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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제 239회 정기연주회 솔직담백 관람후기 - 새로운 세포가 자라난 날

  • 작성자*
  • 작성일2018-09-21
  • 조회수1063
안녕하세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관람한 청년입니다. 
클래식에 상당히 문외한이므로 매우 주관적이고 클알못(클래식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스러운 리뷰가 될 것입니다.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1.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 관람을 결심한 이유 
 
클래식, 악기연주에 소질이 없는 제게는 정말 멀고도 낯선 장르였습니다.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정자세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관람하는 지루한 것이었습니다. 클래식에 대해 이해도가 없다면 들어봤자 재미도 감동도 없고, 소음으로 들릴 것이 자명한 배타적인 취미로 생각했습니다. 이같은 편견들은 드라마 두 작품을 만나면서 바뀌었습니다. 한국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와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가 바로 그 작품입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클래식에 대한 편견이 깨졌고, 때론 즐겁고 때로는 감동적인 음악이 바로 클래식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오프닝 OST가 베토벤 교향곡 7번 1악장 메인 선율이였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직접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운명처럼 근무하는 일터에 있는 부천시 홍보매체에서 정기연주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을 확인하자 순간 제 가슴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습니다. 늘 그려왔던 버킷리스트를 실현할 때가 온 것입니다. 
 
2. 각 연주 프로그램에 대한 솔직담백한 감상 
 
2-1 베버, 오페라 오이리안테 서곡 작품 81 
 
30분 일찍 대공연장에 도착하여 자리에 앉자,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되면서도 살짝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더 앞자리였으면 소리를 더 크게 들을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하필 옆자리에 앉은 분께서 공연 내내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들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잠깐 옆길로 샜네요. 다음엔 꼭 앞쪽 무대에 앉아서 관람하겠다는 다짐을 해봤습니다. 
마침내 공연이 막이 오르고 지휘자 Peter Sommerer가 무대에 들어섰습니다. 몹시 큰 키에 개구장이 같은 유쾌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 무척 호감이 갔습니다. 연주가 시작되자 이럴 수가, 지휘 스타일 또한 매우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큰 동작으로 움직이며 180도로 펼쳐진 연주자들을 마주하고 경쾌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힘이 넘쳤습니다. 
오페라 오이리안테 서곡 작품 81의 곡이 주는 느낌을 특색있게 살려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이 꽃피는 전반부, 시련의 중반부, 극복하는 후반부가 톡톡 오감으로 들어와 머리에 그려졌습니다. 스피커와 헤드셋, 이어폰을 통해 듣는 클래식과 달리, 공간에서 밀도있게 뿜어져 나오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청각을 넘어서 공감각적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첫 번째 프로그램의 관람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2-2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 77(Violin 송지원)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반은 눈 감고 정신을 놓은 채 들었습니다. 연주가 별로였다는 것이 아닙니다. 1박2일 왕복 10시간의 여행을 갔다온 피로와, 근무를 서고 온 피로, 식사하고 난 후 식곤증이 몰려올 시점과 모두 맞물려 부드럽고 우아한 음악의 향연 속에 정신을 풀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가장 절정이었던 부분은 Adagio 였습니다. 마치 어릴 적 어머니의 품속에 안겼던 편안함을 주었다고 할까요? 속절없이 음악이 주는 안온함에 빨려들다가 3번째 파트에 들어서야 심기일전하여 마지막까지 쭉 연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 기준에서 돌이켜봤을 때, 선곡이 살짝 루즈하지 않았나하는 2%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뒷자리에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바이올린 연주자 분의 연주가 크게 들리지 않아서 더 그랬는지 모릅니다. 기교가 무척 뛰어나다는 것은 느껴졌는데 악기의 한계인지 공간의 한계인지는 몰라도 귀에 박히게 음악이 들려오진 않았습니다. 물론 3가지 피로가 급 겹쳤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여러번 앵콜을 해주시던 송지원 연주자 분의 미소가 기억에 남습니다. 
 
2-3 베토벤, 교항곡 제7번 가장조 작품 92 
 
드디어 오늘의 메인 ! 정말 듣고 싶었던 베토벤의 7번 교향곡입니다. 교향곡을 4악장 모두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또 졸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걱정이 기우로 판명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케스트라가 뿜어내느공간을 꽉 채우는, 웅장한 음악에 가슴이 진탕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드라마에서 듣던 그 선율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 저도 모르게 발뒤꿈치털부터 목에 난 털까지 소름이 듣는 걸 느꼈습니다. 저의 꿈 중의 하나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동을 느꼈고, 동시에 일본어를 공부하던 그 때 그 시절, 그 드라마에 대한 애상에 젖을 수 있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비가 오는 궃은 날씨를 뚫고 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딱 하나, 살짝 아쉬웠던 부분을 꼽자면, 지휘자께서 1악장 4악장의 경우는 크고 톡톡 튀는 듯한 경쾌함으로 지휘하시기보단 절제미를 한 스푼 첨가하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개인의 취향의 문제입니다. 제가 상상했던 연주에서는 보다 장중하고 중후하며, 우아하게 지휘되는 연주였는데, 가장 음악의 선율에 몸과 정신을 맡기고 행복을 느낄 찰나에 지휘자님의 큰 동작에 살짜쿵 단절이 일어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음악은 정말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제가 그려왔던 그림과는 살짝 달랐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2악장, 3악장, 4악장도 이어 정말정말 잘 들었는데요. 특히 2악장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이렇게 뭔가 다크하면서도 좋은 음악이 있다니! 1악장에 더해 제가 좋아하는 클래식 리스트에 추가했습니다. 지금의 제 수준으로는 감히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낮게 깔린 분위기 속에 어마어마한 미증유의 힘이 담겨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듣다 보면 이 기분, 이 감정, 이 생각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되겠죠?  
지휘자께서 앵콜 곡으로 해주신 브람스, 헝가리무곡 1번도 아주 좋았습니다. 뭔가 어디서 많이 들었다 했는데, 제가 유투브로 종종 듣는 정명훈 님 오케스트라의 플레이리스트에도 있었고, 한 때 즐겨했던 문명이라는 게임의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좋은 곡 공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3. 마치면서 - 새로운 세포가 자라난 날 
 
오늘은 27년 간 고여있던 제 몸에서 새로운 세포가 자라난 날입니다. 그것은 바로 현장감 있는 오케스트라를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감동을 얻을 수 있게 만드는 세포입니다. 그동안의 미디어 영상으로만 얻던 감동이라는 결을 달리하는 감동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기회, 오늘 공연만큼이나 좋은 연주를 들으면서 이 기쁨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부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분들께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겠습니다. 연주 정말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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