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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부천필 한여름밤의 콘서트

  • 작성일2006-11-06
  • 조회수8150
[최은규 음악에세이] 부천필 한여름밤의 콘서트  
 
학생시절 부천필의 객원연주자로 참여하면서 시작된 부천과의 인연이 올해로 벌써 15년째. 부천필의 단원과 기획팀장을 거쳐 이제는 부천시민으로서 그 질긴 인연을 이어가면서 참으로 감사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이 작은 문화도시 덕분에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었고 부천시민으로서 각종 문화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문화도시 부천의 중심에는 역시 ‘부천필’이 있다. 부천필은 정통 클래식을 고집하는 국내 최정상의 오케스트라로 유명하지만, 때로는 시민들을 위한 팝스오케스트라로 변신하는 센스도 발휘한다. 지난 26일 밤에도 중앙공원을 거닐던 시민들은 부천필이 연주하는 가벼운 팝과 영화음악의 선율을 즐기며 무더위를 잊었다.  
부천필의 한여름밤의 콘서트. 한동안 중단됐던 팝스콘서트가 2004년부터 부활되면서 매년 8월말 중앙공원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부천필의 여름시즌 대표 프로그램이다. 사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야외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해외에서도 베를린필이나 보스턴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시민들과 휴양객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여름 야외 콘서트를 개최하며 음악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 
올 여름 부천필의 한여름밤의 콘서트 역시 사람과 음악이 하나가 된 아름다운 밤이었다. 음악회가 시작될 즈음 비가 그치면서 한결 시원한 날씨 속에서 진행된 그날의 음악회는 클래식과 영화음악, 뮤지컬과 팝 등 각종 장르를 넘나드는 푸짐한 ‘음악뷔페’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천필의 지휘를 맡은 박상현은 성악가이자 지휘자이며, 편곡자로 활동하고 있는 멀티음악인답게 지휘와 편곡, 노래까지 선보이며 만능 엔터테이너의 저력을 과시했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1악장으로 포문을 연 이번 음악회에서는 무엇보다도 색소폰 협연을 맡은 모스틀리필 클라리넷 수석 안톤의 연주, 그리고 뮤지컬과 오페라의 주요 아리아들을 노래한 뮤지컬 가수 김소현의 노래가 돋보였다. 색소폰 선율로 듣는 영화 ‘Dying Young’의 테마, 소프라노 솔로로 듣는 뮤지컬 <캐츠>의 ‘메모리’가 부천필의 아름다운 연주와 어우러져 여름밤의 낭만을 더해주었다. 지휘자와 소프라노의 이중창으로 연주된 베르디 ‘축배의 노래’ 역시 청중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낸 깜짝 이벤트였다.  
가까운 공원에서도 최고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다. 그날따라 부천필의 변신이 아름다워 보였다.  
 
최은규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으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