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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11.29 부천필 정기연주회를 다녀와서

  • 작성자*
  • 작성일2013-12-01
  • 조회수3678
11월 29일 부천필 마에스트로+비르투오소 세 번째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일찌감치 표를 예매해 두고 기다렸던 공연인데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첫 곡, 슈베르트 로자문데 서곡 
아, 이 곡 놓쳤으면 아까울 뻔 했습니다. 
퇴근길 교통이 밀려 버스에서 내리니 공연 시작 2분 전이었어요. 
첫 곡은 못 듣나보다 했는데 마침 어느 분이 뛰길래 저도 덩달아 뛰었습니다. 
덕분에 이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슈베르트의 서곡을 들을 수 있었답니다. 
어둡던 무대의 조명이 환하게 켜지고 이어 벌어질 연극에 대한 기대로 두근거리게 하는 밝고 즐거운 곡이더군요.  
어딘지 좀 쓸쓸하게 느껴지던 슈베르트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었습니다.  
 
둘째 곡, 슈만 첼로 협주곡 
이 곡은 제가 부천필 연주회에서 두 번째 만나는 곡이었습니다. 
몇 년 전 슈만-브람스 시리즈에서 송영훈 씨가 협연한 적이 있었죠. 
그때는 처음 접하는 곡이라 낯설고 조금 어렵게 느껴졌어요. 
다만 3악장의 독특한 리듬이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베를린필의 첼로 수석이 이 곡을 협연하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으로 기대를 했습니다. 
마르틴 뢰어의 기품 있는 첼로 연주도 좋았지만, 부천필의 연주가 정말 좋았습니다. 
협주곡에서는 아무래도 솔로 악기 쪽으로 중심이 기울어지기 쉬운데, 오케스트라 파트도 내내 주목을 하게 되더라구요. 제 귀가 이런 스테레오 능력이 있었나 싶었네요. 그만큼 오케스트라 파트가 탄탄했던 거겠죠. 실연으로 두 번째 듣는 슈만의 첼로 협주곡이 확실하게 머릿속에 들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셋째 곡, 드보르작 교향곡 8번 
오늘 연주회에서 제일 기대했던 곡이었습니다. 과장스럽지 않고, 소박하고 힘찬 연주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임헌정 선생님의 절제 있는 지휘도 인상적이었구요. 드보르작의 의도와 부합했던 연주가 아닐까 싶네요. 3악장의 아름다운 선율은 부천필 특유의 비단결 같이 곱고 섬세한 현악 합주가 돋보였습니다. 전악장 내내 다른 생각할 틈 없이 몰입해서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연주회는 모든 곡의 연주가 제 맘에 쏙 들었던 또 하나의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실제 공연장에서 듣는 생생한 연주의 맛을 알게 된 이후부터 부천필의 연주회를 자주 찾습니다. 즐거운 기억을 많이 만들어 주었어요. 명연이라고 해도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은 실제 공연장에서 듣는 생생한 연주가 주는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더군요. 심장이 뛰는 반응,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일은 늘 공연 현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연주회도 그랬구요. 이렇게 착한 가격에 이만큼 수준 높은 연주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내년 연주 일정도 기대하겠습니다. 올해처럼 공연 일정이 너무 늦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10년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공연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