끝난 연주는 감동의 연속이였습니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악기인 오르간과 같이 울려퍼저 나아갈 때 저의 심장을 울렸습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경우 너무도 유명한 곡이고 만화 심슨에서 조차도 들을 수 있는 음악입니다. 사실 그래서 더욱 기대도 되었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을 짜라투스트라가 되었습니다. 영웅의 생애 작품은 저에게 잠들 때까지 잊혀지지 않고 울리고 있었습니다. 싸움터로 예상됩니다. 타악기들이 엄청나게 울려퍼질 때 역사속의 전투현장이 생생히 보였습니다. 특히 더 좋았던 점이 있습니다. RP석에 앉다보니 타악기 쪽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연주를 볼때는 전체적인 오케스트라가 보여서 사실 타악기가 울리기 전에 예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경우에는 예상할 수 없던 순간에 울려 퍼진 악기들의 소리에 더욱 놀라게 되었고 긴장감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앵콜공연이 본 공연보다도 더 좋을 수 있을까요? 최근 탄호이저에 빠져 여러 음원을 들었지만 절대 실황을 따라올 수 없어 마음에 갈급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오르간과 함께 울려퍼진 탄호이저는 그 몇달간의 마음을 확 씻어버리는 순간 이였습니다. 다시들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고 아깝습니다. 앞에 울렸던 바하의 곡은 어두웠던, 더럽혀 졌던 나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한 빛같은 소리였습니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환상의 구름위에 있는 듯한 기분을 갖게 합니다. 
 
저는 위에서 말씀 드린바와 같이 사실 음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천필하모닉을 만났고 그 음악에 빠져 팍팍 했던 삶에 부드러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음악을 전공하신 분들의 글과 비교하면 당연히 부끄러운 후기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표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한번 글을 남겨 봅니다. 부천필하모닉 그리고 박영민 지휘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연주 부탁드립니다. 언제 어디든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