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후기
Re :
- 작성자*
- 작성일2011-03-23
- 조회수1363
안녕하세요!
지난 번 해설음악회 관람 이후, 또다시 부천필을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표현력이 무척 풍부하세요-^^;
부천필의 다른 공연들도 늘 관심있게 지켜봐주시고 함께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원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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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당신들의 화음 우리의 감동 - 영리한 클래식 2교시를 감상하고...(2011-03-18 오후 4:52:51)
일곱시 조금 넘어 공연장 객석에 앉아 어두운 무대에서 몇몇의 연주자 각자가 내는 악기소리를 무감하게 들으면서 시작 시간을 기다렸다. 준비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연주자 대부분이 자리에 앉아서 지르는 소리는 귀를 매우 어지럽게 만들었다. 저마다의 악다구니, 그것이 모여 내지르는 소음은 마치 며칠 전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참사 속에 그동안 참고 참았던 생존자들의 오열이 일시에 뿜어져 나오는 소리 같았다.
제2악장이 분위기를 정리하고 이어 지휘자가 간단히 음악소개를 한 뒤에 시작되는 연주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연주의 내용보다는 연주에서 보이는 그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컸다. 무려 100여명이 되는 검은 옷의 연주자들은 지휘자에 맞추어 각자의 움직임을 조절했다. 낮고 높게, 작고 크게, 부드럽고 거칠게, 느리고 빠르게.
나는 그들이 마치 개미떼처럼 느껴졌다. 알을 관리하고 부화시키는 일을 담당하는 개미들, 먹이를 찾고 나르는 부단한 개미들, 배설물과 쓰레기의 처리를 위한 개미들, 침입을 막고 동족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경계에 여념 없는 개미들, 영토의 확장과 관리를 위해 쉴 틈 없는 개미들, 터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온도와 습도 조절에 바쁜 개미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와 더블베이스, 플룻과 오보에와 클라리넷과 바순, 혼과 트럼펫과 트롬본과 튜바, 팀파니와 드럼과 심벌즈 그리고 트라이앵글. 그들은 그렇게 역할을 나누어 움직였다. 혼자가 아닌 그들이 각자의 맡은 역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 나는 비로소 그들의 화음을 들을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장렬한 감흥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칭송하기 위한 것도 홍보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일개 관객으로서 이제껏 내가 받았던 감동을, 그냥 내 수준에서 느꼈던 것을 기억하고 싶은 것일 뿐, 그래서 박규민과 이제린이 각자 협연을 했던 감격은 감사로 대신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어린 아이들이 잘했다. 정말 잘했다. 나부코 서곡과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도 연주자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고 넘어갔다.
북한 작곡가 최성환님의 작품으로, 본조아리랑을 주제로 한 환상곡‘은 그야말로 감동중의 감격이었다.
유월 초여름의 어느 날, 청아한 나뭇잎 하나가 살랑살랑 깊은 산 청량한 계곡으로 날아든다. 그 잎새를 따라온 가녀린 바람이 바람을 부르고 그 바람들은 이내 하나의 바람이 된다. 바람은 물결을 흔들어 놓고 그 바람의 한 결을 타고 피리(피콜로)가 가늘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삘릴리이 삘릴리이아~ 나 오늘 이 계곡에서 하늘과 바람과 풍경과 어우러져 노니나니 그대 나를 그리워하라. 슬며시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들이 아리랑 가락을 연주하고 그 흐름을 따라 물방울 듣는 소리가 하프의 정결한 선을 타고 왔다. 그래 함께 부르자. 아리랑인데 우리가락 우리민족 우리정서 우리아리랑인데...
계곡을 흐르는 물방울들이 따라서 노래한다. 방울 방울 방울방울. 방울들이 여기 구르고 저기서 구르고, 구르고 굴러 더 큰 방울들이 되고 큰 방울들은 이내 물결로 합쳐졌다. 아리랑 가락은 이내 폭포가 되어 쏟아진다. 바람이 따라 돌고 나뭇잎과 풀잎들이 크게 흔들린다. 버무리자. 그냥 버무리자. 우린 항상 버무려 왔으니 말없이 살고 티없이 살자.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그래 우리 그렇게 살자. 내 어깨 네 기대고 네 어깨 내 기대니 반만년 우리 역사 언제나 그랬거늘 그렇게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왔거늘.
웅장한 연주가 극에 채 닿기도 전 아까의 그 피리소리가 장엄을 깨버리고 다시 고요를 일으켰다. 그리곤 나지막히 속삭이다 울먹거린다. 나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데, 나 얼마나 외로웠는데, 나 얼마나 슬펐는데, 나 얼마나 그리웠는데...
그래 그랬었구나. 참 힘들고 어려웠구나. 아~ 불쌍한 아가, 불쌍한 내 새끼.
나뭇잎 하나가 일으킨 바람은 계곡을 타고 흐르며 굽이치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창공은 가녀린 그 손을 고이 잡고 품었던 맑은 공기를 일으킨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지만 그 속에는 날개가 있다. 희망의 날개, 사랑의 날개, 평화의 날개, 이 날개를 타고 함께 살기를, 이제 더는 외롭고 괴롭고 힘들고 슬프지 않기를, 이웃과 더불어 그 정 함께 하기를, 그대에게 꿈이 있고 그 꿈이 튼실하게 열매 맺기를. 나의 푸름, 내 맑은 기운을 받고 그 꿈 현실이 되기를, 그대 정말 행복하기를. 진정 평화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