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람후기

보헤미안이 본 라보엠

  • 작성자*
  • 작성일2018-12-11
  • 조회수980
 
2018. 12. 8 
 
청년시절부터 보헤미안이 되고 싶었다. 
기타하나 들고 혼자 여행다니길 좋아했고,  
노래 한 곡 부르면 행복했다. 
그래서 SNS의 아이디도 보헤미안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했다. 
 
낮에 12월 중순에 있을 부천시립합창단의 메시아 연주를 위한  
시민합창단의 연습에 참여했다가 문득 라보엠 공연 소식을 들었다. 
이전에 듣긴 했는데 잊었다가 급관심. 
올해는 부천시립예술단의 창단 30주년 기념해라  
여러가지 공연이 많아 유심히 찾아 보고 있다. 
 
라보엠은 금요일 토요일 이틀동안 하기에 토요일 당일 표를 사기 위해  
공연 한시간 전에 공연장을 찾았더니 거의 만석이고  
3층 맨 꼭대기 자리밖에 없지만 그래도 이 오페라를 단돈 10,000원에  
본다는 것은 다른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이다. 
 
이런 공연 한 번 올리는데 몇 억원이 들지만 티켓값으로 충당하지 않고 
거의 내가 낸 세금으로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난 우리 온 가족이 세금을 내니 떳떳하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유명한 아리아가 가득해 모두의 귀에 익은 오페라다. 
그대의 찬손, 내 이름은 미미, 무제타의 왈츠 등등...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 
시인 로돌포는 생활이 자신의 원고를 난로에 태워 넣어야만 하는 비참함속에서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자기보다 더 가난한 아가씨 미미를 사랑하면서 
부자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낀다. 
 
시인과 화가와 철학자와 음악가. 그들은 모두 당시에도 보헤미안이고 
시대가 지난 지금도 역시 보헤미안이다. 
그 들의 사랑은 시가 되고 음악이 되고 그림이 되고 사상이 되기도 한다. 
 
오페라의 내용은 시간이 부족해 많은 것들을 표현할 수 없는 제약이 있지만 
노래는 짧은 시간에도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표현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페라 아리아들을 들으면 행복해 지고  
때론 가사를 잘 몰라도 그 멜로디를 듣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런 것이 오페라의 힘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 아리아나 합창곡을 들으면 흥얼거리기는 해도 
실상 그 오페라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상상의 나래를 편다. 
 
부천시민회관의 작은 무대에 대형 오페라가 올라오다 보니 
무대의 앞 부분에 풀 오케스트라의 자리가 비 좁게 느껴졌다. 
이 공연을 위해 무대를 오케스트라 핏트를 새로 꾸몄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대위의 셋트도 최소한으로 줄인 것 같다. 
2막의 크리스마스 축제를 즐기는 거리 풍경이 대형 공연장에 비해 
협소하게 보였지만 그래도 어린이 합창단도 최대한 동원했고 
부천 시립합창단들이 모두 참여하여 무대는 풍성했다. 
 
오페라는 고무줄같이 늘일 수도 줄일 수도 있다. 
특히 늘 감초처럼 들어가는 축제장면을 더욱 그렇다. 
작은 홀에서도 오페라를 공연할 수 있고 
상암월드컵 경기장 같은 곳에서도 똑 같은 오페라를 공연할 수 있다. 
이전에 상암 경기장에서 투란도트를 볼 때는 코끼리까지 등장했었다. 
 
오늘 무대의 주인공인 미미와 로돌포 역 등의 주역들 몇 명 빼 놓고는  
모두 부천시립합창단원들과 부천의 청소년합창단이 소화했고  
충분히 그들의 진가를 볼 수 있었다. 
 
많은 연주자와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오페라이다 보니 
오늘 객석은 3층까지 만석이었고 듣는 사람들도 충분히 무대 매너가 있어 
적당한 때에 박수를 칠 줄도 알았다. 
 
공연이 살아 있는 도시, 보헤미안같은 예술가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도시, 
매일 매일 펼쳐지는 많은 공연들을 보며 저녁과 주말의 생활이 즐거운 도시, 
주부들을 위해 낮시간에도 작은 공연이 끊이지 않고 
시립 예술단원들이 학교와 도서관, 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연주하는 도시, 
 
그런 도시에 살고 싶다. 30년동안 살아 온 부천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