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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부천필하모니카 & 말러

  • 작성자*
  • 작성일2015-02-03
  • 조회수3686
부천필하모니카 & 말러 
Bucheon Philharamoniker & Gustav Mahler 
 
부천필이 다시금 말러를 들고 나왔다. 
작년 초 바뀐다던 장기근속 포디엄의 자리가 이제서야 바뀌고 새로운 상임이 여성군단 부천필을 이끌고 다시금 말러를 들고 나왔다.  
 
정확히 10년 전,  
말러를 통하여 부천필을 알리고 부천필을 통하여 말러를 제대로 알리게 된..  
한때 부천필의 접미어로 따라다닌 말러를 새로운 상임의 지휘자가 취임의 자리에 선택하고 3년간의 레퍼토리로 선곡한 것에서 신임 지휘자로서 포디엄 위에서 스쳤을 고뇌를 고스란히로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수년 전 말러를 완주한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의 평이 부천필의 위상을 충분히 높인 기회였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 마당에 다시금 말러를 선택하는 것은 다소 모험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분명 기존의 말러, 기존의 상임과 쉽게 비교되는 평가가 될수 있고 한편으론 왠만큼 하여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무리수가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박영민이 말러를 선택한 것은 제2기 부천필의 상임자리를 맡으면서 부천필의 전통을 말러를 통하여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아니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년간 이어질 말러 전곡의 스타트는 1번 타이탄. 
 
1st Vn 16명. 
제1바이올린의 수만 보아도 오케스트라 편성의 규모를 알수 있는데 무려 16명이 무대좌측에 도열하였다. 이정도 구성이면 최근 몇년 간 보아온 부천필 구성 중 최대 구성이고 최대 객원 초청이다. 
평소에 70명선에서 이루어지는 구성이 바이올린만 30대 이고, 8대의 콘트라베이스까지 
현악기만이 58대이다. 
 
어느 오케스트라처럼 기립연주는 아니었지만 2악장 8대의 금빛 악기를 일제히 90도 전방으로 들고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호른을 비롯하여 관악기와 타악기를 합치면 거의 100명에 가까운 구성이다. 
 
오케스트라의 배치에 있어서 현악기의 구성에 미국식을 절충하여 배치하고 대거 100 여명의 연주자가 말러를 위하여 참여를 이루었다. 앞선 연주 베토벤과 멘델스존에 있어서는 현악기에 있어서 남성연주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자칫 부천여성시립오케스트라가 아닌가 하는 인상이 짙었다는걸 의식하였는지 이번 말러의 구성에는 2명의 남성 현악주자가 Db파트에서 보인다. 
 
말러, 교향곡 제1번 라장조 ‘거인’ Tifan 
G. Mahler, Symphony No. 1 in D Major ‘Titan’ 
 
거인이라는 표제에서 보이듯이 이곡은 대량의 물량공세에서 부터 조금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야 한다. 격정적인 퍼포먼스의 극한을 위하여 팀파니를 2대를 배치한 것과 심벌즈의 우렁찬 칼칼함이 도처에서 정신을 번쩍들게 하였다. 색다른 음색을 위하여 말러의 요구대로 1악장 연주 중 무대 뒤에서 연주 후 연주자 3인이 뒤늦게 당당한 발걸음으로 입장하는 모습도 특징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건 역시 3악장이었다. 
 
모든 악기가 숨을 죽이는 사이 하데스(Hades)로 이끄는 사자(使者)의 걸음걸이 같은 티파니의 회색빛 저음이 조용히 박자를 제시하자 콘트라베이스가 특유의 저음으로 주제를 묵직하게 이어받는다. 독주의 끝부분 쯤 미세한 불안함이 있었지만 콘트라 베이스는 서두르지 않고 바통을 바순에게 넘기었다. 같은 주제 같은 멜로디지만 중후함의 콘트라베이스와 따듯하고 낮은 부드러움의 바순은 전혀 다른 느낌을 객석에 전달하고 있다.  
 
이어 낮은 음역에서 높은 음역대로 첼로 튜바 클라리넷으로 이어진 주제는 오보에가 특유의 발랄함으로 구슬픔의 구스타프 단조를 아련하게 이어간다.  
말러 1번 중 가장 깊이 가슴속 저 구석에 있는 홀로된 내면으로 빠져들게 하는 부분이었다. 
 
가장 낮은 부분까지 내려가는 3악장은 소리의 실오라기 처럼 가늘고 희미하게 끝을 맺고 4악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격정적인 템포와 퍼포먼스가 시종일관 흐름을 주도하며 오랜 여운을 남기는 두근거림으로 끝을 장식한다. 
브라보~. 
 
번스타인의 격정적인 몸놀림의 현람함도, 임헌정의 머리칼처럼 날카로운 카리스마도 박영민을 비교하거나 견주어 얘기하기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베토벤과 멘델스존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그렇다지만 말러에서도 신임 지휘자는 매우 부드러운 퍼포먼스로 일관을 하였다. 
 
어찌보면 여성연주자가 대부분인 오케스트라에 적절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지만, 취임연주라는 특성과 20년이 넘게 전임 지휘자에게 각인된 인상을 바꾸는 것이 관객입장에서는 어쩌면 시간이 필요한 일일 수도 있을것이다.  
 
박영민 상임의 모습은 고뇌하고 격정을 얘기하는 모습보다는, 100여명의 파트와 구석구석 눈을 맞추기 보다는 영혼으로 밀어를 나누는 듯한 섬세함의 외로움을 이번 연주의 모습에서 보여주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하지만 3년간의 대장정이 될 말러의 거대한 여행에 있어서 지금의 모습으로 일관하는 연주보다는 관객은 좀더 새롭고 부천필 다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무대중앙 제1열 생머리 제2바이올린 주자의 연주 중 지휘자를 오래간 응시하는 커다란 사슴같은 눈동자가 콘서트 마스터 스틸레토의 은빛 반짝이 힐보다 더 눈에 들어오고 여운이 남는 것은 새로운 체제의 부천필 단원과 지휘자 그리고 스탭에 거는 기대의 바램이 있기 때문이다. 연주 중 연주자가가 쳐다보는 눈짓만으로 완벽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하모니를 신임 박영민 상임에게 기대하고 성원을 보낸다. 
 
la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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