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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부천필 113회 정기연주회

  • 작성일2007-10-18
  • 조회수7262
[최은규의 음악 에세이] 
부천필 113회 정기연주회
 
 
 
지난 5일 저녁 부천시민회관에서는 부천필하모닉의 113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이번 무대는 11월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부천필의 브루크너 시리즈에에 앞서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9번을 부천에서 미리 선보이는 자리인 만큼 부천의 음악애호가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음악회다. 특히 이날 연주회에서는 브루크너교향곡과 함께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이 연주되어, 전혀 상반된 음악세계를 지닌 두 작곡가의 음악을 한 자리에서 들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기도 했다. 
 
전반부에 서울음대 주희성 교수의 협연으로 연주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은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애호하는 대표적인 레퍼토리다. 피아니스트의 기교와 표현이 중시되기 때문에 리스트나 파가니니의 협주곡들과 함께 ‘비르투오조 협주곡’으로 분류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오케스트레이션에 약점이 많은 것이 흠이다. 그래서 도입부의 길고 지루한 오케스트라 합주부분을 줄여서 연주하기도 하기도 하는데, 부천필의 연주회에서도 1악장 도입부가 일부 삭제되어 집중력을 높였다. 
 
주희성 교수는 시적인 감성과 세련된 표현력이 돋보이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오케스트라의 현악 편성이 너무 두터워 1악장 전반부에서는 피아니스트의 예민한 표정변화를 느끼기가 어려웠으나, 재현부 이후 오케스트라와 독주자가 서로의 소리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차츰 안정된 앙상블을 이루었다. 특히 2악장에서 독주 피아노의 시정(詩情)이 돋보였고, 3악장 도입부의 리듬표현도 훌륭했다. 다만 3악장 오케스트라 합주 부분이 깔끔하게 다듬어지지 못해 후반에 연주의 긴장감이 떨어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휴식 후에 드디어 부천필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연주가 시작됐다. 부천필은 이미 몇 곡의 브루크너 교향곡을 연주한 적은 있지만, 브루크너의 마지막 걸작인 제9번은 이번 무대에서 처음 선보였다.  
첫 연주인 탓인지 임헌정과 부천필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은 세부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1악장 도입부의 다이내믹이 다소 크고 상승 폭이 좁아 서서히 해가 떠오르듯 상승하는 ‘브루크너 개시’의 효과가 반감되었고, 2악장 스케르초에서 파트 간 앙상블과 인토네이션이 흔들려 주요 모티브들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다행히 느린 3악장에서 부천필 특유의 현의 질감이 살아나고 네 명의 바그너 튜바 주자들의 안정된 연주를 펼치면서 후반부 연주는 비교적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마치 수억 개의 벽돌로 정교하게 짜 맞춰진 장대한 건축물처럼 작은 모티브 하나하나가 쌓여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작품이니만큼, 세부적인 정교함과 함께 긴 호흡이 필요하다. 앞으로 임헌정이 이끄는 부천필이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를 진행하는 데 있어 브루크너 음악해석에 얽힌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필자는 부천필 바이올린 부수석, 기획 응揚?역임 했으며 현재 대원문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