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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세빌리아의 이발사

  • 작성일2007-10-18
  • 조회수7042
[최은규의 음악 에세이] 
세빌리아의 이발사
 
 
 
지난 12일, 부천시에서 주최하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이번 공연은 지난해 오페라 ‘나비부인’의 공연에 이어 부천에서 두 번째로 시도되는 정통 오페라 공연으로 벌써부터 부천 음악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페라극장이 없는 부천에서 완벽한 무대세트를 갖춘 오페라 공연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지난 해 ‘나비부인’ 공연 당시 시민회관 대공연장에 특설무대를 마련해 오페라 공연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올해 공연하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19세기 전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의 작곡가 로시니의 작품이다. 오늘날 이 작품은 활기 넘치는 음악과 코믹한 내용으로 세계 음악애호가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걸작이지만, 로시니가 이 오페라를 처음 발표했을 때 그는 큰 곤욕을 치렀다. 그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최대 거장으로 손꼽히던 파이지엘로가 이미 ‘세빌리아의 이발사’라는 동명의 오페라를 발표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24세의 풋내기 작곡가에 불과했던 로시니가 거장 파이지엘로와 똑같은 소재의 오페라를 발표한다는 것은 거장에 대한 정면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초연이 이루어진 극장에는 파이지엘로 일파가 동원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휘파람을 불어대는가 하면 무대에 고양이를 풀어놓는 등 노골적인 방해 공작을 벌였다. 
 
설상가상으로 알마비바 역의 테너가 첫 세레나데 장면에서 기타 반주 선율을 잊어 한참 헤매고 바질리오 역의 베이스 가수는 무대로 입장하다가 심하게 넘어져 큰 纂낯?입었다. 초연은 ‘기념비적인 대실패’로 끝났다. 
 
비평가들의 반응도 무척 냉담했다. 그들은 이미 이탈리아 음악계의 거장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파이지엘로의 권위에 도전하는 로시니의 건방진 행위를 용납할 수 없었다. 비평가들은 심지어 로시니에게 파이지엘로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혐의까지 뒤집어 씌웠다.  
 
그러나 초연의 소동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파이지엘로가 아닌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선택했다. 재기발랄한 선율과 반짝이는 오케스트레이션, 흥미로운 극적 구성을 지닌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변덕스러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은 희극 오페라의 ‘고전’이다.  
올 가을 부천에서 희극오페라의 고전을 감상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팀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