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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 베르디 레퀴엠

  • 작성자*
  • 작성일2018-11-24
  • 조회수1022
2018. 11. 23, 부천시민회관 
 
지난 달 산티아고 까미노 900km를 걸으면서 
용서의 언덕을 내려오는데 길이 거친돌들이 많아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 누군가 돌들을 이용하여 길 바닥에 십자가를  
만들어 놓았기에 그 위에 내가 가지고 있는 매직펜으로  
글을 썼다. 
 
LIBERA ME, 나를 구원하소서. 
 
부천시립예술단의 창단 30주년을 기념하여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의 일환으로 베르디를 선정하고 
연주곡으로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 Requiem을  
부천시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 그리고  
부천시립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가졌다. 
 
평소와 다르게 이 날은 로비에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도 많았고 
객석의 관중도 만석이었다. 
애호가들은 연주단체를 보고 연주회에 오는지,  
레퍼터리를 보고 연주회에 오는지 구분이 안간다. 
관객의 숫자는 연주자의 숫자에 비레하는 것인가? 
 
베르디는 합창곡보다 오페라 전문이다. 
그러나 그가 합창곡을 작곡하는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조익현 지휘자님이 그 배경을 연주 전에 설명하셨다. 
당초 이 곡에서 여러 명이 합동으로 작곡을 하고 
베르디가 맡은 부분은 마지막 부분의 Libera me뿐이었다. 
그러나 사정에 의하여 작곡은 취소되었으나  
베르디가 존경하는 이태리의 유명한 시인 만초니가 사망하자 
베르디가 전 곡의 작곡을 다 맡기로 하고  
만초니의 서거 1주년이 되는 날 
그 곡은 초연되자 마자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초연당시에도 대규모 합창단이 연주했고 
각 파트의 독창자가 오페라같이 연주했다. 
 
부천시립합창단이 기용한 독창자는  
이태리에서 공부한 소프라노 박미자씨와 
역시 이태리파인 앨토 이아경 
그리고 테너 신동원과 베이스로 전승현씨가 맡았다. 
 
첼로의 굵은 선율이 곡의 시작을 알리고 
커다란 성당 미사의 울림처럼 아카펠라 합창이 뒤를 이었다. 
거의 100여명의 아카펠라 합창이 일품이다.  
극도의 절제함과 가느다란 팔세토로 노래하는 남성들의 화음이  
나를 전율케 한다. 
 
진노의 날에서 부터는 표효하는 합창과 베이스의 굵은 음성이 제격이다. 
그리고 마치 오페라를 하듯이 솔로의 각 파트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고 있다.  
테너 솔로가 조금 격해졌는지 감정이 소리를 넘어섰다. 
그리고 때론 각 솔로와 합창단이 대화를 나누고  
종국에는 솔로들과 합창단이 라크리모사로 맺음한다. 
 
봉헌송에서는 여느 레퀴엠과 다르게 솔로들만의 무대다. 
소프라노와 앨토의 앙상블이 참 좋다. 
 
상투스에서는 합창단의 더블코러스로 이어진다. 
그러나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들렸다. 
각 파트가 4성 혹은 8성이라면 
더블코러스이니 적어도 10개의 소리가 이렇게 멋진 소리를 만들어 낸다. 
 
아뉴스 데이를 노래할 때 앨토의 톤 칼라가 
앞곡에서 부르던 발성과는 사뭇 달라 또 한 번 내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영성체송 후 베르디가 원래 맡았던 Libera me가 연주되었다. 
그런데 이 곡에서 오로지 소프라노 솔로와 합창단이 연주한다. 
문득 미사곡이나 레퀴엠, 칸타타, 머니피캇 등 합창곡의  
대미는 모든 모든 솔로와 합창단이 같이 연주하는 것과 
조금 다른 것을 본다. 
 
100명의 합창단에 마이크 없이 노래하는 1명의 소프라노의  
발성이 뒤지지 않았다. 마치 커다란 울림속에서 날카롭게 파고드는 
트럼펫과 같은 소리랄까? 
 
주님의 심판하심과 진노하심을 생각할 때 
놀라워 떨리고 두렵나이다. 
 
그리고.... 
끝났다... 
 
베르디. 
그는 현대의 인공지능인 AI와 같은 사람이다. 
어쩌면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에 꼭 맞는 곡들을 
뽑아 낼 수 있을까? 
 
브라보... 
객석에서 크게 외쳤다. 
아~~~ 부천시민으로서, 음악애호가로서 
이런 멋진 공연을 더 음악답게 들을 수 있는 전용 음악장이 없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