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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노트

[부천필] 제341회 정기연주회 'A Portrait in contrast' 프로그램 노트

  • 작성일2026-09-11
  • 조회수41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341회 정기연주회
A Portrait in Contrast
대조 속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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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교향곡 제31번 D장조 ‘파리’, K. 297
W. A. Mozart, Symphony No. 31 in D Major, K. 297 ‘Paris’
 
1778년 파리에서 작곡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교향곡 제31번 D장조 K. 297 ‘파리’는 스물두 살의 작곡가가 유럽 문화의 중심지에서 자신의 음악적 가능성을 새롭게 펼쳐 보인 대표작이다.

파리에서의 구직의 어려움과 어머니의 병환이라는 개인적 어려움 속에서 작곡되었지만, 음악은 고통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계몽주의 시대 파리가 선호했던 명료함과 세련된 감각, 정제된 화려함으로 이를 승화해 낸다. 당시 뛰어난 연주력과 대규모 편성을 자랑하던 유명 공개 연주회 ‘콘세르 스피리튀엘(Concert Spirituel)’의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된 만큼, 파리 청중의 취향과 화려한 관현악적 음향 효과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음악사적으로 이 작품은 모차르트가 자신의 교향곡에 처음으로 클라리넷을 편성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2관 편성의 목관악기와 호른, 트럼펫, 팀파니, 현악기가 결합해 이전보다 한층 웅장하고 다채로운 음향적 색채를 만들어낸다. 특히 목관악기를 단순한 음향 보강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선율과 표현력을 지닌 주체로 활용했으며, 이는 훗날 후기 교향곡과 협주곡에서 만개할 정교한 관현악법의 도약을 예고한다.

아울러 전 관현악의 강렬한 총주로 단숨에 청중의 귀를 사로잡는 파리 악단 특유의 일제히 첫 활을 내리긋는 관례인 ‘프레미에 쿠 다르셰(premier coup d’archet)’와 과감한 셈여림 대비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모차르트는 특유의 유려한 조형 감각과 재치 있는 악상 전개로 대중적 호소력과 예술적 완성도를 동시에 구현했다.


제1악장: Allegro assai  
전 관현악이 강렬한 총주로 문을 여는 ‘프레미에 쿠 다르셰’와 빠르게 상승하는 음형으로 웅장하게 시작한다. D장조의 당당한 화음 연타와 폭발적인 크레셴도, 트럼펫과 팀파니의 힘찬 울림이 대규모 관현악의 에너지를 압도적으로 분출한다. 새롭게 도입된 클라리넷을 포함한 목관 섹션의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과 현악기의 질주가 시종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으며, 초연 당시 파리 청중을 매료시켰던 극적 효과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제2악장: Andante  
화려한 외부 악장들 사이에서 서정적인 휴식과 균형을 선사하는 우아한 악장이다. 노래하듯 유려하게 흐르는 선율과 섬세한 목관악기의 대화가 돋보인다. 과도한 감정의 분출을 지양하고 투명하고 절제된 형식미 속에서 미묘한 뉘앙스의 변화를 이끌어내며 모차르트 특유의 품격 있는 서정미를 드러낸다.


제3악장: Allegro  
미뉴에트를 생략한 고전적 3악장 구성의 피날레로, 모차르트 특유의 기지와 극적 반전이 빛을 발한다. 악장은 제1, 제2바이올린이 조심스럽게 피아노(p)로 8마디를 시작한 직후, 예기치 못한 순간에 터져 나오는 오케스트라 전체의 투티(tutti, f)로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대위법적으로 교차하는 유려한 악상과 역동적인 리듬, 청중의 기대를 절묘하게 지연시키고 뒤집는 위트가 어우러지며 눈부신 활력 속에서 축제적 분위기로 전곡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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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랑, 하프시코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전원 협주곡, FP 49
F. Poulenc, Concert champêtre for Harpsichord and Orchestra, FP 49

‘프랑스 6인조(Les Six)’의 대표 작곡가 프랑시스 뿔랑(Francis Poulenc, 1899–1963)가 1927년부터 1928년에 걸쳐 작곡한 《전원 협주곡(Concert champêtre)》은 20세기 하프시코드 부흥을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당대 하프시코드 부흥의 선구자였던 완다 란도프스카(Wanda Landowska)의 위촉과 예술적 영감으로 탄생했으며, 1929년 5월 3일 파리 살 플레옐에서 란도프스카의 독주와 피에르 몽퇴(Pierre Monteux)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오랫동안 바로크 시대의 유물로 여겨졌던 하프시코드를 대규모 현대 관현악의 독주 악기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음악사적 의의가 깊다.

‘전원 협주곡’이라는 표제처럼 작품 전반에는 프랑스 시골 풍경을 연상시키는 목가적 정취가 흐른다. 그러나 뿔랑은 과거의 양식을 단순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프랑스 바로크 클라브생 전통, 특히 쿠프랭과 라모의 명징한 우아함과 바로크 협주곡의 대위법적 골격 위에, 20세기 신고전주의 특유의 예리한 감각, 대담한 다조성 화음, 재치 넘치는 유머를 자유롭게 결합했다. 특히 음량이 섬세한 하프시코드와 웅장한 현대 오케스트라가 공존할 수 있도록 독주와 투티의 역할을 정교하게 교차시킨 관현악법이 돋보인다. 과거에 대한 깊은 경의와 현대 파리의 세련된 아방가르드 감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협주곡은 뿔 특유의 다채로운 개성과 서정성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수작이다.


제1악장: Allegro molto – Adagio – Allegro molto  
팡파르를 연상시키는 금관과 호방한 관현악의 장중한 도입부로 문을 연다. 이어 독주 하프시코드가 등장하면서 음악은 한층 경쾌하고 날렵하게 움직이며, 활기찬 패시지와 애수 어린 서정적인 느린 선율이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바로크풍의 정교한 장식음과 현대적 불협화음이 매끄럽게 교차하고, 독주 악기의 투명한 질감과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색채가 맞물리며 뿔랑 특유의 유쾌한 위트가 펼쳐진다.


제2악장: Andante: Mouvement de Sicilienne  
느리게 흔들리는 8분의 6박자 시실리엔(Sicilienne) 리듬을 바탕으로 서정적인 선율이 유려하게 흐른다. 전곡 가운데 가장 짙은 전원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악장으로, 하프시코드의 고풍스러운 음색과 목관악기의 부드러운 음향이 빚어내는 조화가 평화로운 시골 정경을 연상시킨다. 우아함 이면에 깃든 멜랑콜리와 은은한 애수가 뿔랑 특유의 섬세한 서정미를 극대화한다.


제3악장: Finale: Presto très gai  
지시어 그대로 ‘매우 빠르고 유쾌하게’ 질주하는 활력 넘치는 피날레다. 춤곡을 연상시키는 경쾌한 리듬과 명랑한 악상이 쉼 없이 이어지며, 하프시코드의 화려한 건반 기교와 관현악의 역동적인 리듬 앙상블이 팽팽한 대화를 이어간다. 익살스러운 악센트와 예측을 벗어나는 화성적 전개가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작품은 눈부신 에너지와 함께 축제적인 환희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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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랑, 피아노 협주곡, FP 146
F. Poulenc, Piano Concerto , FP 146
 
뿔랑이 1949년에 완성한 《피아노 협주곡(FP 146)》은 보스턴 교향악단(BSO)의 위촉으로 탄생한 그의 후기 관현악 대표작이다. 1950년 1월 6일 보스턴 심포니 홀에서 샤를 뮌슈(Charles Munch)가 지휘하는 보스턴 교향악단과 작곡가 자신의 피아노 협연으로 초연되었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뿔랑이 독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해 남긴 유일한 협주곡으로, 원숙기에 도달한 작곡가의 원숙한 서정성과 파리지앵 특유의 세련된 감각, 위트가 집약되어 있다.

작품은 전통적인 3악장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음악적 어법은 결코 하나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19세기 낭만주의 협주곡을 연상시키는 풍부한 서정성, 프랑스 대중가요 샹송(Chanson)을 닮은 친근한 멜로디, 20세기 재즈와 도시 대중음악의 감각적인 리듬이 자유자재로 교차한다. 깊은 진지함과 유쾌한 익살, 서글픈 우수와 눈부신 화려함 사이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입체적 전개는 뿔랑 음악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음악 평론가 클로드 로스탕(Claude Rostand)은 뿔의 양면적 음악 세계를 두고 “수도사와 불량배(le moine et le voyou)”가 한 사람 안에 공존한다고 평한 바 있다. 깊고 경건한 종교적 순수성과, 세속적이고 장난기 넘치는 자유분방함이 결합되어 있다는 뜻이다. 《피아노 협주곡》은 바로 이러한 뿔랑의 상반된 두 얼굴이 가장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융화된 명작이다.


제1악장: Allegretto ma non troppo  
어둡고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해 성격이 뚜렷이 대비되는 악상들이 모자이크처럼 이어진다. 감미롭고 낭만적인 긴 호흡의 선율이 흐르다가도, 예기치 않은 순간에 경쾌하고 명랑한 악상이 파고들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독주 피아노는 기교적인 과시를 지양하고 관현악과 친밀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뉘앙스의 변화를 이끈다. 우수 어린 감수성과 프랑스 특유의 투명하고 우아한 색채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제2악장: Andante con moto  
고요하고 몽환적인 정취가 돋보이는 느린 악장이다. 피아노가 노래하듯 조용히 풀어내는 유려한 선율은 프랑스 예술가곡 '멜로디(Mélodie)'의 서정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부드럽게 감싸는 현악과 목관의 울림이 온기를 더한다. 소박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주제 선율과 섬세한 화성 변화 속에서 뿔랑 내면의 순수한 서정성이 잔잔하게 빛을 발한다.


제3악장: Rondeau à la française: Presto giocoso  
‘프랑스풍의 론도’라는 악장 표제에 걸맞게 빠른 템포 속에서 재치와 활력이 폭발하는 피날레다. 통통 튀는 리듬과 익살스러운 음형, 재즈풍의 싱커페이션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 특히 미국 초연을 의식한 듯 스티븐 포스터의 미국 민요 〈스와니 강(Old Folks at Home)〉의 선율을 익살스럽게 인용하는가 하면, 파리 카페 콩세르(Café-concert)의 생동감 넘치는 음악극 분위기를 교차시킨다. 독주 피아노의 현란한 건반 터치와 오케스트라의 활기찬 응답이 어우러지며 작품은 찬란하고 통쾌한 환희 속에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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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랑, 오르간, 현악과 팀파니를 위한 협주곡 g단조, FP 93
F. Poulenc, Concerto for Organ, Timpani and Strings in g minor, FP 93

뿔랑이 1934년 말경 작곡에 착수해 1938년 8월 완성한 《오르간, 현악과 팀파니를 위한 협주곡 g단조(FP 93)》는 작곡가의 예술적 여정에서 중대한 분수령을 이루는 작품이다. 당대 예술계의 손꼽히는 후원자였던 에드몽 드 폴리냐크 공작부인(Princesse Edmond de Polignac)의 위촉으로 작곡되었으며, 1938년 12월 16일 폴리냐크 공작부인의 파리 저택에서 모리스 뒤뤼플레(Maurice Duruflé)의 독주와 나디아 불랑제(Nadia Boulanger)의 지휘로 비공개 초연되었다. 이듬해 1939년 6월 21일 파리 살 가보(Salle Gaveau)에서 모리스 뒤뤼플레의 독주와 로제 데조르미에(Roger Désormière)의 지휘로 공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의 탄생 배경에는 작곡가의 깊은 내면적 격변이 자리한다. 1936년 절친한 동료 작곡가 피에르 옥타브 페루(Pierre-Octave Ferroud)의 비극적인 사고사는 뿔랑에게 커다란 내면적 전환점이 되었다. 비통함 속에 찾은 프랑스 남부 로카마두르(Rocamadour)의 ‘검은 성모(Vierge Noire)’ 성지 순례는 유년기의 가톨릭 신앙을 회복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으며, 뿔의 작품 세계에는 종교적·명상적 성격이 한층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악기 편성 역시 파격적이다. 관악기를 일절 배제한 채 독주 오르간과 현악 합주, 그리고 단 한 명의 주자가 다루는 팀파니만으로 무대를 구성했다. 성당의 건축적 공간을 가득 채우는 오르간의 웅장한 포효, 현악기의 섬세하고 밀도 높은 호흡, 결정적인 순간마다 강렬하게 울리는 팀파니의 타격이 긴장과 대비를 구축한다. 특히 오르간 주자이기도 했던 동료 뒤뤼플레의 긴밀한 조언을 받으며 바흐와 북스테후데 등 북독일 바로크 오르간 전통(판타지아 양식)을 깊이 탐구했던 뿔랑은, 그 엄숙한 고전적 유산을 날카로운 20세기 화성과 결합해 현대적 비장미로 재탄생시켰다.

평론가 클로드 로스탕이 뿔랑을 일컬어 말했던 ‘수도사와 불량배(le moine et le voyou)’라는 양면성 가운데, 이 곡은 단연 ‘수도사’의 영적 고백이 지배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뿔랑 특유의 드라마틱한 연출과 날렵한 기지 또한 완전히 숨지 않는다. 경건함과 공포, 신비로운 침묵과 격정적인 폭발이 교차하는 이 협주곡은 개인적 상실과 신앙적 구원을 응축해 낸 20세기 오르간 협주곡 레퍼토리를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작품은 별도의 악장 구분 없이 단악장 형태로 일곱 개의 상이한 악상이 유기적으로 얽히며 쉼 없이(attacca) 전개된다.


Andante  
바흐의 환상곡을 연상시키는 오르간의 장중하고 거대한 총주 화음으로 포문을 연다. 도입부터 엄숙하고 비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며, 곧이어 가세하는 현악의 비장한 선율과 팀파니의 묵직한 울림이 거대한 음향 공간을 열어젖힌다.


Allegro giocoso 
분위기가 급변하여 빠르고 날카로운 리듬의 질주가 시작된다. 불안정한 불협화음 속에서 오르간과 현악이 숨 가쁘게 악상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생동감과 극적인 긴장감을 분출한다.


Subito andante moderato  
폭풍 같던 음악이 홀연 잦아들며 차분한 명상 속으로 빠져든다. 현악기의 부드러운 배경 위로 오르간이 성가풍의 내밀한 선율을 노래하며 경건한 평온을 선사한다.


Tempo allegro. Molto agitato  
다시금 음악이 격렬하게 요동친다. 쉼 없이 몰아치는 현악기의 빠른 음형, 팀파니의 맹렬한 연타, 그리고 오르간의 거대한 음향 덩어리가 맞부딪치며 작품의 극적 긴장감을 극한으로 몰고 간다.


Très calme: Lent 
격정의 소용돌이가 지나간 자리에 내려앉는 신비롭고 고요한 느린 패시지다. 오르간의 영롱한 솔로와 현악의 온화한 화음이 어우러져 깊은 종교적 위안과 정화(카타르시스)의 순간을 선사한다.


Tempo de l’Allegro initial 
앞선 역동적인 알레그로 악상이 재현되며 마지막 에너지를 응축한다. 오르간, 현악, 팀파니가 모든 음향적 역량을 총동원해 격렬한 대비를 이루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클라이맥스로 돌진한다.


Tempo d’introduction: Largo  
작품의 서두를 장식했던 장엄한 도입부의 모티프가 회귀한다. 오르간의 압도적인 음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뒤, 비올라의 고요한 독주와 오르간의 음향이 깊은 여운을 남기며 작품은 엄숙한 성찰 속에서 막을 내린다.



부천시립예술단 사무국 팀장 박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