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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겨울을 풍요롭게 하는 클래식 영상물

  • 작성일2007-01-25
  • 조회수8833
[최은규의 음악에세이] 겨울을 풍요롭게 하는 클래식 영상물 
 
공연계에 있어 1월은 휴가철이나 다름없다. 1월에는 신년음악회 외에 딱히 눈에 띄는 공연을 찾기 힘들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휴가를 가고, 극장은 보수공사를 한다. 해외공연계가 겨울에 한창 분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해외의 공연 시즌이 9월 말에 시작해 5월경이면 끝나는 반면, 국내 공연계는 대개 2월부터 본격적인 시즌 공연을 시작해 12월에 끝을 맺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내에서는 1월만 되면 공연에 더욱 목말라질 수밖에.  
하지만 공연이 드문 1월에도 멋진 공연을 즐길 방법은 있다. 클래식 공연 영상물이 있다면 따뜻한 방안에서도 세계적인 연주회를 편안하게 보고 들을 수 있다.  
요 몇 년 사이 훌륭한 클래식 DVD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어 음악애호가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특히 가수들의 생생한 연기 모습과 화려한 무대 장면까지 담은 오페라 DVD는 작품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오케스트라나 실내악 연주회 DVD 역시 연주자들의 생생한 표정과 연주법을 볼 수 있으므로 실제 공연장에 가서 보고 듣는 것과 똑같은 현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 겨울에 감상할만한 클래식 영상물로는, 우선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최고의 화제가 되었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 영상물(네트렙코, 비야손 출연)을 권하고 싶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비제의 ‘카르멘’과 더불어 세계 3대 오페라로 꼽히는 걸작으로, 일반인들에게는 그 유명한 ‘축배의 노래’ 때문에 잘 알려져 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라 트라비아타’는 뛰어난 노래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연출과 연기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훌륭한 관현악 영상물로는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의 베를린필 취임 기념 연주 DVD를 추천하고 싶다. 래틀 경은 1980년 35세의 나이로 영국 런던의 북서쪽에 있는 버밍엄 시립 교향악단의 지휘자로 임명되어 18년간 지방의 작은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왔다. 그리고 이 무명의 오케스트라를 조련해 세계적인 악단으로 성장시킨 공을 인정받아 2002년에 마침내 세계 최고의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그 영광의 순간 그가 택한 교향곡은 말러의 교향곡 제5번으로 그날의 취임 연주는 길이길이 기억되는 명연주로 손꼽힌다. 
공연이 드문 1월에는 훌륭한 클래식 영상물을 감상하며 세계적인 공연을 집안에서 즐겨보자. 홈시어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음악애호가라도 부천 복사골문화센터 4층에 있는 부천예술정보도서관 ‘다감’에 가면 이 영상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으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