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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부천필 신년음악회

  • 작성일2007-02-26
  • 조회수9129
[최은규의 음악에세이] 부천필 신년음악회  
 
지난 1월 26일 부천시청 대강당에서 있었던 부천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는 부천필의 힘찬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동안 말러의 교향곡과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등, 주로 후기 낭만주의의 대 편성 관현악곡에 몰두했던 부천필은 지난 해 슈만 교향곡 전곡 연주를 계기로 낭만주의 심포니의 중심지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걸작 교향곡들을 파고드는 학구열을 보이고 있다. 올해 부천필의 선택은 교향곡 작곡가의 3대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베토벤, 브람스, 그리고 브루크너로, 올 한 해 동안 부천필은 이 세 사람의 대가들의 작품을 차례로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이번 신년음악회에서는 그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3인의 심포니스트 가운데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이 연주되었고 부천필은 이 작품에서 탁월한 팀워크와 집중력을 과시했다. 
신년음악회의 전체 프로그램은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중 3막 전주곡,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협주곡, 브람스 교향곡 제1번 순으로 진행되었다. 첫 곡으로 연주된 바그너의 <로엔그린> 3막 전주곡은 폭발적인 도입부와 화려한 관현악법으로 매우 밝고 찬란한 음악이다. 원작 오페라에서는 이 전주곡에 이어 곧바로 결혼행진곡으로 이어지는데, 지휘자 임헌정은 이 점에 착안하여 전주곡의 종결부를 결혼행진곡의 유명한 선율로 마무리하는 유머감각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로 연주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협주곡은 바이올린 레퍼토리들 가운데서도 강력한 스태미나와 난해한 기교를 요하는 까다로운 작품이지만, 협연자로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전진주는 깔끔한 테크닉으로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을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휴식 후에 그날의 하이라이트인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이 연주됐다.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은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이라 부를 정도로 베토벤 풍의 강한 추진력과 긴장감을 갖춘 명곡으로, 부천필은 1악장 첫 도입부에서부터 응집력 있는 앙상블과 농밀한 사운드로 청중을 압도했다. 결코 감상에 젖지 않은 채 템포를 밀고나가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 속에 낭만적 감상을 담아내는 부천필의 연주는 말 그대로 이성과 감성이 조화된 훌륭한 연주였다. 한 지휘자와 한 오케스트라가 18년간 함께 호흡을 맞추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음악이었다.  
부천필은 감동적인 심포니 연주에 이어 앙코르로 영화 <콰이강의 다리> 중 ‘부기 대령’을 연주해 신년의 명랑한 분위기를 돋우었고, 이어서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으로 그날의 연주회를 차분하게 마무리했다.  
부천필의 신년음악회는 부천필의 저력을 보여준 무대였다. 이로써 부천 필하모닉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정통 심포니 연주에 있어서는 국내 어느 악단보다도 뛰어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주었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으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